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선은 수없이 밀려왔다. 바람을 등에 진 검은 돛이 바다를 덮었다. 물을 가르는 예리한 소리가 해협을 메웠다. 이순신은 단 13척.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명량은 소용돌이쳤다. 울돌목은 누구의 무덤이 될 것인가. 물살은 번뜩이며 적을 노렸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8월 20일, 이순신은 12척의 판옥선을 이끌고 방어에 불리한 회령포를 떠났다. 이진을 지나 24일 어란진에 이르러 진을 쳤다. 무리한 일정에 지친 이순신은 심한 몸살을 앓았다. 좁은 배에서 숙식하며 전장을 탐색하던 그는 어란진에서 겨우 기력을 회복하였다. 8월 26일, 척후 임준영이 말을 달려와서 보고 했다. “적들이 벌써 이진에 도착했다” 칠천량에서 전사한 이억기의 후임으로 김억추가 전라우수사로 부임해 왔다. 이 무렵 왜군은 이순신의 복직 소식을 들었다. 그의 행방을 탐색하기 위해 어란진을 공격했다가 이순신이 반격에 나서자 삼도수군통제사 깃발을 확인하고 급히 물러났다. 조선 수군은 갈두까지 쫓아갔다가 돌아왔다.
본대로 돌아간 왜군 탐방대는 이순신의 존재와 조선 수군의 규모를 보고했다. 왜 수군 지휘부는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순신을 이빨 빠진 호랑이로 여기고 최후의 일격을 안겨 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와키자카는 달랐다. 그는 한산도의 참패를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8월 29일, 왜 수군의 공격 임박 징후가 탐지되었다. 왜 수군이 남해에서 서해로 진출하려면 반드시 진도를 통과해야 했다. 진도에는 통과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동, 서 2개의 수로가 있었다. 이순신은 처음부터 의문을 가졌다. 적은 어느 쪽으로 올 것인가? 공격자와 방어자의 수로 선택이 곧 전투의 승패를 가를 것이었다.
이순신은 자신을 적장의 위치에 놓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였다. 진도 수로가 양쪽으로 갈라지기 시작하는 갈두 분기점에 배를 세우고 두 수로를 관찰하였다. “조운선 경험이 있는 병사를 불러라!” 이순신이 지시하였다. 노련한 병사들이 모였다. “진도 수로, 적은 어느 쪽으로 올 것인가?” 한 노병이 입을 열었다. “저는 조타장으로 조운선을 몰고 수 없이 진도 수로를 오르내렸습니다” “말해 보시게” “동수로는 항로가 길어 통과하는 데 온종일이 걸립니다. 게다가 역조를 만나 막힙니다”“흐음!”“바람이, 아무리 잘 불어도 가지 못합니다. 중간에 닻을 놓거나 해안에 붙어서, 다음 물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닻 밭은 암반이며, 해안은 절벽 아니면 펄밭이라 정박이 어렵습니다”“서수로는?” “서수로는 어란진에서 밀물에 출발하면 물이 바뀌기 전에 울돌목을 넘어 우수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기다리다가 다음 물때에 출발하면 그대로 안면도로 빠질 수 있습니다” “울돌목 통과가 여의치 않으면?”“벽파진에 들어가서 기다리면 됩니다” “바람은 서수로가 좋고, 동수로는 험합니다. 물길도 동수로가 더 험하고요” 이순신의 눈이 빛났다.
때마침 날이 개고 시정이 좋아졌다. 이순신은 갑판에 나가 바다를 살폈다. 서수로는 전방에 섬이 많아 시야가 복잡했다. 동수로는 북서쪽 좁은 수로 끝 멀리 수평선이 보였다. 마치 곧게 뚫린 길처럼 보였다.
“적은 이리로 온다!” 그는 진도 오른쪽, 명량 수로를 힘주어 짚었다. “우리는 명량 울돌목에서 적을 기다린다!” 수로가 좁고, 물살이 가장 거센 곳이다. 그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곳을, 적의 무덤으로 만든다!” 이순신은 병사들의 손을 굳게 잡았다.
