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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그 마지막 이야기
문을 닫기 전에...
음..... 여기 쯤에서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벗님들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일런지도 모릅니다만, 낭월이에게는 매우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낭월이의 경험담입니다만, 아직도 가슴 한쪽에서 못처럼 박혀 있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꼭 마무리하기 전에 드려야만 낭월이가 사부님께 지은 빚을 갚을것 같아서 말입니다.
전에 실전을 통해서 낭월이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드렸습니다만, 그 속에서 명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게 된 이야기도 드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두어달 정도 공부를 한 후에 생긴 일이 있습니다.
제가 당시에 도봉산의 제법 큰 절에서 기거를 하면서, 명리공부를 하러 쌍문동까지 저녁이면 내려 갔다가 밤 열시 경이나 되면 다시 손전등을 의지해서 올라 왔지요. 그렇게 다니면서 손전등의 불빛을 통해서 간합이며 지장간이며 삼합... 그리고 도화살 역마살도 외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일이었습니다.
오전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오후에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담소를 하고 있는데, 할머니 한분이 찾아 오신 겁니다. 원래 낭월이를 찾아 올 사람은 없기 때문에 그냥 모른척 하고 손님을 접대하는 스님에게 안내하고는 하던 이야기를 계속 했지요...
그런데 그 스님께서 할머니랑 나오시더니.. 제게 말씀을 하는 겁니다.
“돌중스님, 이 노보살님께서 사주를 보러 오셨다는데...”
“엥? 사주라니요...? 누가 사주를 본다고요.... 원 참..”
하도 황당한 일이라서 어안이 벙벙 했지요. 그런데 그 할머니는 정색을 하시고서 애원을 하는 겁니다. 제발 아들녀석 운명을 좀 봐달라는 거지요.
그렇다고 낭월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상담에 응하겠습니까? 그낭 딱, 잡아 뗐지요. 도저히 남의 사주를 봐줄 용기가 나지 않았거든요... 얼마나 떨리는 일이겠어요... 겨우 억부법을 약간 배우고 있던 중이었는데, 난데없이 할머니의 출현은 많이 당황했습니다. 여태 남의 사주는 봐 준 적이 없거든요.
“대체 이 절에 누가 사주를 봐준다고 그러던가요..?”
“어디서 들었는데요. 이 절에 스님이 사주를 잘 보신다고 하는 소문을 듣고 왔으니까 부디 이 늙은이의 소원을 들어 주세요..”
하시는 폼이 그냥 가시라고 하면 울게 생겼더군요... 참 난처했지만, 주변의 상황으로 미뤄봐서 그냥 보내면 다른 스님들의 욕을 면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러니 어떻게 하겠어요.. 천상 할 수 없이 만세력을 찾는 도리 밖에요.. 하하
한참을 뒤져서 적었습니다. 지장간도 적고, 육친도 적고, 뭐 생각나는대로 모두 찾아서 적었지요. 신살도 적은 것은 물론이고요. 그렇게 아마 30여분은 적었을 겁니다. 그리고서 용신을 부지런히 찾아 봤더니, 이런 맙소사!!!
용신이 병들어서 깨어져 있는데, 마침 흉운에 접어 들고 있더군요. 그 광경을 보고는 입맛을 쩍쩍 다시는 수 밖에 없겠더군요. 많은 사람들은 낭월이 입만 쳐다 보고 있는데, 이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한참을 궁리하는 척 했지만, 실상은 어떻게 말을 해주나.... 하는 고민을 했던 겁니다. 결국은 사실대로 말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도 낭월이는 그 생각이 확고합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거지요. 정말 비밀은 없거든요.
“.... 사실 이 사주는 병이 들었군요....”
“그래요.. 어떻게 하면 살겠어요...?”
“..... 약이 없네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 할 수 없지요.... ”
한참을 멍~ 하게 있던 할머니는 부시시 자리를 일어 났습니다. 그리고는 만원 짜리를 하나 내어 놓고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떠났습니다. 마음은 안되었지만 정말 팔자에는 약이 없었어요.
사주를 봐주고 돈을 받은 적이 없던 낭월이는 극구 만류를 했지만, 부득이 두고 간다는 것을 말릴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그 돈으로 저녁에 강의를 들으러 가면서 음료수를 사갔고 갔습니다. 그래도 맥주 한 잔씩은 나눠 먹겠더군요...
