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을 보다 피가 나오면 정말 깜짝 놀라게 된다. 보통 소변색깔이 노래지다 못해 콜라색이 되면 뭔가 이상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데, 실제 빨간색으로 선명하게 출혈이 일어나기도 하고 실핏줄처럼 미세하게 묻어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고 검사상으로만 나타나기도 하는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요새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소변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출혈이 계속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변의 색깔이나 상태만으로도 많은 건강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한의사를 포함한 의사들은 진료할 때 소변과 대변을 신중하게 검사하고 살펴 왔다. 숙종 45년 2월 15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왕의 혈뇨(血尿) 증상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왕이 “근래에 여러 증후가 더욱 위중해졌는데도 여러 신하들이 공사(公事)가 매우 빈번해서 그때마다 수응(酬應)하느라 다른 병이 겹치게 되었다”고 얘기하는데, 이어서 말하기를 “백 가지 병이 번갈아 침범하여 진실로 참고 견디기 어려운데, 전부터 신하들과의 수응이 번거로워지면 포만(飽滿)함이 반드시 더하였다. 근래에도 수응이 조금 지나치면 가슴이 답답하고 코에서 열이 나며, 또 오줌에 피가 나오는데, 점점 첨가되니 어찌 절급한 근심이 아니겠는가?”라고 얘기하여 가슴과 배의 답답함과 코 부위의 열 그리고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이 동반돼 나타남을 기술했다.
물론 이 당시는 소변검사가 없었으므로, 육안으로 확인이 될 만큼 출혈이 있었을 것이다.
소변 출혈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소변을 만들고 저장하고 방출하는 콩팥과 방광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방광염이나 신우신염 같은 경우에는 고열을 동변하면서 소변색깔이 콜라색으로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경우 신속하게 염증 치료를 해주는 것이 좋은데, 반복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경우에는 한약으로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이 좋다.
요새는 예전처럼 외부에서 나쁜 병균이 쳐들어온 경우보다는 내 몸속에 있던 세균들이 반란을 일으킨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인데, 실제 스트레스나 육체적 피로가 심할 때 이런 병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 바로 그 증거라 하겠다. 숙종의 경우에도 신하들과의 업무처리가 과도해지면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니, 역시 정신적·육체적 피로에 의해 신장이나 방광의 기능성이 떨어져 출혈이 생겼던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리고 피를 걸러서 소변을 만들어내는 신장과 이러한 소변을 저장하는 방광 사이의 요관, 또는 저장했던 소변을 방출하는 요도 등의 요로계에 염증이 생기거나 직접적인 상처가 나서 출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요로결석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경우는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통증을 ‘산통(疝痛)’이라 부른다.
산통이란 고환부터 시작해서 아랫배까지 당기고 아픈 증상을 얘기하는데, 심한 경우 가슴이나 등까지 아프기도 한다.
그리고 그 통증의 양상이 자못 심해서, 대부분 응급실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숙종 29년 8월 13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숙종이 바로 이러한 산증을 앓아서 뜸을 뜬 지 한참만에야 조금 안정이 됐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래서 숙종의 소변 출혈이 요로결석 때문이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