왜 수군은 야간에 어란진까지 탐색선을 보내며 싸움을 걸어왔다. 적은 진도 수로의 조건과 조선 수군의 상황을 이미 파악하고, 명량 수로를 택해 공격하려는 것이다. 복잡한 명량 수로와 울돌목의 강력한 조류도 이미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어란진에서 벽파진, 우수영까지는 육십 리 남짓. 모두 한 물 때 거리였고 울돌목의 양안 거리는 이백 보에 불과했다. 적에게 울돌목은 필히 확보해야 할 공격 거점이었다. 동시에 조선 수군에게는 필사적으로 방어해야 할 목진지였다.
조선 수군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순신은 명량을 장악한 상태에서 벽파진으로 진을 이동하여 시간을 버는 동시에, 싸움터가 될 현장을 세심하게 살핀 다음, 전투 세부 계획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벽파진은 울돌목을 건너기 직전에 진을 칠 수 있는, 진도 수로 길목의 유일한 포구였다. 이순신은 함대의 이동을 적에게 감추기 위해 야간에 이동하기로 결심했다. 이 위험한 수로는 적과 아군 모두에게 위협이었다. 명량의 물살은 먼저 극복하는 자의 것이 될 것이요, 더 용감한 자의 편이 될 것이었다.
“전 함대는 오늘 밤에 이동하여 울돌목, 우수영을 답사하고, 벽파진으로 들어간다. 야간 항해 준비를 철저히 하라!” 이순신의 명령이 떨어지자 군사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척후가 미리 나갔다. 판옥선을 전진 배치하고, 닻줄을 바짝 당겨 놓았다. 작은 등불을 준비하고, 이 지방 출신 병사들을 협선에 배치했다.
바다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바닷물은 쓸어 낸 듯 해변에서 물러났다. 어란진은 검은 펄밭을 드러냈고, 초승달 아래 적막이 감돌았다. 이순신은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잠겨 들었다.
12척의 판옥선. 수백 척의 적선. 칠천량 패전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병사들. 강탈과 굶주림에 쓰러지는 백성들. 아직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조정.
이순신은 바다를 향해 우뚝 섰다. 적을 무찔러 이 바다를 되찾고 나라를 구하리라. 이순신은 장검을 치켜들었다.
“정조입니다” 조방장이 보고했다. “나가자!” 이순신은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둥∼ 숨죽인 북소리가 검은 바다 위로 퍼져 나갔다. 전선들은 일제히 닻을 올리고 노를 내렸다. 병사들은 단호하게 움직였다. 탁 두르르 탁! 탁 두르르 탁! 소고가 울렸다. 판옥선의 긴 노는 힘차게 물을 찼다. 이순신이 승선한 사령선이 해안을 떠나 바깥 수로 쪽으로 선수를 잡았다. 11척의 판옥선과 협선들이 줄줄이 그 뒤를 따랐다.
잔뜩 집중하여 캄캄한 바다를 살피는 장수들. 숨죽여 활을 든 사수들. 굳은 표정으로 노를 잡은 격군들. 군사들의 얼굴에는 이미 전투가 시작되어 있었다.
함대 뒤쪽에서 등불 신호가 원을 그렸다.“전선 이안 완료” 송대립이 보고했다. 하늬바람이 불었다. “돛을 올려라!” 주루륵 큰 황색 돛이 돛대를 타고 올라갔다. 전선들은 해안을 떠나 캄캄한 바다로 나아갔다.
하늘에는 구름 사이로 별이 보이고 시커먼 수면에는 푸른 야광이 뱃전을 따라 흘렀다. “등을 올려라!” 사령선에 등불이 올라가자 뒤따르는 배들도 작은 등을 달았다. “수로 가운데로 나가자!” “타를 밀어라, 서쪽으로 간다! 우현 선수로 바람을 받는다. “북극성을 정 우현에 두어라!” “모든 돛 당김줄을 바짝 당겨라!” “병사들은 우현으로 이동하라!” 조방장이 소리쳤다. 돛은 한껏 당겨져 터질 듯 바람을 품었다.