그러면서 오늘 낮에 사주를 봐주고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레 했지요. 아주 신명이 나서 말입니다. 사주를 잘 봤다는 소리도 은근히 듣고 싶었거든요...
“아니~! 스님이 살생을 해요...?”
갑자기 선생님이 뚱단지 같은 호통을 치시는 겁니다. 낭월이는 왜 그러시나.. 했지요. 그랬더니 이어지는 말씀이,
“그 할머니는 뭔가 희망을 찾아서 그 높은 산꼭대기까지 땀을 흘리면서 올라 갔는데, 그래 겨우 한다는 말이 약이 없다니. 그렇게 매정한 말을 할 수가 있던가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낭월이는 뒤통수가 화끈 하더군요. 정밀 그렇구나.. 이렇게 생각이 짧을 수가... 망연하게 할 말을 잊었습니다.
그 후로는 정말 사주를 풀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일이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절대로 함부로 말을 해서는 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동안에는 우리 벗님들이 틀리더라도 아직 공부가 미숙하니까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별로 비중을 두지 않았을런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제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점점 적중율이 높아 질겁니다.
낭월이가 슬슬 겁이 나는 것이 바로 이점입니다. 이렇게 좋은 공부를 해서 실의에 잠긴 사람에게 멋지게 희망을 주는 활인법(活人法)으로 활용을 하시면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마는, 혹시 만에 하나라도 이렇게 철없는 감정을 해서 그렇지 않아도 가슴에 다시 확인사살을 하는 우를 범해서는 큰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러한 낭월이의 염려가 부디 쓸데없는 망상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렇게 마무리를 하기 전에 이 말씀을 꼭 드려야만이 나중에 염라대왕이 꽁꽁 묶어서 가더라도 뭔가 변명의 여지가 있을것 같아서 말입니다.
지금에 만약에 그 할머니께서 상담을 의뢰하셨더라면 아마도 이 정도로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이런~! 할머니 아드님은 지금 운이 나쁘네요. 우짜끼나.... 그냥 두면 상당히 고생하겠는걸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나요?”
“방법은 한가지가 있군요. 부처님전에 기도를 하는 겁니다. 가시는 대로 다니시는 절에 가셔서 100일 기도를 지극한 정성으로 모시도록 하세요. 혹 교회를 다닌다면 그 교회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기도를 하세요. 백일 정도 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아마 관세음 보살님이나 하나님의 가호가 있겠네요. 어디 열심히 한번 해보세요.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하시고요. 아시겠지요? 꼭 그렇게 하세요..”
만약에 이렇게만 이야기를 해 드렸더라도 그 할머니는 얼마나 희망을 갖고 산을 내려갔겠습니까? 그리고 또 누가 아나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는데, 팔자의 암시는 그렇게 나쁘더라도 지극한 정성이라면 고생은 하겠지만 죽을 자식을 목숨이라도 건질 수가 있을런지도 말입니다. 팔자가 모든 것을 다 좌우한다고는 할 수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때 그렇게 따끔하게 질타의 말씀을 해주신 선생님의 사랑에 머리를 숙입니다. 그때 그렇게 신속하게 일러 주시지 않았다면, 그보다도 더욱 많은 살인(!)을 저질렀을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얼마나 고마운지요...
엇그제 부산에서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신 일이 있습니다. 따님이 원인모를 질명으로 시달려서 하도 마음이 조급해서 찾아 왔노라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사주를 적어 봤습니다.
시 일 월 년
乙酉 乙卯 乙丑 戊戌
59 49 39 29 19 9
己未 庚申 辛酉 壬戌 癸亥 甲子
사주를 봐서 여자일까요? 남자일까요?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하시진 않겠지요? 예전에 사주와 대운을 적어 놓으니까 사부님께서 척 보시고는 ‘흠.. 여자군요..’ 하는 겁니다. 그래서 참 신기하다 했더니 바로 대운이 어디로 흘러갔느냐에 따라서 알 수 있는 간단한 것을 그랬군요. 하하
을해년 현재 37세로써 戌土대운을 맞이 하고 있군요. 이러한 상황이라면 초운에 물의 대운에는 뭔가 순탄했을거라고 생각하고
혹 교편을 잡고 있지는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고등학교 선생을 하다가, 지금 병으로 집에서 쉬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용신이 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시는데 참 할 말이 없더군요. 그러면서 바로 위에 말씀드린 당시의 상황이 떠오르는겁니다. ‘아무리 운세의 암시가 흉하다고 하더라고 결정적인 말은 하지 말자.’ 하는 생각이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지요.
