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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1920년대 한옥 절충식 교회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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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을 중심으로 남북한 대표 성인들이 서 있는 모습이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당위성을 웅변하고 있다. |
먹구름이 걷힌 투명한 하늘은 하느님의 자비를 깨닫게 한다. 반목과 불신을 덜어내고 화해와 평화를 이루려는 몸짓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 삶은 행복하다. 구세주 아기 예수께서 탄생하실 때 천사들이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사랑받는 사람들에게 평화!”(「200주년 신약성서」 루카 2,14)라고 찬미했듯이, 땅에서 이루는 평화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임을 그리스도인은 고백한다.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로 지은 하느님의 집이 있다. 바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로 111 통일동산에 자리한 의정부교구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다. 이 성당은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이 서로를 상대로 행한 모든 죄와 잘못을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며, 하느님께서 이 땅에 평화를 주시기를 청하는 기도의 방주다.
북녘땅이 바로 보이는 임진강 자락에 자리한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한국 가톨릭교회 신자들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성과 실향민의 희생으로 지어졌다. 이 성당은 그 자체로 우리 민족의 일치와 통일을 이룬 평화의 전당이다. 매일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미사가 봉헌되는 제대에는 평양의 흙과 통일을 위한 신자들의 기도문이 들어 있다. 또 남북한의 예술가들이 합작으로 이 집을 꾸몄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 외형은 평안북도 신의주 진사동성당을 복원하고, 내부는 함경남도에 자리한 성 베네딕도회 덕원수도원 성당을 재현해 신앙으로 이어진 남북한 교회의 연계성을 보여준다. 2006년 4월에 첫 삽을 뜬 후 2013년 6월에 완공, 봉헌했다.
교회 성미술과 민족 전통 이미지 조화 이뤄
성당 내부는 모자이크와 이콘,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돼 있다. 놀라운 것은 교회 성미술과 우리 문화의 전통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장 장긍선 신부가 내부 장식을 맡아 했다.
성당에 들어서면 먼저 제단 모자이크화가 눈에 들어온다. 중앙에는 천사들에 둘러싸여 옥좌에 앉아 평화의 복음서를 들고 강복하고 있는 왕이신 전능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리한다. 그 좌우로 황해도 출신 우세영(알렉시오)과 서울 출신 고순이(바르바라)와 김효주(아녜스)ㆍ효임(골룸바) 자매 그리고 유대철(베드로), 평양 출신 유정률(베드로), 경기도 출신 정하상(바오로), 충청도 출신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등 남북 각 지역의 대표 성인들이 주님을 모시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 모자이크는 평양만수대창작사 작가 7명이 중국 단둥에서 40일 밤낮으로 만든 작품으로, 우리 미술가들이 5개월에 걸쳐 부착했다.
그 아래에는 십자가 상의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성모님과 요한 세례자, 열두 사도의 이콘이 설치돼 있다. 이를 전통적으로 ‘데이시스(deisis)’라 한다. 헬라어로 ‘간청’, ‘행렬’을 뜻한다. 우리 민족을 위해 성모님과 열두 사도, 요한 세례자가 예수님께 중재의 기도를 바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작품이다.
감실은 평양 서포에 자리했던 메리놀센터성당의 감실을 참고했다. 기와 한옥 형태의 이 감실은 삼목불교 조각원의 요형철(베드로) 작가가, 내부는 김형근조형연구소에서 제작했다.
제단 왼편에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상이, 오른편에는 예수성심상이 있다. 성모상 뒤에는 후광을 묘사한 모자이크가 있는데 성모님과 예수님 주위에 ‘하느님의 어머니’와 ‘예수 그리스도’를 뜻하는 헬라어 약자와 미카엘ㆍ가브리엘 대천사가 등장한다. 예수 성심상 후광 모자이크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나는 나다. 존재하는 이 시작도 마침도 없이 존재하는 이’를 뜻하는 헬라어 약자가 새겨져 있다.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의 십자가의 길 이콘
양쪽 벽면에는 최영심(빅토리아) 작가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가 제작한 십자가의 길 14처 이콘화가 장식돼 있다. 최영심 작가는 원색을 피하고 파스텔풍의 부드러운 색감을 사용해 차분하면서도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우리나라 전통 문양도 성당 내부 곳곳에 녹아 있다. 제대의 어린양 모자이크는 조선 관리들의 흉배에서 따와 학이나 호랑이 대신 어린양으로 대치했다. 성수대는 경복궁 근정전 월대 주위에 있는 12지간 받침대의 형태를 취했고, 성당 문은 전통 보자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열주를 잇는 아치는 전통 단청을 응용한 것이며, 또 사제석과 회중석, 장궤틀, 고해소, 성당 문 등은 전통 연꽃 문양으로 장식했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는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평화의 기도가 일상인 공간이다. 화해, 일치, 평화는 원하는 이가 일방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늘 상대방의 용서와 배려, 은총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기도의 집은 ‘내맡김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