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진도 쌍계사
쌍계사 대웅전 마당의 동백 나무 아래 고양이 한 마리가 폼을 잡고 쉬고 있다.
쌍계사 동백꽃…눈물처럼 똑 떨어지다
폐쇄된 조선 양반사회 파격적 러브스토리
전도연-배용준 밀당 끝에 사찰서 입맞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으로 유명한 진도. 13척의 배로 무려 130여 척에 달하는 왜군에 맞서 대승을 이룬 역사의 현장을 떠올리며 진도대교를 달린다. 식목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해남과 진도를 잇는 다리를 건널 때, 상큼한 꽃내음이 진동했다.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봄향기가 짙어지는 듯하다. 진도는 완연한 봄이다. 봄꽃들이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트리며 나보란 듯 앞다퉈 얼굴을 내민다.
우화루 아래 계단을 올라서며 보이는 쌍계사 전경.
진도의 대표명소 쌍계사는 영화 ‘스캔들’을 찍은 천년고찰이다. 남녀간 애정관계에 있어 제일 까다롭고 보수적이랄만한 조선시대에, 그것도 청상과부와 능청스런 선비가 속된말로 ‘밀당’ 끝에 입맞춤을 나눴던 장소가 바로 쌍계사다. 과부로 분한 전도연과 선비역을 맡은 배용준은 특유의 연기력으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받쳐줬다. 급기야 그 해 청룡영화제에서 배용준은 연기력을 인정받아 신인 남자배우상을 거머줬고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상하이국제영화제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영화 속 쌍계사 시왕전 옆에 선 배용준과 전도연.
9년간 수절하며 열녀문까지 하사받은 고고한 숙부인 전도연이 배용준의 ‘작업’에 넘어가는 장치는 스릴 만점이다. 조선 최고의 요부 조씨 부인을 맡은 이미숙이 사대부 현모양처로서 표리부동한 삶을 리얼하게 연기하는 대목도 볼거리다.
영화는 폐쇄된 조선 양반사회에 벌어지는 파격적인 이야기를 화려한 의상과 화장법, 음식 등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18세기 후반 조선이 배경인 이 영화는 완성도 높은 영상미로도 호평을 받았다. 그런 제작팀이 고심 끝에 촬영지로 선택한 곳이 바로 진도 첨찰산 아래 있는 쌍계사와 운림산방이다.
쌍계사와 이웃하고 있는 운림산방.
진도읍에서 남동쪽으로 왕무덤재를 넘어 7km거리에서 동으로 반경 2km 정도의 들판지대 위로 올려다 보이는 해발 485m의 첨찰산은 진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정상에 봉화대가 있어서 일명 봉화산이라고도 불린다. 첨찰산에 자리한 쌍계사는 조계종 제22교구본사 대흥사 말사로 857년(문성왕 19)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일주문부터 누런 진돗개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쫓아다닌다. 쌍계사 내방객 안내담당인 누렁이 ‘알콩이’인 듯 하다.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면 2층 누각인 우화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우화루 아래 계단을 통해 오르면 쌍계사 대웅전과 시왕전 원통전과 첨찰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참배 후 사찰을 둘러보니 발 아래 활짝 핀 채로 떨어져 있는 동백꽃과 고풍스러운 전각들 멀리 펼쳐지는 산 능선이가 모두 조화롭게 다가온다. 긴 시간을 법등(法燈)을 지켜온 고찰이 주는 평온함을 느끼며 긴 시간 경내를 둘러본다. 우화루 앞에는 제법 오래된 향나무가 대웅전 앞 마당에는 동백나무 한 그루와 배롱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지금은 동백꽃이 가을이면 붉은 배롱나무 꽃이 사찰을 장엄한다. 붉은 꽃이 핀 배롱나무 또한 쌍계사의 명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쌍계사 일주문, 진돗개 ‘알콩이’가 반갑게 맞이한다.
진도 쌍계사도 하동 쌍계사와 같이 사찰 양 옆으로 계곡이 있다. 계곡은 천연기념물 제107호 지정된 상록수림이 덮고 있다. 사찰 옆 계곡을 따라 첨찰산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있다. 상록수림으로 이어진 터널길을 둘러본다. 등산로 주변에 인공보조물이 전무해서 태고적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 있다.
쌍계사에 운치있게 쌓여진 돌담 옆으로 조선 후기 화가 허련이 지내며 작품활동을 한 운림산방 보인다. 영화 ‘스캔들’에서 뱃놀이 장면 등 많은 장면들이 촬영된 곳이다. 고건물과 정원이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고 지방기념물 제51호로 지정돼 있다.
영화 ‘스캔들’ 마지막 장면, 조씨 부인의 간계로 조원이 숙부인을 내치고 죽임을 당하자 숙부인 또한 차디찬 겨울 강물 속으로 뛰어 든다. 붉은 목도리만 남긴 채. 둘의 사랑을 확인했지만 사랑의 인연은 아마도 이번 생엔 어려웠던 것 같다. 쌍계사 붉은 동백이 눈물처럼 똑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