함대가 어란진 곶을 벗어나 서쪽으로 선수를 잡는 순간 사령선의 돛이 요란하게 펼럭이다 뒤틀리더니, 가로 활대 당김줄이 후두득 끊어졌다. 선수가 좌현으로 휘익 돌아가며 선체가 기우뚱거렸다. “돛을 내려라! 총원, 노에 붙는다!” 병사들은 마구 펄럭이는 돛을 끌어내려 갑판에 묶었다. 하부 갑판의 병사들은 격군과 함께 노에 매달렸다. 순식간에 불어닥친 회오리바람은 판옥선을 뒤흔들고, 협선을 들어 올렸다가 내던졌다. 탁 두르르 탁! 탁 두르르 탁! 소고 소리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격군과 병사들은 북소리에 맞추어 힘껏 노를 저었다. 타수는 키를 잡고 버텼다. 배는 간신히 선수를 잡았다. 바람은 선미를 스치며 사라졌다. 물살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갈배섬 협선 나가라!” 어란진 출신 병사가 탄 협선이 튀어 나갔다. 잠시 후 갈배섬에 횃불이 올랐다. “타수, 잘 보아라! 저 불빛이 갈배섬이다. 충분한 거리를 두고 우현 통과한다. 키, 오른편 가지 말라!” 뒤따르던 전선들이 사령선을 따라 갈배섬을 벗어났다. 사령선이 북으로 항로를 잡았다. “이 방향 그대로, 다음은 하마도, 상마도다. 협선 복귀하라!” 배들은 북극성을 선수에 두고 곧장 나아갔다.
“수심을 보고하라!” 첨벙, 선수에서 측심추를 던졌다. “수심 40척” 배들은 전진을 계속했다. “수심 30척” “집중하라!” “수심 20척” “타수, 좌현으로 5점!” 섬이 가까워졌다. “하마도 협선을 내보내라!” 하마도에서 나고 자란 병사가 탄 협선이 튀어 나갔다. “수심 20척” “그대로 간다!” “우현 선수 등불이 보입니다” “타수, 등불을 보고 타를 잡아라! 하마도다”타수는 조심스레 키를 밀었다. 배는 우현으로 부드럽게 돌아갔다. “수심 15척” “수심 10척” “타수, 좌현으로 5점!” 함대는 하마도, 중마도, 상마도를 차례차례 통과하였다. 상마도 상단은 와류 구간이다. “타수를 보강하라! 격군 집중하라!” “소용돌이가 나타나면 협선은 좌현으로 빠진다!” “판옥선은 그대로 간다!” 잠시 후 선수 견시가 외쳤다.“선수 전방, 소용돌이 발견” 큰 북이 울렸다. 협선들은 재빨리 왼편으로 돌아 돛을 바짝 올리고, 대열을 빠져나갔다. 판옥선은 돛 가로활대 당김줄을 조금 내어 주고 그대로 전진했다. 격군들은 노에서 튕겨 나가지 않도록, 노에 손을 단단히 잡고 노를 밀고 당겼다. 판옥선이 소용돌이에 물렸다. 큰 선체가 빙그르르 돌았다. 터덩텅! 강한 물살이 배 바닥을 쳤다. 돛대가 휘청거리고 돛줄이 타다닥 돛대를 두드렸다. “타가 안 먹습니다” 소고 소리가 커졌다. 타수들은 타 막대에 밧줄을 걸고 버텼다. 힘겹게 전진하던 배가 멈칫하다가 이번에는 반대로 돌아가며 휘청거렸다. “우현 노는 멈추라! 좌현 노를 더 세게 저어라!” 북소리가 갈라졌다. 좌현 격군들이 힘 주어 노를 저었다. 배는 어렵게 선수를 잡고 전진하며 소용돌이를 벗어났다. 함대는 몇 개의 작은 소용돌이를 더 통과하고 안정을 되찾았다. 규칙적인 소고 소리가 이어졌다. 협선이 복귀했다. “와류 구역은 지났다. 타수! 정북으로 간다. 북극성을 정 선수에 두어라!”