운세를 보세요 다음에 오는 운이 바로 辛酉대운 입니다. 이런 운에 어떻게 될 것이라는 암시가 있을까요? 정말 고난이 대단하겠지요. 그렇다고 이 마음이 조마조마하는 할머니께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야 차마 어떻게 하겠냐는 겁니다.
직감적으로 느끼기는 넘기기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도 백약이 무효라면 그때 가서는 더 말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렇다고 거짓말은 또 할 수가 없지요.
“이 따님은 사실 지금보다도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39세부터 오는 운세는 매우 어려운 암시가 있는데, 그 고비를 넘기는 방법은 기도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마 기도를 열심히 하시고 약을 사용한다면 약효력이 서서히 발생하게 될겁니다.”
“그럼 그때 죽겠군요.”
“죽기야 하겠습니까 하하”
이렇게 가볍게 받아야 합니다. 이런때에 어물어물 하다가는 눈치를 채이고 말지요. 그냥 한바탕 껄껄껄 웃는겁니다. 가능하면 ‘정말 형편없는 질문을 하셨군요’ 하는 투로말이지요. 그리고 나서 정색을 하고 말을 합니다.
“그렇지만, 상당히 고생을 하게 될겁니다. 그러니까 오늘 오시기는 참 잘했군요. 지금 댁에 가시는대로 가까운 절에 가서 기도를 시작하세요. 기왕에 딸자식 하나 살리는 요량하시고 열심히 하시면 보자... 올 가을 쯤에서는 몸을 툭툭 털고 일어날 가망이 있군요. 꼭 그렇게 하세요 아졌지요?”
이렇게 다짐을 합니다. 가을 쯤이라고 하는 것은 올해가 을해년이니까 어쩌면 세운의 덕으로 어느정도 호전이 될 거라는 암시가 있거든요. 물론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지성으로 기원을 한다면 그 파워는 전혀 예측을 못한 곳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왕왕 있거든요.
이것을 일부 종교인들은 기적이라고 말하는가 봅니다만, 뭐 기적이랄거 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인간의 정신력은 항상 영계와 연결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이제 앞으로 우리 벗님들의 공부길은 탄탄하실 겁니다. 그런 만치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의 말을 해 드릴 수가 있습니다. 그런 보람찬 순간을 맞이하면 지장간 외우면서 머리를 못살게 굴던 추억들이 아름답게 변신을 하지요.. 하하
우리 벗님도 이제 당당하게 학자로써 멋진 조언을 해 주실 기회가 많으시겠는데, 그 기회에 아주 흉한 사주를 만났을 적에 낭월이의 이 말씀을 기억해 주신다면 틀림없이 복을 받으실 겁니다.
그 순간에는 스스로가 어두운 길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밝은 희망의 길을 안내하는 보살의 입장이 되어서 신중하게 조언의 말씀을 해 주실 걸로 믿고 낭월이 두 다리를 뻗고 휴식을 취하겠습니다. 부디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음양오행의 문을 닫습니다.
그래도 우선은 강의가 즐거웠다는 벗님들의 격려를 사실로 받아들이고(사실은 인사치레로 한 말일지언정) 그래도 옛 사부님들의 노력에 미력하나마 힘을 보탰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맘 편히 먹을랍니다. 하하
긴 시간을 함께 동행하면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신 모든 벗님들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아무리 떠들고 싶어도 들어주시는 분이 없으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입니다. 가끔은 격려도 주시면서 경청해 주셔서 더욱 고맙습니다.. (꾸~뻑~)
이제 붓을 거둘 때가 온듯 하군요....
함께 웃고 즐거웠던 시간들을 간직한 채로....
또 훗날 더욱 기쁜 만남을 위하여.....
그리고 한마디만 더,
“음양이 아닌 것은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