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4일 중국은 중국돈 위안화를 통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중국은 외환보유액 증대를 위해 달러를 통한 외국인 직접투자만을 허용했지만, 위안화의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위안화를 통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허용한다는 것은 세계경제에 변화를 예고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
중국이 위안화 직접투자를 허용하게 된 배경에는 위안화를 국제 기축통화로 만들어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리커창 부총리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리 부총리는 국제금융도시인 홍콩을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전진기지로 삼고 이를 통해 중국 본토의 경제적인 영향력을 점차 전 세계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중국이 동남아국가연합인 아세안(ASEAN) 10개국과 위안화 무역결제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기축통화 논쟁의 발단은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국제 경제 불안이 이어지면서 달러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틈새를 이용해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 기축통화로 만드는 일에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기축통화는 세계 무역 거래에 통용되는 보편적 화폐다. 과거엔 영국의 파운드화가, 지금은 달러가 기축통화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세계적으로 원활히 유통될 수 있도록 유동성이 풍부하고,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서 기축통화는 경제력 뿐 아니라 정치력, 군사력까지 반영돼 있다. 이론상으로 기축통화 국가는 외환위기에 직면할 위험이 없다.
기축통화 국가는 시뇨리지(화폐 주조 차익. 화폐의 액면가에서 제조 비용을 뺀 이익) 효과를 누린다. 즉 미국이 100억달러를 찍어내 이를 외국상품 수입에 쓸 경우 화폐 발행 비용에 해당하는 푼돈으로 100억달러 가치의 실물 상품을 얻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국제경제연구소가 향후 10년내에 중국의 위안화가 미국 달러를 제치고 국제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아빈드 수브라마니안 연구원은 새로 출간한 책 '중국 경제 지배의 그림자 안에서 살아가기(Living in the Shadow of China's Economic Dominance)'에서 “위안화가 10년안에 달러화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브라마니안 연구원은 지난 8월 31일자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2030년이 되면 중국의 경제 지배력은 1970년대 미국, 1870년대 영국이 누렸던 것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중국의 지배력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빨리 위안화가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 잡도록 할 것"이라며 "위안화의 기축통화 부상은 10년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경제학자 베리 아이켄그린이 '미국 경제가 영국을 추월한지 10년 안에 달러화가 파운드를 제치고 기축통화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도 달러화 위상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0월 20일 '위안화 국제화의 영향과 기업대응 전략'보고서를 발표, “위안화 무역결제가 실현될 경우 국내기업들의 대중국 영업력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중국에 자회사를 둔 국내기업은 환전이 불필요해 비용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가 가능한 것은 물론 위안화로 결제받은 중국기업은 외환확인증명서 발급 등 추가 사무절차가 생략돼 국내기업들이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해에 현지 사무소를 오픈한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가운데 중국 상해에 사무소를 여는 것은 한국은행이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상해에 사무소를 열기로 한 것은 금융 중심지에 정보의 안테나를 높이 세우는 한편, 장기적으로 달러·유로화 일변도의 투자를 다변화하기 위해서이다. 한은이 위안화 표시 채권·주식에 곁눈질하는 것은 다가오는 위안화의 세기를 절감하게 하는 변화다.
하나, 신한, 국민, 우리를 비롯한 주요 은행들은 중국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위안화 표시 여행자 수표를 판매하고 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의 고도(古都)를 방문하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연 300만명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신용카드에 비해 장점이 많은 결제수단인 여행자 수표 서비스를 개시한 지도 벌써 1년여가 흘렀다.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 기축통화로 만드는데 깃발을 들고나왔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향후 10년내 미국 달러를 제치고 국제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기축통화란 무엇이고,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배경, 그리고 달러를 대신하여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기 위해 네이버 지식검색 사이트에 올라 있는 김철환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글을 통해 소개한다.
◆ 기축통화란?
지구상에는 250개국 이상의 국가가 존재한다. 이들 국가의 대부분은 자국의 통화를 가지고 있다. 국가 내에서 통화는 계산의 단위, 교환의 매개, 가치 저장의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 통화의 기능을 갖추었다고 해서 그 통화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적으로 계산의 단위, 교환의 매개, 가치의 저장이라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통화만이 국제거래에서 통용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통화 가운데 매우 한정된 몇 국가의 통화만이 국제거래에 통용되는 세계 통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바로 기축통화(vehicle currency)이다.
