홍익선도인간..
본칠전과 천지수삼원불, 국토정화스승님殿에 인사 올리고 출발합니다. (06:10)
계획했던 5시 출발은 지키지 못하고 몽롱한 길에 모자를 분실하고 오늘 첫 걱정은 모자를 어디서 구입하나로 시작한다. 남해대교 아래 흐르는 강이 아름다워 따라 흐르고픈 마음이 잠시 인다.. 이순신장군을 믿고 고향을 떠나 장군과 함께 했던 백성들의 고혼이 떠날 채비를 하며 영제거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표정은 찌들지 않았고 믿음과 신뢰의 길에 지도자를 믿고 기꺼이 목숨을 맡긴 이들을 안비전으로 안내한다.
숲이 우거진 한산한 오르막길에서 걸어온 대교를 돌아보며 쉼.. 감사히도 하늘엔 옅은 먹구름이 끼어있고 잘 닦인 자동차 도로를 걸으며 객인 나는 차가 없었으면 하는 이기심이 인다.. 어제의 걸음은 기억에 없이 아침 기운에 걸음은 가볍고 속도가 붙는다. 한적한 길을 지나 한 차선에 차량 행렬은 끝이 없고, 민폐를 끼치며 나는 내 길을 확보하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집중해 나아간다. 그 길에 운전자들이 조금씩 길을 터주어 서로가 위험했던 구간을 벗어나 마을길로 접어드니 맥이 풀린다.. 다시 일어서 걸어 낚시점에서 모자를 구입하고 모든 장비를 갖추니 든든하다..
이 길에서 상황마다 천리행군 중인 도반이 많이 생각난다.. 무더위에 매일매일을 벌써 열흘이 훌쩍 넘게 어떻게 걸어갈까.. 어줍잖은 챙김의 말들은 현실에서는 한낱 부질없는 소리들이었다.. 참 부끄럽다.. 이렇게 걷는 중에도 잠깐씩 쓸쓸한 기분도 재미있게 느껴진다.. 감정이란 지치지도 않는구먼..^^
남해터미널은 오래전 남해를 홀로 걸으며 시작했던 출발지라서 낯익어 편하고, 남해대학 앞이 한적해 자리하니 살짝 악취가 풍긴다.. 다시 일어설 마음은 없어 신을 벗으니 양말 한쪽이 피로 흥건하다.. 어떻게 피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발톱에도 피가 끼어있다.. 걷는 중에도 재미있는 곳들이 눈에 띈다. 마늘나라에선 대형 마늘 모형이 자리하고.. 유배문학관 옆 공터에선 음악소리와 함께 공연이 한창이다.. 이번 생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곳들을 기웃거리며 시간과 감정을 허비했던 것이 목표를 향해 걸으며 알아진다. 걷고 걸어.. 흔들의자에서 잠시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남해 지족마을에 도착하니 오후 5시.. 숙소를 검색하니 모두 마감.. 가까운 숙소에서 여정을 풀기는 이른 시간. 다음 숙소가 밀집해 있는 곳은 해가 진 후에 도착할 수 있고 목적지와 몇 km차이 없다.
남은 거리는 13km, 해는 3시간은 여유 있게 떠있고.. 숙소는 없다. 가족에게 연락하니 픽업의 청을 들어준다.
ok~ 24시 행군도 하는데 가보자!!
다행히 길은 하나로 네비가 필요치 않다. 마트에 들러 플래시를 준비하며 음식을 한가득씩 채워 줄을 서있는 피서객들이 어제의 내 모습인데 왠지 낯설게 느껴지며 기운이 분리된다.
마음이 달라지니 걸음도 가벼워지고 길도 아름다워 보인다.. 복숭아를 2알 구매해 맛도 느껴지지 않지만 여정을 위해 한 알을 먹는다. 어느새 알아차리지 못하게 어둠이 내리고 플래시를 꼭 쥐고 나아간다.. 정신과 다르게 육체는 계속 주저앉는다.
목적지에 있을 가족과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힘을 내고.. 내어본다.. 가방에 무게가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지고 시계를 보는 간격도 잦아진다.. 이 시간 첫 시작이었던 도반에게 힘이 된다는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내 갈길이 먼저인 마음뿐이다. 멀리 3개의 대교는 화려하게 빛을 발하며 금방일 듯 보이지만 제법 먼 여정이다.. 마지막 삼천포대교 밑에서 요란한 음악소리가 한창이고 대교를 내리면 금방일 줄 알았던 목적지는 가도 가도 끝이 없다.. 2km도 안 되는 거리가 너무도 멀다..
드디어 목적지 사천 선구동행정복지센터에 도착했다.(21:50) 조금 후 가족의 차도 도착한다.
길을 걸으며 아직도 혼자서는 의지가 많이 약한 나를 보았다.
이 여정에 무탈하게 행할 수 있게 안배해주신 스승님 殿과 용기의 메시지를 주신 도반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p.s. 다음 날.. 좀 걷고 싶다는 생각이..
비전.참회.감사..
06:42 남해대교 | 06:57 남해 산성산탐방로 | 10:57 남해교차로 | 14:07 남해바다정원 | 17:03 남해 창선교 | 20:18 남해 단항교 |
세상이 나를 비난하더라도 나는 세상을 이롭게 하리라..
사)본우도 원효秘氣전승관 제공
첫댓글 도반께서 함께 걷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렇게 든든하고 힘이 될수 없었습니다..
그 마음에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좀 멋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