이순신은 해도를 살펴보며 말하였다. “앞으로 세 고비다. 송도 통과, 울돌목 왕복, 벽파진 진입, 항로 잡기에 실수가 없도록 하라!” 함대는 맹렬한 속도로 흐르는 밀물을 탔다.
어둠 속에 검은 산이 희미하게 드러났다.“선수 전방, 고절봉이 보입니다” “틀림없느냐?”“제 고향입니다” “알았다” “좌현으로 돈다! 바람은 정 선수. 북극성은 우현 선수 넉 점!” “곧 송도에 도달한다. 집중하라!” 잠시 후 달빛 아래 둥근 섬이 조그만 모습을 드러냈다. “송도다. 우현으로 보고 통과한다. 좌현에 벽파진이 있다” 함대는 줄줄이 좌현으로 돌아 굴섬, 녹도로 향하였다. 기다리던 협선이 신호를 받고 튀어 나갔다. 함대는 굴섬과 녹도를 지나 울돌목으로 들어섰다. 바다라기보다 물목이었다. 양안의 산은 손이 닿을 듯 가까웠고, 해협의 물살은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를 내며 맹렬히 흘러갔다. 허옇게 뒤집히는 물살이 적을 노렸다.
울돌목의 물때가 바뀌며 밀물과 썰물이 부딪혔다. 물결이 삼각형으로 치솟았다. 덩치가 크고 밑바닥이 평평한 판옥선은 삼각파도를 버텨냈다. 작고 뾰족한 협선은 심하게 뒤틀렸다. 협선의 병사들은 바싹 몸을 낮추고 배에 매달렸다. 이순신은 일렀다. “잘 보아라! 적들은 저 파도를 타고 온다. 우리는 저 파도를 타고 싸운다!” 함대는 울돌목을 넘어섰다.획! 획! 조방장이 호각을 불었다. 북소리가 커졌다. “타를 밀어라! 힘껏. 우현으로 빠져 우수영으로 들어간다. 실수하면 어란진까지 흘러간다!” 흐름이 바뀐 물살은 거꾸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전라우수영 출신 병사들은 이 요령을 잘 알았다. 판옥선은 덩치답지 않게 재빨리 우현으로 돌아 우수영으로 들어갔다.
우수영 만에 들어서자 바다는 곧바로 잔잔해지고 흐름은 없어졌다. 이곳에 처음 들어 온 병사들은 무엇에 홀린 듯하였다. 함대는 우수영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수로 중앙으로 나가 맹렬히 흐르기 시작한 썰물을 탔다. 타수 옆에 지켜 선 조방장은 두 눈을 부릅뜨고 뒤틀리는 물살을 노려 보았다. “좌현 노 빨리! 키를 밀어라!”조방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격군들의 급한 숨소리는 선실에 가득 찼다. 함대는 낙오 없이 벽파진에 들어갔다. 배들이 정박을 마치자 이순신은 예상되는 전투 상황을 정리하였다.
“왜 수군이 진도 수로를 통해 북상하려면 동수로를 타고, 밀물이 시작할 때 어란진을 출발하여, 썰물 시작 전에 울돌목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는 울돌목에 진을 친다. 밀물에 적을 막고, 썰물에 적을 친다. 죽기를 각오한 싸움이다!”
경상 수사 배설은 일찌감치 도망쳤다. 이순신은 많은 생각을 하였다. 조선 땅 전라도 남쪽 끝 명량의 물살은 오로지 이순신의 판단에 따라 적이 될 수도, 아군이 될 수도 있었다.
