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가정교회 이야기 37
목장에서 물이 듭니다
천석길 목사
‘삼밭에서 쑥이 자라듯이’ 라는 말이 있습니다. 삼이란 옛날에 삼베 모시를 만들기 위하여서 심었던 일년생 식물로서 그 키가 작게는 2미터, 큰 것은 5미터까지도 자라는 식물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삼의 껍질을 벗겨서 말린 후에 가늘게 실을 뽑아서 삼베옷을 만들기 위해서 직접 집에서 베를 짜는 데 사용했습니다. 키가 크게 자랐기에 넘어지지 않도록 촘촘하게 씨앗을 뿌렸고, 어느 정도 자라면 중간 부분을 잘라서 빽빽하게 자라게 했는데 가끔씩 삼밭에 쑥 씨앗이 날아와서 움이 튼 쑥이 같이 자라곤 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쑥이나 삼의 잎이 비슷했기에 그대로 두었는데 실제로 자라면서 한동안은 쑥이 삼을 흉내 내어서 똑 바로 자라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삼밭에서 쑥이 자라듯’이라는 말을 좋은 영향을 받는 것에다 비유를 했습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탄광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면 자신도 모르게 검은 탄 가루가 옷에 묻게 마련이듯이 우리가 누구와 자주 만나고 얼마나 진솔하게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언행과 가치관이 바뀌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가정교회를 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매주 모여서 음식을 같이 먹고 지난 한 주간의 삶을 뒤돌아보면서 감사했던 일과 안타까운 것을 스스럼 없이 나누곤 합니다. 사실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치유가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해결할 수 없는 인생의 짐을 지고서 끙끙대는 마음의 병을 어느 누가 알아주는 이 없고, 어디 가서 시원하게 말할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매주 목장에서 이 아픔을 다 내려놓습니다. 물론 어떤 때는 곧바로 해결을 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한 참 흐른 후에야 뒤돌아보면 내가 원했던 것보다 더 좋은 길로 인도 받았구나 하는 것을 깨닫습니다.
맞습니다. 우리의 삶이 하루아침에 행복한 인생과 불행한 삶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요? 주변을 둘러보면 동일한 일을 겪으면서 그것을 내 인생의 발판으로 삼아서 한 단계 높여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것도 아닌 일에 혼자 끙끙 대다가 자신을 비관하는 불행한 사람도 있습니다. 목장은 이러한 우리의 문제를 성경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가 위로하고 격려하는 천국의 그림자와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목장엘 빠지지 않고 꾸준히 참석하는 분들은 어느새 삼밭에 쑥이 자라듯이 꽤 괜찮은 리더로 바뀝니다. 본래는 불평과 원망이 좀 많았었는데 본래는 자기중심적이요 고집도 센 사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자신도 모르게 바뀌어 있습니다. 내가 나를 생각할 때도 대견하다 싶을 정도로 남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들어주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었고, 내게는 전혀 이익이 될 일이 없지만 그의 이야기에 마음 아파하면서 작은 일이지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넉넉한 성품으로 그릇이 큰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왜 일까요? 이유는 하나입니다. 목장의 영성이 내 마음을 적시고 있으며 목장의 사랑에 내가 물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목장은 규칙적으로 늘 참석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삶을 나누어야합니다. 우리의 나눔을 주님이 들어주시고 성령님께서 우리의 마음 깊은 곳을 어루만져 주시는 복된 시간이기에 목장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치유하는 거룩한 예배와 같습니다. 목장의 아름다움이 우리 모두를 흠뻑 적셔주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