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아주 예날엔 추석과 설이 돌아오면 부모님들 속 생각도 안하고
옷 한 벌, 양말 한 켤레. 고무신(남자도 옛날엔 고무신 신었씀다) 등등
설레는 맘 뿐이었죠.
그리고 결혼이란 걸 하고 드디어 사랑스런 첫째 아들을 봤습니다.(지금도
사랑스럽습니다. 첫째라는 거 말고, 아들이란 거 말고 착하고 건강하게
생겼으면서 맑은 정신 가지고 사는 아티스트라는 이유를 사랑합니다.) &
둘째도 봤지요. 둘째는 고집쟁이지만 감각이 더 뛰어납니다.
그런데 이 때부터 고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부모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텐데 요즘 아이들이 웬만해가지고서는 만족할 줄 모르잖습니까?
설빔이란 게 요즘 새로 유행하는 걸 앞에 떡 모셔다 줘야 만족합니다.
양말? 신발? 옷? 그건 너무 흔해빠져 도저히 감동을 줄 수 없지요.
그러나 변치 않는 거, 우리 어머니께서 고생하시던 거, 우리 마눌님께서
고생하시던 거... 차례를 지내기 위해 온갖 고민거리를 혼자 다 짏어져야
하는 거죠.
시댁 누구누구에겐 이런 선물이 좋겠다, 이번 차례에 쓸 조기가 이런 건데
가짜일까, 진짜일까... 엄청 올랐다. 이건 장난 아니네? 그렇다면 보너스
다 들어갈텐데 예상 빗나가는 거 아냐?
스트레스는 여기서부터 시작돼서 차롓날이라고 온 친척들은 차려놓은 거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그냥 고스톱만 열심히 쳐댄후 그냥 가는 거죠.
미칠 지경입니다. 누군 쉬고 싶지 않나? 그런데 저들은 여기 와서 실컷
즐기다가 몸만 쏙 빼가고 나머지 고생은 누구 몫? 남편(놈이 왠수?)몫?
^-^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답니다. 그냥 가는 사람, 집에 가서도 할
일은 온통 자기 몫이란 걸 왜 모르겠습니까?
차 타고 가면서도 맘 편치 않은 쪽이 바로 여편이란 사실입니다. 그놈의
잘난 남편은 가자마자 쇼파에 누어 티비 리모콘 독차지 하지요. 마른
빨래 걷어 개지도 않아요. 내일 아침, 당장 쓸 수건도 없는데...
가화만사성이라... 가정이 편하면 모든 것이 편하다라는 뜻 맞지요?
바로 그것입니다. 무릇 남편님들, 여편님들 맘 헤아려 편히 살피소서.
가정은 따로 하는 게 아닙니다. 역할이 있는 게 아니고 서로 맏드는
거지요. 함께 하면 두루두루 행복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일 거들기로 했지요. 뭐 해줄까? 붙임? 아님 튀김?
되돌아 온 말은 뭔지 아십니까?
[알았네, 알았어. 소주 한 잔 하시고 주무시게.]
반말합니다.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요즘은 설겆이 대장입니다. 나도 해야 할 게 있어야 될 거 같아 알아서
한 게 추석, 설 했는데 맨날입니다. 매일 설겆이 대장입니다.
첫댓글 ㅋㅋㅋ 아직은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처지라... ㅡㅜ 저두 곧이겠져.. ㅡㅡ;; 추석...명절이 아름다운건 ㅋㅋ 어릴때뿐?
이해가는 글이네요..웃죠 우리 그냥 그렇게 웃는수밖엔...
제 남편님도 매일 설겆이 해준다고 큰소리랍니다^^ 풀씨님도 아내사랑이 특별(?)하신 것 같은데요~ ^*^
요즘 아내들은 참 많이 편해진듯... 예전엔 남자들 부엌에 얼씬거림 큰일나는줄 알고들 살았는데... 추석 모두들 잘 보내셨겠죠. 타국에서 보는 달은 한국에서 보는것 만큼 크게 안보이네요. 가고 싶군요 한국에..
ㅋㅋㅋ 위로가 되실라나 미스티님.. 여기선 달 못봐여..ㅡㅜ 태풍이름이 매미인 넘이 올라와서 비가 무진장 내립니다요.. ㅋㅋ
여기는 부산 오늘 아침엔 바람도 없습니다. 태풍이 온대서 문 꼭꼭 닫고 난리 쳤더니 비 몇방울 떨어지더니 조용합니다. 오늘 저녁때 쯤에나 바람불고 비가 오려나 봅니다. 폭풍전야란 말이 있듯이 조용합니다.
구름 사이로 흘러가는 달이라도 봤었는데 올해는 너무 섭섭하군요. 어제, 오늘, 반조각으로 잘려진 달이나마 봤지요. 달 보는 날은 별볼일(별 볼일) 없어 좀 섭하지만... 먼 곳에 계신 님 포함 가까이 계신 모든 님들, 행복한 추석 보내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