9월 초. 이순신은 장수들에게 그동안 심사숙고한 필승 전략을 설명하였다. “적은 새벽에 밀물을 타고 올라올 것이다. 그리고 만조 전에 울돌목을 통과해 우수영으로 들어가려 할 것이다. 울돌목. 명량에서 가장 좁은 물목이다. 나는 그곳에 닻을 던진다” 한 장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적선이 수백 척입니다. 정면에서, 그것도 장군 혼자 막아낼 수 있겠습니까?” “수백 척이 아니다!” 이순신은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답했다. “울돌목에 한꺼번에 들어올 수 있는 배의 수는 정해져 있다”이순신은 물목을 짚었다.“많아야 이삼십 척. 그중 우리 배에 달려들 적선은 한 번에 열 척 남짓이다” “적은 밀물을 타고 올라옵니다. 그 기세를 어떻게 막으시겠습니까?” 이순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래서 닻을 던진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흐르는 것은 적이다. 나는 차례차례 적을 막는다. 적은 서로 엉키고 서로 막힌다” 장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물길은 곧 뒤집힌다. 썰물이 시작된다!” 정적이 흘렀다. “우리는 바로 그때, 적을 친다!” 장수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일었다. 김억추가 앞으로 나섰다. “그렇다면∼ 쇠사슬을 쳐서 적선의 통과를 아예 막아 버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순신이 고개를 들었다. “쇠사슬? 화살촉 하나 만들 쇠도 부족한 판이다. 그 많은 쇠를 지금 어디서 구하겠는가?” 그는 한 걸음 다가섰다. “설사 만들었다 하자. 그 무거운 쇠사슬을 어떻게 이 물길 위에 건다는 말인가?” 침묵. “걸었다 하자. 이 거센 물살 속에서 쇠사슬을 어떻게 팽팽하게 당겨 배들을 걸 수 있겠는가?” 말이 끝나자, 더 이상 반박은 나오지 않았다. 이순신은 다시 말을 이었다. “적은 전력을 온전히 쓰지 못한다” 그는 손을 들어 올렸다. “밀물에 떠밀린다. 모든 병사가 노를 저어야 한다. 와류에 흔들린다. 뾰족한 배 위에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렵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상태에서 조총을 쏜다. 맞출 수 있겠는가!” 장수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닻을 내리고, 전 병력이 화포에 붙는다!” “적이 붙으려 하면, 먼저 쏘고, 먼저 죽인다!”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정적이 흘렀다. “붙는다 해도 상관없다. 타를 좌우로 크게 쓴다. 배를 휘저어 적을 바다에 뭉개 넣는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 “썰물은 뒤에서 오기 시작한다. 그때, 후미 본대가 돌격을 개시한다!” 모든 장수들이 숨을 삼켰다. “물이 바뀌는 순간 삼각파도가 일어난다. 적은 서로 부딪혀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순신의 시선이 장수들을 훑었다. “나는 그때 닻줄을 끊고∼ 돌격한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밀물에서 막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썰물에서 부순다!” “이 싸움, 물길이 정한다!” 그는 조용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 물길은, 우리 편이다!” 장수들은 긴 숨을 내쉬었다.
왜적의 공격이 임박해지자 이순신은 장병들을 모두 집결시키고 엄중히 훈시하였다. “물 때와 적의 집결 상태를 볼 때, 적은 9월 중순에 들이칠 것이다. 그전까지 우리의 전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전라도의 보전과 백성의 생명이, 이 일전에 달려있다.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겠는가. 어찌 물러서겠는가!” 그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장병들을 굽어본 후 말을 이었다. “나는 이 싸움에 나의 목숨을 걸었다. 이제 필승의 방략을 이르겠으니,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따르도록 하라!”
