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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책소개 스크랩 리뷰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지음
민욱아빠 추천 0 조회 35 12.10.22 13:4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너무도 많이 들어서 유명한 제목의 작품을 읽고 난 후의 어떤 혼란과 허탈함이랄까, 유명세에 따른 어떤 기대감이 그런 허탈함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만큼의 파격감도 무시못할 느낌이다.  골격만이 주어지고 그것에 살을 붙이는 것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알아서 붙여보아라 하는듯한, 과제물을 건네받은 어떤 학생의 기분과도 같다.  나는 여기에 어떤 살을 붙여야 하는가라는 고민은 방식과 재료에 있어서 너무도 방대하기에 더욱 미궁으로 빠져든다.


  늙어서 노쇠한 두 남자의 막연한 기다림, 실체없는 대상을 기다리는 답답함과 애매함.  가끔은 포기해버릴까도 싶지만 실체도 무엇도 없는 '고도'에 대한 기대감은 두 사람을 고목나무 아래에 발을 묶어놓는다.  대체 무얼까 싶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추측마저도 불가한 상황이다. 


  나름의 추론을 해보면 이 작품은 사무엘 베케트가 중립국민의 지위를 이용하여 2차대전시 나찌에 대항하여 프랑스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던 시기에 쓰여진 작품이다.  기다림은 전쟁의 끝에 대한 기다림이었고, 고도는 자신이 바라는 종전의 모습이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는 종전의 모습은 나찌를 이겨낸 모습을 믿었던 것 같다.  작품속에서 '고도'는 실체를 드러내지 않지만, 소식을 전하는 소년을 통해서 고도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실체화시키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다림은 작품속의 늙어버린 노인들처럼 지치고 노쇠했지만, 희망과 바램은 언제나 잃지 않았기에 고도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은 언제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암시였다.  물론, 작가는 '고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속에 썼을 것'이라는 답을 남겼다.


  나의 해석도 물론 나의 자의성에 기인한다.  하지만 작가는 분명 저항적이다.  소련독재에 항거하다가 소련에 억류된 체코의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에게 '파국'이라는 작품을 헌정하는 모습은 그가 지닌 어떤 저항성을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기다림과 기다리는 대상에 대한 골격을 받아 든 나는 생각하기를 멈출 수가 없다.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다.  마지막장을 덮었다고 결론적인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두 노인앞에 나타난 포조와 럭키라는 인물이 지니는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내가 이 작품의 골격에 붙일 수 있는 살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이어본다.  내가 늙고 노쇠해 가면서까지 지치지 않고 기다릴 '고도'는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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