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운각(喜雲閣) 대피소
희운각대피소는 대청봉에서 내려와 그 유명한 공룡능선의 기점이며,
천불동코스로 올라와 가야동계곡으로 내려가는 기점이 되기도 합니다
喜雲閣이란 '구름이 기뻐하는 곳'이란 뜻으로 새길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러나 희운각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는데. 바로 그 건물을 지은 분의 호를 딴 것입니다.
1969년 2월 천불동계곡의 최상류인 죽음의 계곡에서
해외원정등반훈련도중 젊은 산악인 10명이 눈사태로 사망한 사건(설악산 10동지 조난사건)을 계기로
같은 해 최태묵이란 분이 사재 100여만원을 들여 만들었고,
자신의 호 희운(喜雲)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애초의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희운각산장에 도착하니 한꺼번에 피곤과 허기가 엄습해 옵니다
일단 지긋지긋한 무게로 내 어깨를 누르던 먹거리들(?)을 쏟아내고서 저녁 준비를 합니다
아니, 고기 구워서 소주부터 한잔~~
녹초가 된 내 몸이 오늘 아침 '처음처럼' 쌩쌩해지기를 바라면서...
건배!
내 배낭에서 나온 꽁치 통조림과 깻잎 통조림....
중간에 버려버릴까 생각도 했었지만, 찌게가 맛있어서 용서를 해줍니다 ^^
산속의 밤은 소리없이 갑자기 찿아옵니다
산장 테라스 한켠에 오늘밤 지친 몸을 지샐 작은 타프를 설치합니다
피곤 때문일까... 둘이서 한병도 못비운 소줏병을, 치우지도 못하고 침낭속으로 들어갑니다
1시간쯤 잤을까 연타발님과 동시에 잠에서 깹니다
하늘의 별들은 도시의 그것들과는 달리 총총....
조금 남아있던 소줏병을 다시 찿고, 덜어온 17살 짜리 발렌타인도 말끔히 해치웁니다
안주는 쵸코 비스킷....
먹다보니 테라스 아래로 뭔가가 왔다리 갔다리 합니다
헤드랜턴으로 비춰보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도망도 안가고...
너구리입니다 ㅎㅎ 갑자기 라면(?) 생각이 났지만, 그냥 다시 잡니다
산장의 아침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됩니다
부산스런 소리에 깨어나니 새벽 5시인데, 벌써부터 이른 산행을 준비하는 산꾼들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아침을 준비합니다
목표는 남은 부식을 최대한 먹어치우기 입니다 ㅎㅎ
밥을하고, 카레도 데워서 후다닥 아침을 먹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애초의 목표인 공룡능선을 포기하고, 양폭을 거쳐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계획대로 못한것이 좀 분하기도 하지만^^ 뭐 공룡은 늘 거기 있을테니...
천불동의 계곡의 선선한 기운을 느끼면서, 쉬엄쉬엄 발도 담궈 가면서 하산을 합니다
천당폭을 지나 양폭에 도착합니다
내려오면서 양폭은 무작정 두갈레 폭포를 상상했었는데, 양(陽)폭이었군요 ㅎㅎ
폭포 모습과 계곡 물들이 더없이 깨끗하고 시원합니다
조금더 내려오니 드디어 비선대에 도착합니다
지난주 불의의 사고가 있었던 적벽도 보입니다
비선대 내려오다 만난 아저씨입니다
잠시 쉬고 계셔서 지게에 지고 가시는 무게를 여쭤 봤는데, 헉! 무려 88kg 이라고 합니다
소공원에서 비선대 매점으로 나르고 계셨는데....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힙니다. 조심해서 다니시길....
하산 내내 배낭 어깨 패드가 부실하다며, 어깨 통증을 호소하던 연타발님이 아저씨 지게를 보고 씩 웃습니다 ^__^
배낭에서 꺼낸 방석으로 만든 즉석 어깨 패드^^
아저씨 지게 어깨끈도 방석으로 패드를 넣으셨더라구요 ㅎㅎ
이제 쉬엄쉬업 계곡길을 따라 소공원으로 내려갑니다
10시쯤 소공원에 도착. 소공원내 식당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하산주를 한잔합니다
파전 1장(15,000원)에 동동주(6,000원) 한병으로.... (역시 관광지라 비싼듯합니다..)