무거운 침묵이 진중에 내려앉았다. 노련한 군관은 이를 악물었다. 물러설 자는 없었다. 사수의 시선은 이미 수평선 너머에 닿아 있었다. 용서할 자는 없었다. 날카로운 칼바람이 장병들을 훑고 지나갔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으나, 침묵은 이미 맹세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적의 접근을 확인하는 즉시 우수영을 출항하여 명량의 제일 좁은 목, 울돌목에 진을 치고 사생결단 적을 막을 것이다. 진형은 내가 홀로 앞에 나가 닻을 놓고 적 선봉을 막아서면, 그 100보 뒤에 판옥선 12척이 일자진을 치고 사령선을 통과하여 흘러나오는 적선을 쳐부수며, 신호에 따라 일시에 돌격한다. 그 200보 뒤에는 병선으로 위장한 우리 어선을 다수 배치하여 적에게 위협을 가한다!” 이순신은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왜 전선 수가 비록 300척이 넘는다 하나 울돌목의 폭이 좁아 공격 일파는 각각 2∼30척 남짓할 것이다. 그나마 사령선을 둘러싸고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는 적선은 8∼10척 정도가 될 것이로되, 그 이상은 아무리 몰려와도 사선이 겹치므로, 뒷줄에서 우리를 공격할 수 없다. 수많은 싸움을 거친 역전의 용사, 명사수들만 모인 우리가 적을 차례차례 쳐부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또한 적선이 거센 밀물에 밀리지 않으려면, 총원이 노를 저어야 할뿐더러, 와류에 마구 흔들리는 배 위에서 조총을 쏘아야 하므로 어찌 우리를 맞출 것인가? 어찌 우리 배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적의 전력은 반토막에 반토막이 날 수밖에 없다. 사령선은 닻을 놓았으므로 모든 군사가 나서서 화포, 장, 편전, 불화살, 쇠뇌, 장창, 장병검, 칼 등을 총동원하여 공격하면 우리의 전력은 배가 될 것이다. 특히 편전 사수는 닻줄을 끊으려 달려드는 적병을 놓치지 말고 즉각 사살하여야 한다. 쇠뇌는 사정거리가 짧고, 다발이기 때문에 적을 최대한 끌어들인 다음에 일시에 쏘아야 한다. 만약 적선이 우리 배에 붙으면, 타를 최대한 써서 우리 배를 크게 흔들어 줌으로써 적을 깔아뭉개 버린다. 싸움 중에 만조가 가까워져 밀물이 약해지면, 신호에 따라 후미 본대가 돌격하여 적선을 쳐부순다. 썰물이 우리의 공격 신호인 것이다. 썰물이 시작되어 삼각파도가 일면 초요기를 올린다. 우리는 닻줄을 끊고 돌격한다. 삼각파도와 역류를 맞은 적선은 등선 백병전은커녕, 결코 우리를 공격하지 못하고 패퇴할 것이다. 강력한 썰물에 밀리며 패퇴하는 왜군에게는 그들끼리 좌충우돌 자멸이 기다릴 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밀물에서는 방어요, 썰물에서는 공격이다. 승리는 우리 것이다!” 이순신은 전투를 눈앞에 그리듯 설명하였다. 우리는 이긴다. 조선 수군은 필승 의지를 가슴에 새겼다.
조선 수군은 이순신이 상세히 설명한 전투 절차에 따라 실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였다. 백성과 힘을 합쳐 총통과 화포를 정비하고 판옥선의 장갑을 보강하였으며, 무기를 모으고 각종 화살을 더 만드는 한편 활쏘기 마무리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9월 7일, 적선이 어란포에 이르렀다. 왜군은 그날 오후 조선 수군을 탐색하러 벽파진까지 왔다가 쫓겨나고, 해시亥時에 또다시 포를 쏘며 공격해 왔다. 이순신은 적의 야습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가 함포 공격을 가했다. 적은 네 번이나 공격과 물러남을 반복하다가 자시子時에 완전히 물러났다.
일전을 준비하는 한편 제주도에서 점세가 보내온 소 5마리를 잡아 군사들을 배불리 먹였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전투를 앞두고, 회식을 하며 죽을힘을 다하여 끝까지 싸우자는 결의를 굳게 나누었다. 이순신은 장수들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고기를 먹지 않았다.
9월 15일, 이순신은 13척의 판옥선을 이끌고 울돌목을 건너 우수영으로 들어갔다. 전투가 임박해진 것이다. 백성들을 피난 시킨 그날 마지막 작전회의를 하고, 여러 장수들에게 준엄한 훈시를 하였다. “병법은 일렀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生卽必死 死卽必生).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모두 우리를 두고 한 말이다. 장수들은 오늘 살고자 하는 생각을 버려라!”
