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산울림의 편지 콘서트 임수진 기획 임수현 구성 연출의 슈만 나의 영혼 나의 사랑
공연명 슈만, 나의 영혼 나의 사랑
공연단체 극단 산울림
기획 임수진
구성 연출 임수현
음악감독 김화림
공연기간 2014년 12월 12일~30일
공연장소 산울림 소극장
관람일시 12월 12일 오후 4시
산울림 소극장에서 산울림 편지 콘서트 임수진 기획, 임수현 구성 연출의 <슈만, 나의 영혼 나의 사랑>을 관람했다.
임수현은 프랑스 파리 4대학에서 베케트 연구로 학위취득하고, 현재 서울여대 불문과 교수이며, 번역가와 연출가로 활약 중이다.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부부사이의 작은 범죄들> <대학살의 신>을 번역하고, <연기속의 그녀>를 번역하고 연출했다.
서양 고전음악사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애절한 사랑이야기로 현재까지 자주 회자되는 주인공을 꼽자면 단연 로베르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과 그의 아내 클라라 슈만(Clara Josephine Wieck Schumann, 1819~ 1896)일 것이다.
슈만은 1810년 독일 작센 지방의 츠비카우에서 태어났다. 서적 출판을 하면서 문필가로 활동했던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아 문학과 음악에 남다른 두각을 드러냈던 그는 피아노 연주자가 꿈이었지만, 가족들은 슈만이 법률가가 되기를 원했다.
슈만은 18세 되던 해,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하게 되지만 그의 관심은 온통 피아노에 있었다. 이러한 열정을 꺾어 보고자 어머니가 하이델베르그 대학으로 전학을 시키지만, 그곳에서 유럽 최고의 피아노 교수로 알려진 프리드리히 비크를 찾아가 그의 제자가 되었고, 스승의 딸인 9세 소녀 클라라와 처음 만나게 된다.
슈만과 클라라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고, 결혼을 원했지만 슈만의 스승이자 클라라의 아버지였던 비크 교수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다. 비크 교수는 재능 있는 젊은 제자를 좋아했지만 그가 자신의 딸과 결혼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심하게 반대했다.
사실 비크 교수의 반대에도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이유는 있었다. 당시 클라라는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었으며, 미모도 뛰어나 재색을 겸비한 여성으로 성장하고 있었던 반면, 슈만은 무리한 피아노 연습으로 손가락을 다쳐 연주자로 성공할 가능성도 없었고, 작곡에 매진했으나 당시에는 이름난 작곡가도 아니었다. 작곡과 음악 비평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었다.
또한 작센 지방의 법규도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에 장애물이었다. 아무리 장성한 딸이라도 아버지의 승낙을 받아야 결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슈만과 클라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스승과 제자, 아버지와 딸 사이에 치열한 법정 싸움이 길고 지루하게 이어졌다.
6년이라는 긴 법정 공방을 거친 끝에 결혼에 성공한 1840년에는 133편의 가곡을 쓰고, 다양한 부문의 작곡에 손을 댈 만큼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도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평소 우울증을 앓던 슈만은 라인강 투신과 정신병원 수용 등으로 고생하다 1856년 46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16년이라는 짧은 결혼생활동안 클라라는 슈만의 아내이자 후원자, 예술적 동반자였다. 클라라의 신뢰와 사랑은 절대적인 것이었으며, 슈만을 남편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위대한 예술가로 사랑하고 존경했다.
슈만 역시 “내 음악의 고향은 내 사랑 클라라입니다”라며 클라라에 대한 사랑은 숱한 작품들, 특히 피아노 명곡들을 탄생시켰다. 슈만의 평생에 걸친 걸작은 피아노 독주곡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자신의 가장 친밀하고 직접적인 감정들을 피아노 독주곡을 통해 표현했고, 그 대부분은 클라라에 대한 사랑을 시적으로 표현하는 내용임과 동시에 슈만의 어두운 내면의 고통을 예술로 빚어낸 것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슈만은 클라라를 향한 깊은 사랑을 음악으로 승화시켜 많은 명곡들을 세상에 내놓았고, 그 곡들은 클라라의 손끝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되어 퍼져나갔다. 이렇게 두 사람의 애틋하고 간절했던 사랑이야기는 서양음악사의 연애사상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슈만의 작품 중 오페라에는 [Genovena](1848), 교향곡으로는 [제1 봄의 교향곡(Frühlingssymphonie)](1841)[제3라인교향곡(Rheinishe Symphonie)](1850), 피아노곡으로는 [피아노협주곡](1845) [사육제](1835) [환상소곡집(Fantasiestücke)](1837)[교향적연습곡(Etudes symphonique)](1834, 개작 1852) [어린이의 정경(Kinderszenen)](1838), 관현악이 딸린 대합창곡으로 [Paradies und die Peri](1843), 가곡으로는 [유랑의 무리(Zigeunerleben)](1840) [Myrthen](1840) 등이 있으며, 주요저서로는 [음악평론집(Gesammelte Schriften über Musik und Musiker)] (전 4권, 1854)과 서한집 [R.Schumanns Jugendbriefe](1885) 등이 있다.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 이야기 뒤에는 브람스(Johannes Brahms1833~1897)
의 사랑이야기가 뒤 따른다.