소공원 입구에서 택시를 타고 속초 시내로 들어갑니다
기본 2200원 부터 시작하는 택시 미터기가 부지런히 돌아 올라갑니다
설악산은 시외지역이라 60% 할증이 붙는다고 하는데... 정말 짜증납니다
다시는 설악산에서 택시 안탄다... (15,000원 가량 나온듯..)
속초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설악비치콘도 내 사우나(목욕탕 수준, 4,000원) 하고서
회 먹는것도 귀찮아서, 짜장면 한그릇 먹고서 터미널에 가니 2시 20분 동서울행 버스가 매진이랍니다 ㅠㅠ
다음차는 4시 50분.... 담차 표 끊고, 바로 앞 속초 앞바다로 나가 봅니다
벌써 속초 앞바다는 한여름 피서철을 준비하고 있고 성급한 관광객들은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나도 물속으로 들어가려다.... 참습니다^^
10년 만에 가본 설악산이 예전보다는 자연미가 덜한듯도 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과
신비함을 가지고 있는듯 했습니다
돌아오는 가을 단풍과 지난 겨울 못가본 심설 산행을 꿈구며....
설악아~ 또 보자~~
첫댓글 행복한 여정입니다^^ 지난주 사고는 아쉬움이 가득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공룡 넘어 마등령 거쳐 비선대로 내려섰더라면 힘든만큼 추억은 더했을테지만 요즘으로라면 굳이~ 라고 말하고 싶네요^^
담엔 배낭 무게 줄여서, 공룡으로 가려구요... 팬다님 열심히 산행하시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럽고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아주 깔금하고 잼있게 잘 표현 했네요.아주 오래 추억에 남을 산행인것 같습니다.수고 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분의 호젓하고 멋스러운 영상 잘 감상했습니다....저도 설악산가본지가 오래되었는데 사진을 보니 갑자기 가고 싶은 생각이....^^;
생각만 마시고 한번 떠나시죠... 준비하는것이 제일 즐거웠습니다^^
설악후기만 보면 가슴이 뜁니다.제대로 가보지못한 한이 맺혀있나봅니다.좋은 구경했습니다.^^
재밌는 후기 잘봤습니다...밤하늘에 가득한 설악의 별을 보러가야할텐데....아..또 계획만 십만년..ㅠㅠ
계획이 반 이상입니다^^ 설악 하늘의 별들은 정말 환상입니다
아~~~~~~~~~~~~~~~~~~~~~~~~~~~~~~~~~~~~~~~~~~~~~~~~~~~~~~~~~~~~~~~~~~~~~~~~~~~~~~~~~~~~~~~~~~~~~~~~~~~~~~~~~~~~~~~~~~~~~~~~~~~~~~~가~~~~~~~~~~~~~~~~~~~~~~~~~~~고~~~~~~~~~~~~~~~~~~~~~~~~~~~~~~~~~싶~~~~~~~~~~~~~~~~~~~~~다. 작년 6월에 가봤는데(오색~대청봉~소공원).... 또 가고싶다..... 나도 저런 산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잘봤습니다.
산친구 아니고 **친구입니다.. 제가 꼬드겨서 얼마전부터 산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라면............혹시....... 붕어알? 우리 붕어알중에는 왜 산좋아하는 자식들이 없을까... ㅋㅋ
다음엔 저도 하산을 공룡능선으로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에 설악산 다녀온 이후로 산행에 많이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뭐~ 별것 아니던데요? ㅋㅋ -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공룡으로 안가시고 양폭쪽으로 가셔서 약간 실망 .공룡능선쪽 사진 좀 볼려고 했더니...어쨋든 즐거운 산행을 하셨다니 보약 1재 드신겁니다. 건강하십시요, 잘 봤습니다.
멋진 사진 잘보았읍니다,저도설악에 있었는데 토욜은비때문에 간단워킹했구요,일욜엔 울산암p11후 돌아왔읍니다. 설악은정말 멋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