금은 상품의 가격이나 환율의 표시에 적용할 수 있는 계산의 단위로도 적합하다. 금은 또한 어느 국가에서나 국제거래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금은 더 나아가서 인플레이션, 전쟁, 혁명 등의 혼란스럽고 급변하는 상황에서 가치저장의 수단으로도 매우 적합하다. 즉 금은 대외거래에 통용되고 동시에 지불준비수단으로 인정된다. 이와 같이 금을 국제거래의 결제수단으로 사용한 시대가 금본위체제(gold standard)의 시대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무역이 확장되고 그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금으로는 필요한 무역결제나 지불준비자산을 충당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에 따라 부족한 금 이외에도 미국달러를 추가적으로 국제결제 통화로 사용하게 되었다.
◆ 미국달러화가 국제결제통화로 인정받은 이유
첫째, 정보비용 때문이다. 공산품에 비해서 질적 차이가 거의 없는 원자재나 농산품의 가격은 보통 달러화로 표시되고 있다. 상품의 가격을 특정한 통화(달러화)로 표시하면 특정한 상품의 가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상품거래의 계약에서도 단일 통화로 표시함으로써 거래의 정보비용을 낮출 수 있다. 또한 환율을 고정시키는 데에도 하나의 통화를 기준으로 하면 국가 사이의 환율 결정에도 편리하다.
미국달러화는 정보비용, 거래비용, 가치저장 기능 등의 측면에서 국제결제통화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 거래비용 때문이다. 페루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페루 화폐(누에보 솔)를 직접 환전하기도 쉽지 않고 환전비용도 비싸다. 달러화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통용되는 통화이므로 원화로 달러화를 구입하고 구입한 달러화를 사용하여 페루의 누에보 솔을 매입하는 것이 편리하고 유리하다. 따라서 달러화가 원화와 누에보 솔 사이 교환의 매개 역할을 한다.
셋째, 가치저장의 기능이다. 가치저장의 기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통화의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통화의 미래 가치가 불확실하지 않을수록 그 통화에 내재된 구매력이 보장된다. 국제금융 거래에서 대출과 예금이 주로 달러화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현상은 금융거래에서 달러의 가치저장 기능을 높이 인정하기 때문이다.
◆달러화 가치의 하락, 새로운 기축통화의 출현?
미국이 채무국으로 전락하고 막대한 경상수지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기축통화로의 달러화 위상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 국가의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화의 비중이 감소하는 현상은 바로 이러한 우려의 반영이다. 달러화 가치의 하락이 곧바로 달러화의 기축통화 위상 상실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달러화를 대체할 마땅한 다른 통화가 없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영국의 파운드화가 주된 기축통화의 위치에서 밀려난 것은 파운드를 대신할 달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유로화는 한 때 각광을 받았으나 달러를 대체할 정도는 아니다. 유로화 사용국가의 경제적 규모는 미국에 버금가고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유로화의 영향력은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기축통화로서의 최우선 조건은 통화가치의 안정성이다. 유로화는 가입국의 정치경제적 배경이 다양하기 때문에 유로화가 단일국가의 통화와 같이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설령 유로화가 존속하더라도 회원국 대부분이 짊어진 막대한 재정적자와 고령화된 인구구조, 그리고 단일 금융감독기관의 부재는 유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영국이 유로화에 가입할 경우 유로화의 위상은 엄청나게 상승할 수 있으나 이러한 가능성은 매우 약하다.
일본 엔화 역시 달러화가 약세일 때 기축통화로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와 낙후된 금융시장으로 인하여 엔화가 세계 기축통화로 부상하기는 어렵다. 엔화는 달러화를 보완하는 2등급의 국제결제통화로의 부상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달러화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최근 중국 위안화의 급부상으로 엔화는 아시아 경제권에서의 지역통화로 통용되기에도 한계가 있다.
◆ 위안화가 새로운 기축통화로 부상할 수 있을까?
중국은 막대한 경상수지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2.8조 달러 이상의 외환을 보유한 세계최대의 외환보유국이다. 중국은 세계최대의 수출국이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채무도 작고 재정수지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최근 위안화를 이웃국가에게 소개하고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중국의 위안화가 세계의 기축통화로 부상하기는 그리 쉽지는 않다.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부상하기 위해서 중국은 환율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도록 허용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은 자본의 이동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풀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초래하여 중국의 수출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동시에 급증하는 외국자본의 유입은 중국경제의 거품을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위안화가 급하게 세계의 기축통화로 자리 잡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