슈만을 찾아 온 브람스의 피아노 연주로 그의 작품을 들어본 슈만 부부는 브람스의 음악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브람스의 천재성을 단번에 알아본 슈만은 <새로운 길>이라는 에세이에서 "시대의 정신에 최고의 표현을 부여한 사람"이라고 그를 격찬했다.
그 후 브람스는 슈만 가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당시 슈만 부부의 일기에는 하루도 그의 작품에 관한 찬사가 없는 날이 없었다. 브람스 역시 이들 부부에 관한 깊은 존경과 친밀감이 더해 갔음은 물론이다. 특히, 당시 피아니스트로서 서른 네 살이던 슈만의 부인인 클라라는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정점에 이르러 있었으니만큼, 20세의 젊은 브람스가 그녀의 뛰어난 미모와 재능에 매력을 느꼈음은 숙명에 가까운 일이었다.
사모의 마음을 '존경, 경애'라는 말로 바꾸어 놓으며 '슈만 부인이기 때문에 존경!'이라고 자신을 타이르면서 그 증거로 [피아노소나타 작품2]를 클라라 부인에게 헌정하고, 또 창작에만 그의 온 정열을 쏟으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클라라에 대한 사랑은 다시금 진정한 사랑으로 피어나는 전환기를 가지게 된다.
1853년 슈만이 정신병이 악화되어 라인 강에 투신했다는 소식을 들은 브람스는 당장에 클라라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1854년 슈만은 요양원으로 옮겨졌다. 브람스는 깊은 상처를 받은 클라라를 도와 절망에서 그녀를 구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 처럼 그녀의 슬픔을 달래고 공감을 나누는 동안 우정과 존경은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갔고, 마침내 그녀를 떠나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브람스의 클라라에 대한 사랑은 슈만이 죽은 후 침착하나 더욱 깊이 있는 사랑의 공감으로 변해갔고, 외부의 장애가 사라지고 그가 자유롭게 클라라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오히려 그의 정열은 차분히 가라앉아 예술적 영감으로 승화되어 갔다. 물론 긴 인생 속에서 다른 사랑의 향기를 느끼게 한 여성이 없었을 리는 없지만, 결국 어떤 여성도 클라라와 멀어지게 할 수는 없었다.
20살부터 64살로 타계하기까지 브람스의 마음속에 있었던 존재는 클라라였다. 클라라가 1896년 타계했을 때 브람스는 "나의 삶의 가장 아름다운 체험이요 가장 위대한 자산이며 가장 고귀한 의미를 상실했다."고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고, 이듬해 브람스는 64세를 일기로 클라라의 뒤를 따라갔다.
슈만과 클라라의 영화로는 애수의 트로이메라이 (1983) Frühlingssinfonie Spring Symphony)로 독일에서 제작되었고, 페터 샤모니가 감독하고, 나스타샤 킨스키가 클라라, 롤프 호페가 클라라의 아버지, 헤르베르트 그뢰네마이어가 슈만, 에다 세이펠이 슈만의 어머니로 출연해 성공작이 되었다.
영화 클라라(Geliebte Clara Clara)는 독일, 프랑스, 헝가리 합작으로 제작되고, 헬마 잔더스 브람스가 감독하고, 마르티나 게덱이 클라라, 파스칼 그레고리가 슈만, 맬릭 지디가 브람스, 벨라 페스트바움이 아버지로 출연한 명화로 기억된다.
무대는 배경에 스크린을 달아 영상으로 슈만의 시나 노래가사를 투사한다. 무대 오른 쪽에 건반악기와 현악기 연주석이 마련되고, 연주자들이 등장해 극적 흐름에 맞춰 연주를 한다. 무대 왼쪽에 탁자와 의자를 놓고, 슈만이 편지를 쓰는 장면이나, 일기를 쓸 때에 사용되고, 무대 중앙에도 의자를 놓아 클라라가 앉도록 했다. 브람스를 해설자로 등장시켜 슈만의 음악가로서의 생애와 클라라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자신과의 인연을 전한다. 조명의 변화와 영상으로 투사된 그림으로 극적 효과를 높인다.
이호성이 슈만으로 출연해 마치 살아있는 슈만을 보듯 호연을 한다. 조윤미가 클라라로 출연해 클라라보다 훨씬 예쁜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김민철이 브람스로 출연해 호연을 보이고, 해설자 역할을 겸해서 한다.
최고은과 이상효가 바이올린, 박성희와 최하람이 비올라, 김경란과 이 삭 그리고 김경미가 첼로, 히로타 슌지와 표르트 쿱카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테너 김현호와 바리톤 박성준이 출연해 열창을 한다.
기획 임수진, 자문 김기영, 음악감독 김화림 등 제작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산울림의 편지콘서트, 임수현 구성·연출의 <슈만, 나의 영혼 나의 사랑>을 영원히 기억될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12월 12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