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책 "미래완료의 시간속에" 시작 글입니다.
1961년 1월1일
새해는 잿빛일까?
지금은 밤 3시 정각, 막 새해에 들어간 시각이다.
흥분이 된다.
체험에 넘친 1960년은 지나가 버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새해가 잿빛일지, 파란 하늘 색일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내가 아는것은, 좀 더 애쓰고 모색하면서 괴롭게
살아야 하겠다는것 뿐이다.
인생이란 어린이 놀이터가 아닌것이며, 우리는 웃고 뛰놀기
위해서 태어난것이 아닌것이다.
주어진 짧은 시간내에게, 단한번인 이 삶에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의 맨 끝을, 맨 속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아는데 까지 알아 보고 그 과정에서 죽는것, 애써서
노력하다 쓰러어지는것, 이것이 삶의 참모습이다.
모든 그 이외의 지식이나 직업이나 생활이란
다 부차적인것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가장 긴급하고 근본적인 유일의 생[테마]는
우리의 현존재의 비밀과 유한성의 고뇌의 극복을
탐지하는것 뿐이다. 정말로 [쇼펜하우엘]의 말처럼
인간과 인간 사이에의 올바른 관계는 괴로움을 같이
(mit-leiden)하는데서 오는 이해 (verstehen)인것 같다.
죽음 을씨로써 속에 지닌 과실로써의 삶을, 우연적
일회적 으로 주어져있는 우리들 누구나의 공통운명이고
괴로움인 죽음을 온갖 사고의 거리에 놓고 거기에서
파생한 모든 허무감 부조리감을 나누어 느끼고 동정하는것
이것은 약함은 아닌것 같다.
이공감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실존에의 돌입을 용이케
하도록 도와주고 계기가 되어줄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식하는 나와 생활하는 나, 내속의 상부구조와 하부구조
내 의식속의 남의 의식속의 나의의식, 커뮤니케이션의
너무나 드물고 너무나 짧은데서 오는 단절감, 비애,
영혼과 영혼이 완전한 고독 속에서 맞부딪치는 해후
만이 진실한것인 타자와의 관계(Bezug)의혹, 나만이
어떤 오식활자 같이 거꾸로 박혀 있는 것 같은 콤플렉스
... 기타 삶의 메카님즘이 요구하는 의무 와 그것에의
반감 및 무력 이 모든갈등(Konflikt)에넘친 가시밭 같은
길이 우리의 삶의 길이다. 매일 우리는 그 길위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땀과 피를 흘리는지 모른다.
공동사회는 우리의 의식이 실존하는것에 반대밖에되지
못하고 세계는 개체와 분쟁상태로 대립해있는 것이고
또 우리는 타자존재 없이는 생각할 수 도없는
세계속의 존제인것이다. 얼마나 얼마나 모순에 넘친
가엾은 존재(Dasein)가 인간인 것일까?
언제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살아야한다. 그것이 소제기
같이 우리를 분말화 하는 것에 불과하고, 삶이란 풍화작용
의 일종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우리는 이무거운 허무감
에 눈을 뜨고 응시해야 한다.
무를 견딜 수 있는 경지를 내속과 내주변에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삶이란 결국 부단히 나에 이르는 길 외의 아무것도
아닌것이다. 이것을 잊지말고 올해는 보다 나에 성실하게
보다 진정한 실존으로써 존재하고싶다.
나와 내죽음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모색하고싶다.
온갖 정신의 게으름이나 낭비를 두려워하자. 무엇보다도
속화에서 그것은 방지되어야 한다.나의 생활을 시작하면
곧 등장할 내 속의 속물을 미리 공포스럽게 혐오하고
멀리하자 언제나 언제나 너 자신이어야한다.
아무앞에 서도 어디에 서도 우리의 일회성을 명심
하고 일순간을 아끼자.
미칠듯이 살자.
이성이 선이라는 것은 더둑 더 믿어진다.
알고있는것과 행하는것은 필연적으로 일치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것이 속인의 경우가 아닐때에는... 철저하고싶은 의지
완성에의 의지가 우리의 내부에는 주어져 있는 것이니까.
1961년은 좀더 성실하게 생을 살기 위해서 철학을
더욱 공부할 것을 자정에 맹세한다.
나를 찾자! 나에게로 돌아가자!