이순신부터 장수를 비롯한 병사까지 모든 군사가 하나 되어 목숨을 내놓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는 해전이었다.
9월 16일 새벽, 왜 전선 330여 척은 집결해 있던 어란진을 출발하여 명량을 향해 진격해 오기 시작했다. 왜 수군은 ‘구루지마 미치후사’가 지휘하는 ‘세키부네 선단’을 선두에 두어 공격을 담당하게 하고, ‘도도 다까도라’,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지휘하는 ‘아타케부네 선단’을 2선에 두었다.
며칠 만에 맑게 갠 아침, 별망군別望軍 보고가 들어왔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왜선이 오고 있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진도 망금산으로 피난 가 있던 백성들은 몰려오는 적선을 300척까지 세고는 더 못 세었다. “아이고, 이제 우리는 다 죽었다. 사또! 이를 어이하리오” 백성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왜 척후선은 “이순신의 조선 수군이 명량에 나타났다” 고 보고 했다. 왜 수군은 조선 수군의 동향을 살피며 유속이 빠른 때를 피해, 오시에 울돌목 초입에 진입하도록 속도를 조절했다. ‘도도 다까도라’는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했다. “한산도의 치욕을 만회하고, 칠천량의 전승을 이어받아 조선 수군을 전멸시킬 것이다. 이순신의 목을 따고, 서해를 뚫을 것이다”
싸움터에서 세 번째 조우하는 도도, 와키자카와 이순신. ‘도요토미’의 특명을 받고 이순신의 수급을 갖다 바치기 위해 수군으로 복귀한 해적 출신 ‘구루지마’. 목숨을 건 싸움이 시작되었다.
와키자카는 자신만만하게 출정을 서두르는 구루지마에게 당부하였다. “이순신을 조심하라” 구루지마는 전쟁이 일어나면 바다와 육지에서 두루 싸우며 승리하여, ‘패배를 모르는 장수’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제 명량에서 이순신을 무찌른다면 천하의 수군 명장이 될 것이요, 수륙병진 전략을 성공시킨 공신이 될 터였다. 무엇보다 뼈에 사무친 것은 임진년 초기 ‘당포 전투’에서 이순신에게 죽임을 당한 형의 복수였다. 그리고 고향 시코쿠에 계신 노모의 한을 푸는 일이었다. “고작 13척의 전선으로 일본 수군 최정예 함대를 거느린 나와 싸우겠다고? 물살? 나는 시코쿠의 거친 물살을 타고 자란 몸이다” 승리의 영광과 복수의 통쾌함이 구루지마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구루지마는 오시에 최정예 세키부네로 편성된 돌격대를 이끌고 당당하게 울돌목 초입으로 진입했다. 그가 접근해 보니, 전방에 판옥선 한 척이 닻을 놓고, 삼도수군통제사 깃발을 휘날리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로 판옥선 12척이 보였고, 그 뒤로 많은 선박이 보였다. “이순신이 여기서 싸우다 죽겠다는 뜻이군. 좋다. 죽이고 지나가리다” 구루지마가 주저 없이 제1파 돌격 명령을 내리자 세키부네 20여 척이 쏜살같이 달려 나가 이순신의 사령선으로 덤벼들었다.
