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단기선교 일기(2013. 07. 29, 주일) 여행기
2012.09.08.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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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뚫고 달려온 버스는 5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30여 개의 화물과 개인 짐을 내려 cart에 싣고 대합실 안으로 들어가 긴의자에 앉아 탑승수속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밤새 잠을 자지 않고 달려 왔기 때문에 모두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함에도 중고생들은 게임을 하며 공항 바닥이 무너져내릴 듯 뛰고 달리며 장난을 친다. 여러 번의 교육과 주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연성 가스통이 짐 안에 들어 있어 시간이 좀 늘어지기는 했지만 목사님께서 동분서주하신 덕택으로 무사히 심사대를 통과하여 9번 탑승구로 모두 모였다.
어제 점심으로 콩국수를 과식해서인지 아니면 긴장으로 인한 과민증상인지 버스에서 내리기 직전부터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배속에서 꼬르륵꼬르륵 물내려가는 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당의정 정로환을 4번이나 먹었음에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여튼 생기다 말았는지 별 것도 아닌 일에도 늘 바싹 긴장하고 생리적으로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서해안을 따라 내려간다. 서해대교, 새만금방조제, 제주도의 서쪽 해안선이 만들어 놓은 모형처럼 조그맣게 내려다 보인다. 나도 모르게 한참을 늘어지게 자고 났는데 비행기가 인도지나해 상공을 날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망망대해 속에 하얀 구름이 점점이 박혀 있다. 비행 정보를 알리는 화면에 아직도 잔여 비행 시간이 2시간 40분이란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그로기 상태인데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헤드폰을 머리에 쓴 정환이는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비틀어 흔들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대며 온몸을 앞뒤로 흔들어댄다. 내가 정환이를 모른다면 적어도 이상한 놈으로 보였을 것이다.
정말 지루하고 지겨운 시간을 죽인 끝에 호치민 공항에 착륙했다.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잠시의 시비를 수습하고 많은 짐을 찾아 공항을 빠져나오니 시하눅빌의 오창수 선교사님이 대형 버스를 대기시켜 놓고 기다리신다. 오토바이가 길 위를 난무하듯 달리는 호치민 시내를 빠져나와 뒷바퀴의 빵구로 40여 분 지체한 뒤 시간 반을 달려 베트남과 캄보디아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베트남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 땅으로 들어 갔다. 국경 근처 휴게소에서 2달러 하는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캄보디아의 수도인 프놈펜을 향하여 달렸다.
베트남의 길 좌우 풍경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좌우로 넓게, 때로는 아스라하게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평원에는 푸르름이 가득하다. 야자수 등 열대 나무와 적절하게 어우러진 마을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 놓은 듯 오후 햇살에 드러나 보이고 익은 벼와 갓 심은 벼가 함께 공존하는 논이 넓게 펼쳐진 곳곳에 분홍색 연꽃이 가득 피어 있는 습지가 나타난다. 중앙선을 넘나들며 곡예를 하듯 두 시간 반 넘게 달려가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정말 풍요로워 보였다. 남한 두배 면적의 국토는 75%가 평야 지역이고 사철 여름인 까닭에 70%가 산악인 우리나라에 비해 남한 면적의 10배가 넘는 농경지를 가지고도 세계 최빈국이라니 이해할 수가 없다. TV에서만 보았던 메콩강을 ferry boat로 건너는 느낌은 감동 그 자체였다. 강폭이 수백 미터되는 황톳빛 강물을 건너 달리고 달려 프놈펜 외곽의 '사랑의 집'에 도착했다. 온몸은 지겨움과 허기가 겹쳐 기진맥진해 있지만 허창환 선교사님과 어린 원생들의 '안녕하세요'하는 우리말 인사에 다시 생기가 돋는다. 삼겹살과 함께 준비한 저녁을 먹고 무사히 도착하게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린 다음 shower를 하고 잠에 골아 떨어졌다.
[출처] 캄보디아 단기선교 일기(2013. 07. 29, 주일)|작성자 대암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