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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얼굴과 관련된 한자를 소개하면서 입 부분은 혀까지만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 멋진 치아입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이가 있어야 합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외형적인 측면에서도요... 이 이는 처음에 젖니가 나고 좀 자라면 간니가 나는데, 젖니는 달리 배냇니라고도 하고 한자로는 유치(乳齒)라고 합니다. 유치는 생후 보통 7~8개월이면 납니다. 여자는 7개월, 남자는 8개월 만에 난다고 그러죠? 아기가 잇몸이 간질거려 참을 수 없는 지경에서 잇몸을 뚫고 이가 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정말 귀엽습니다. 다만 나의 아기라고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생후 7~8년이 되면 이를 갈기 시작합니다. 보통 의학적으로 만6세면 영구치가 난다고 하는데 《사기·공자세가》에 보면 「야합(野合)」이란 말을 설명하면서 주석서인 《정의》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남자는 8개월 만에 이[齒]가 나고 8세에 이를 갈며 …… 여자는 7개월 만에 이가 나고 7세에 이를 간다." 남자보다 여자의 발육이 조금 빠르다는 것을 옛날에 벌써 캐치를 한 것입니다. 간니는 한자로 영구치(永久齒)라고 합니다. 영구치는 말 그대로 한번 빠지면 더 이상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아주 잘 관리를 해야 하죠. 이런 이의 모양을 나타낸 한자가 바로 치(齒)자 입니다. 「이 치」(齒)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갑골문자를 보면 입 속의 이가 엉성하게 난 것이 영구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나는 젖니도 아닌 것 같죠? 마지막 사진의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것을 문자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금문부터는 지(止)자가 추가되는데 이는 뜻과는 상관이 없고 음을 나타내기 위한 요소, 그러니까 음소로 추가된 부분입니다. 한편 사람들은 나이를 헤아릴 때 치(齒)자를 씁니다. 연치(年齒) 또는 연령(年齡)이라고 하는데, 령(齡)자에도 치(齒)자가 들어있죠? 한창 때의 아가씨 나이를 묘령(妙齡)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뜻입니다. 이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대충 사람의 이를 보면 몇 살인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말의 경우는 이를 가는 정도에 따라 말의 나이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책에까지 기록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영화 같은 것을 보면 말을 사려는 사람이 말의 입을 벌려보는 것이 괜한 행동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말의 건강 상태는 물론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려는 것이죠. 이를 나타내는 다른 한자도 있습니다. 바로 「어금니 아」(牙)자입니다. 위의 사진은 개의 입을 나타낸 사진인데 맹수답게 목표물을 한번 물으면 절대로 빠지나가지 못하게끔 날카로운 이가 바이스처럼 아래 위로 꽉 물려 있습니다. 아래 위로 꽉 물린 이를 나타내는 것으로는 악어의 이만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저렇게 아래 위로 맞물려 있는데도 아귀가 딱 맞는 것이 신기하게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어금니 아」(牙)자의 금문-금문대전-소아 「어금니 아」(牙)자는 갑골문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위의 금문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한번 돌려서 보면 위의 개를 찍은 사진처럼 꽉 물린 입과 비슷한 모습을 띠겠죠. 그런데 우리는 齒의 훈은 "이" 라 하고, 牙의 훈은 "어금니"라고 합니다. 실은 어금니가 齒입니다. 당나라 문인으로 당송고문 8대가의 한 사람인 한유(韓愈)의 명문장 〈사설(師說)〉에 보면 "무당과 의원, 악사, 공인들은 군자들이 (자기와) 동등하게 여기지 않는다(君子不齒)"는 말이 나옵니다. 이로써 치(齒)자에는 평평하다는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몇 종류 안 되는 이 가운데 평평하게 가지런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예, 어금니입니다. 그리고 동물의 날카로운 이는 송곳니 안쪽의 이인데, 이 이가 바로 아(牙)입니다. 그래서 아(牙)는 날카롭다는 뜻도 포함하고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를 합쳐서 우리는 치아(齒牙)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 같이 이를 진료하는 의원을 우리나라에서는 치과(齒科)라 하고 중국에서는 아과(牙科)라고 합니다. 실없는 생각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금니에, 중국 사람들은 앞니에 많은 문제가 생기는 모양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제가 가장 혐오하는 동물 중의 하나가 바로 뱀입니다.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 비늘로 덮인 몸으로 구불구불 기어다니며 입으로는 혀를 날름거립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성경》에서도 보면 인류를 타락시킨 주범으로 뱀을 지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사람이 안 넘어가면 그만인데 참 뱀으로서는 통탄할 만한 일이지요. 이 뱀의 가장 특징적인 것이 바로 혀입니다. 뱀의 혀는 두 갈래로 갈라졌습니다. 멘델스존의 유명한 음악 「한여름밤의 꿈」에도 "혀가 갈라진 얼룩뱀(you spotted snakes with double tongue)"이라는 노래가 등장합니다. 혀가 갈라진 동물이 어디 뱀 뿐이겠습니까만 사람들이 관찰하게 좋도록 노골적으로 혀를 날름거리는 동물은 아마 뱀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이유는 다른 동물이나 사람을 위협하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죠. 온도와 습도, 냄새까지도 혀로 감지한다고 합니다. 감각기관 때문에 혐오스런 동물이 된 셈이지요. 이런 뱀이 입으로 혀를 밖으로 내밀어 날름거리는 모습은 어떨까요? 사진으로 보면 위와 같은 모습일 것이고, 문자상으로 표현을 하면 바로 아래의 글자 「혀 설」(舌)자가 될 것입니다. 「혀 설」(舌)자의 갑골문-금문-소전 어때요? 정말 많이 닯지 않았습니까? 혀가 특징적인 동물의 모양을 가져다 문자화하는 중국인의 지혜가 참으로 기가 막히다는 생각입니다. 「혀 설」(舌)자가 들어가는 문자로는 「말씀 화」(話)자가 있습니다. 말씀 화(話)자는 言과 舌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言자는 입으로 관악기를 부는 모양에서 나왔고, 舌자는 입의 혀를 표현한 문자입니다. 말을 할 때는 혀가 있어야 하니 정말 잘 만들어진 글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牙에 날카롭다는 뜻이 있고 齒자에 어금니라는 뜻이 있음을 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