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 조선시대 왕들의 숙취해소법
오늘은 조선시대 왕들의 숙취해소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왕처럼 먹고 왕처럼 살아라>의 저자
장동민 한의사, 연결돼 있습니다.
(전화 연결 - 인사 나누기)
Q1. 지난 시간에 술에 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술을 마실 때 주의사항이 더 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술을 마시다 보면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상당히 위험한 경우입니다. 보통 술기운이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심박동수가 증가하게 되고 자연스레 혈관이 확장되어 증가된 혈류량을 감당하게 되는데요, 특히 얼굴에 퍼져 있는 모세혈관들이 팽창하게 되면 주위사람들의 눈에는 얼굴이 빨갛게 변해진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혈관이 팽창하지 않고 오히려 축소되어 얼굴이 하얗게 보여 진다면 상당히 위험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는 ‘얼굴이 흰 사람은 과음하면 혈을 상한다.’ 라고 해서, 음주 시 주의사항으로 손꼽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럴 때 강제로 술을 권하는 일은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지요.
Q2. 조심해야겠네요.
또 다른 주의사항은 없을까요?
또한 <동의보감>에서는 ‘술을 거칠게 먹거나 급히 마시면 폐를 상한다.’ 라고 경고하고 있는데요, 보통 모두들 한두 번쯤은 술 마시다가 기도로 술이 넘어가 사래 걸려서 고생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자칫 잘못하면 폐를 상할 수도 있으니 소위 ‘원 샷(one shot)’과 같이 술을 급하게 빨리 먹는 음주문화는 정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술을 마실 때 안주를 먹지 않고 술만 먹는 분들이 종종 계신데요, 이렇게 빈속에 술을 마시게 되면 그만큼 위장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안주를 곁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식사부터 한 후에 가볍게 반주를 곁들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Q3. 그래서 옛날부터
“뭐라도 좀 먹고 난 다음에 술을 마시라.”는
얘기가 있었던 거겠죠.
그런데 반대로 술을 마시고 난 다음에
“배가 부르다.”면서도 꼭 밥을 챙겨먹는 사람도 있죠?
네 맞습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저도 그러는 편인데요, 음주 후에 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꼭 집에 가서 밥을 차려먹거나 아예 해장국 집에서 밥을 먹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면, 그래야 그 다음날 편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이는 절대적으로 ‘비만’의 지름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피부를 보면 꼭 피부병이 나 있습니다. 보통 습열(濕熱)이 몸에 많이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경우가 많은데요, 가뜩이나 몸에 쓸모없는 열이 많이 쌓여 있는데 마치 불난 데에 기름을 붓듯 하는 상황이 되니 피부를 뚫고 피부병이 발생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는 ‘음주 후 강식(强食)하면, 즉 과도하게 식사를 하면, 옹저(癰疽) 즉 피부병이 나타나기 쉽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Q4. 이밖에 음주 후 주의사항으로..
어떤 점을 짚어주시겠어요?
자고이래로 과도한 음주 후에 취한 상태에서 부부관계를 가지는 것은 극도로 피하는 일로 되어 있습니다. 실제 과음한 상태에서 입방하면 주기(酒氣) 즉 술기운과 곡기(穀氣) 즉 음식의 기운이 몸의 중앙에서 서로 공격하여 몸 전체에 열이 퍼지고 피부병이 생기고 해수병이 생기며 소변이 붉어지고 나아가서는 수명을 단축하게 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음은 실제 성기능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실제 과음 후에 입방하는 습관으로 인하여 성기능장애가 초래되어 한의원 진료실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아주 많은데요. 소량의 음주는 혈맥을 순환시켜서 성욕을 증진시키고 성감을 고조시키게 되지만, 정도 이상의 음주는 오히려 성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음으로 인하여 마음이 어지러워지고 정신과 혼백이 혼미한 상태에서의 성관계는, 서로의 몸과 마음을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2세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니, 특별히 더 주의해야 합니다.
Q5. 혹시 음주 후에 특히 더 조심해야하는 질병도 있나요?