아침 7시다. 엄숙하리만큼 찬 아침 공기속에 새해를
실감한다. 모든 새로운 시작과 마찬가지로 한해의
시작도 몹시 어렵고 고난에 찬것임을 예감시켜 준다.
1961년이 품고 있는 무언지 어둡고 무시무시한 새맛
긴장미가 새벽의 냉기와 함께 심장부를 압박한다.
필연코 행복이나 기쁨이 기다리고 있는 해는
아닐것이다. 그러나 여지없는 성실한 노력을 바친
후회도 애석함도 없는 일년으로 만들어야 겠다.
생명이 타오르는 실감이있는 팽팽한 활줄같이
귀중한 순간들의 연결선으로 된 일년을 만들어야
겠다. 과감할것, 견딜것 참 나와 참 인간존재와
죽음을 보다 깊이 사색할것을 계속할것, 가장 사소한
일에서 부터 가장 큰문제에 이르기까지에 자기성실을
지킬것 언제나 의식이 깨어있을것 이건만이 어떤새해에
있어서와도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나의 의무(Sollen)
인것이다.
밤10시 30분이다. 즐거운 하루였다. 무엇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생각이 내가슴을
덮고 있다. 깊디 깊은 안도감과 따스한 정다움이
나를 즐겁게 한다. 모두가, 외계나 타자의식까지도
나를 따스하게 받아드리는 것 같고 나에게 향해서
문이 열려있는 것같은 느낌이다. 둥글게 뜬 보름달
조금 풀린 추위가 알맞게 뒤덮은 밤공기, 정적
그리고 몇명의 나에게 정다운 사람들, 그들의
심편이 내려 덮어 나를 미소케하는 이유없이
즐겁게 만드는 날 ... 아무나에게나 다정하게
부드럽게만 대하고 싶고 거지아이의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싶은 내려앉은 마음...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는 정말로 표현적이다.
그중에서도 '기분 잡쳤어요'(i got a dirty, airty feeling)
는 멋있고 피가 약동하는 느끼이다.
{폴 앤카}의 '다이아나'(Diana)는 실감이 있는,
'유니크'한 박력있는 노래다. `째즈'가 정말로
점점 좋아진다.
모든것을 잊게하고 그 음악에만 열중시키는
절대적인 무엇(etwas)을 그것은 갖고 있는 것이니까.
오늘같이 모두가 웃고 즐거워 하면서 마음 너그럽게
올해를 보넬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랴!
나와 세계와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갈등 속의 존재'
인것을 생각할때 그리고 나와 남의 의식간엔
대립이 있음을 생각할때 정말로 오늘 같은 쾌감으로만
점묘된 하루가 귀중히 귀중히 느껴지는것이다.
담담하고 따사한 정답고 건강한 한해의
올해가 되었으면.
@ 1934년 1월1일 평안남도 에서 유복한 가정의 장녀로
태어났다.
그는 국민학교시절을 서울과 신의주에서 보넸으며
경성여중,고에 입학하여 중고등시절을 서울등지에서 보네고
법학자인 아버지의 원에따라 서울대학 법과대학에
입학하였으나 법학은 그에 본질적 성향과 어울리지
못했다.
그의 전학창시절을 통하여 받은 관료적 교육은
끝없는 학문에 갈망을 품고있던 그에게 반발을
일으키게 했다.1955년 독일로 출발 뮨헨대학
법의서 문학으로 전공을 옮겼으며 그릴팔쨔와 니이체
에 심취 세미나의 열의, 카톨릭에 입교
(본명 ;마리아 막달레나)1959년 5년의 수학을 마치고 귀국
1960년에 모교인 서울대학교를 비롯하여 이화여대,성균관대학
에서 제자들에게 독문학의 입김을 불어넣어주었다.
그렇게 번역과 많은 치술을 남기며 활동하던중
1965년 1월 10일 일요일 아침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그는 사랑을 남기고 갔으며
그가 생전에 좋아하던 흰장미 한송이의 사랑을 안고갔다.
까만 매니큐어 , 스카프, 그의 번역작품 [생의
한가운데] 의 니나처럼 살려고 노력했다.
그는 갔으나 그가 뿌려놓은 씨는 나무를 이루고
숲을 이루어 우리가슴속에 있다.
뛰어난 여류들 그중에서는 특히 신들린 사람들이있다,
화가 천경자가 그랬고 전혜린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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