<동의보감>에 이르기를 ‘술 취해 누워서 바람을 맞으면 목이 쉰다.’라는 조문이 나오는데요, 아마도 이는 음주로 인해 몸이 더운 관계로 추운 줄도 모르고 찬바람을 마구 맞게 되면 감기와 같은 질병에 걸리게 됨을 지적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실제 한겨울에 길가에서 동사(凍死)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과음으로 인한 판단착오로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조심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탁주를 마시고 면(麪)종류를 먹으면 기공(氣孔) 즉 기의 구멍이 막힌다.’라는 조문도 있는데요, 여기 탁주는 막걸리와 같은 술을 의미합니다.
Q6. 조선 시대 왕들의
숙취해소법은 어땠나요?
조선시대 왕들 중에서 자신의 술독, 즉 주독(酒毒)에 대해 대놓고 언급한 왕은 연산군인데요, 연산 11년 7월 25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왕이 대비와 함께 경회루의 연꽃을 구경하고, 시를 지어 바치게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때 승정원에서 원중(院中)에 수정 포도(水精葡萄) 한 덩굴이 익었으므로 승지들이 따서 얼음 넣은 쟁반에 담아 왕에게 바치니, 왕이 스스로 시를 지어 내리기를, 다음과 같습니다.
“얼음 채운 파랑 알이 달고 시원해 / 옛 그대로인 성심에 절로 기쁘네. / 몹시 취한 주독만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 병든 위(胃) 상한 간(肝)도 고쳐 주겠네.” 다시 말해 얼음 채워 시원한 포도를 먹으니, 숙취도 해소되고 위와 간에 생긴 병도 고쳐지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한 것인데요.
또한 연산 2년 2월19일의 기록에는, 중국에 다녀오는 사신들에게 약재들을 사가지고 오게 하는데, 그 중에 콕 집어서 ‘주독(酒毒)을 푸는 빈랑(檳榔)’을 사가지고 오라는 주문을 합니다. 그만큼 본인의 주독을 푸는데 관심을 가졌던 것인데요, 사실 ‘흥청망청’이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주색에 탐닉했던 왕이기에 별로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Q7. 연산군의 숙취해소법이
실제 효과가 있는 건가요?
아마 그 당시 연산군은 과도한 주색으로 인해 몸에 허열이 많이 올라와서 갈증이 심했었나 봅니다. 사실 사람들은 저마다 음주후의 숙취해소법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경우가 바로 땀을 내는 방법입니다. 실제로 한의학에서는 숙취해소에 있어서 가장 기본 되는 정신이 바로 발한(發汗) 즉 땀을 내는 것과 이소변(利小便) 즉 소변을 시원하게 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숙취해소를 위해 적당한 양의 땀과 소변을 배출시키는 방법은 매우 권장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흔히 하듯이 사우나에서 한증으로 땀만 자꾸 빼게 되면 기운에 손해가 많고, 갑자기 열이 폭주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고요, 가벼운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땀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8. 앞서 연산군이 달달한 포도를 먹었다고 하셨는데요.
꿀물처럼 달달한 것들은
숙취에 어떨까요?
꿀물과 같은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갈증이 난다고 찬물이나 냉차를 함부로 마시는 것은 큰 잘못인데요, 허약한 사람은 평소에도 아침 식전에 생수를 한잔 마시면 배가 아픈데, 술까지 마신 뒤라 내장이 더욱 지쳐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찬물을 마시게 되면 배가 벙벙하고 소화가 안 되든지 설사가 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허리와 무릎이 무거워지고 방광이 차갑게 아프며 몸이 붓고 당뇨병이 생기거나 마비가 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는 단 맛이 나는 처방뿐만 아니라 단 맛이 나는 음료수까지 조심하기를 권고하고 있으니, 너무 단 맛이 도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실제 구토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Q9. 숙취해소용 한약도 있나요?
그렇습니다. 숙취해소용으로 한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실제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여러 가지 처방을 응용해 치료합니다. 그리고 아예 술자리에 가게 될 때는 미리 이러한 약을 준비해 가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숙취에는 북어에 콩나물과 무를 넣고 푹 끓여 먹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고 하는데요. 물고기는 육류보다 성질이 담백하고 서늘해서 술로 인한 염증을 시원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어는 더욱 담백하며 가정에 준비해 두기도 쉽고, 콩나물과 무는 본디 해독을 잘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적합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술독을 해소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칡차도 좋습니다.
지금까지 장동민 한의사와 함께
‘조선시대 왕들의 숙취해소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