이순신은 명령했다.“기다려라! 아직이다! 더 끌어들여라!” 세키부네는 밀물을 타고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이순신은 엄중히 말했다. “두려워 말라! 우리의 함포가 발사되면, 두려움도 없어진다. 적을 조금 더 끌어들인다. 기다려라!” 세키부네가 눈앞까지 밀려들자, 그 징그러운 징 소리가 울렸다. 순간 미동도 없던 사령선에서 우레 같은 총포가 터지고 포탄, 조란탄, 장, 편전을 비 오듯 쏟아붓기 시작했다. 앞장섰던 세키부네가 순식간에 부서졌다. 조각나 깨진 배가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구루지마는 돌격기를 세차게 흔들며 재차 돌격 명령을 내렸다. 제2파, 20여 척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사령선은 노를 내리고 타를 밀어 제2파 세키부네를 향해 재빨리 장전된 현측을 맞추고 또다시 포문을 열었다. 포탄은 눈앞의 세키부네를 그대로 때렸다. 세키부네 5∼6척이 순식간에 깨지고 주저앉았다. 사령선은 포탄을 재장전하는 사이 화살을 퍼부었다. 왜 공격대는 순식간에 고슴도치가 되어 물에 떨어졌다. 왜군의 시체가 노에 걸렸다.노가 멈칫했다.
맹렬한 포격과 화살을 뚫고 돌격해 온 세키부네가 사령선에 붙었다. 왜적들은 돛대를 눕혀 사령선에 걸쳐 놓고 건너왔다. “막아라!” 장창이 찔렀다. 장병검이 종아리를 베어냈다. 쇠뇌가 바늘 같은 화살을 쏟아 부었다. 편전 사수는 닻줄에 접근하는 왜군 결사대를 오는 족족 사살했다. 타수들은 배를 좌우로 흔들어 사령선 현측에 붙은 세키부네를 깔아뭉갰다. 사령선의 장수와 군사들은 모든 무기를 총동원하여 왜군의 월선을 막아냈다.
그러나 사령선은 세키부네의 극렬한 공격에 조금씩 밀렸다. 그들은 더욱 거세게 몰려와, 개미 떼같이 달라붙었다. 조금만 더 견디자. 조금만 더 버티자. 사령선의 병사들은 처절하게 싸웠다. 세키부네는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이순신은 진두에 나가 장도를 휘두르며 독전 하였다. “왜적에게 유린당한 우리 강토를 생각하자!” “원통하게 돌아가신 부모 형제를 생각하자!” 소용돌이치던 물길이 바뀌기 시작했다. “초요기를 올려라!” 이순신이 명령했다. 물길이 뒤집혔다. “영하기를 올려라!” 연이어 긴급한 명령이 떨어졌다. 사령선의 깃대에 눈부시게 푸른 깃발이 힘차게 펄럭이며 하늘로 올라갔다. 동시에 영각이 찌르듯 울려 퍼졌다. 중군장 김응함의 배와 거제 현령 안위의 배가 먼저 달려왔다.“안위야! 응함아! 왜 이리 늦느냐? 내 손에 죽겠느냐? 싸우다 죽겠느냐?” 이순신은 호령했다. “싸우다 죽겠습니다” “상황이 급하다. 나가 싸워라!” 안위와 김응함은 급하게 처 나가고, 나머지 판옥선도 늦을세라 달려왔다. 구루지마의 직접 지휘를 받은 세키부네들이 일시에 안위의 배로 공격을 집중하며 달라붙었다. 안위와 병사들은 죽을힘을 다해 찌르고, 베고, 막았지만 등선 직전까지 밀렸다. 이를 본 이순신은 명령을 내렸다. “안위가 급하다! 안위를 구해야 한다! 화살 공격과 충돌이다!”“닻줄을 끊어라!” 짧고 급한 나팔이 울리고, 김돌손이 뛰어나가 도끼를 내리쳐 닻줄을 끊었다. 사령선은 강한 물살에 주욱 밀리며 돌아갔다. 격군들은 이를 악물고, 노를 끌어당기고 밀고 또 당겼다. 사령선은 안위의 배로 달려가며 등선을 시도하는 왜군들을 향해 빗발같이 화살을 쏘았다. 사령선이 충돌하기 직전, 영각을 불어 제치자 안위의 군사들은 갑판에 납작 엎드렸다. “키 바로! 노를 멈춰라!” “꽉, 잡아라!” 쿵! 사령선은 안위의 배에 충돌하여 왜군을 털어 버리고, 이어서 현측을 쓸어 붙어있는 세키부네를 짓이겨 버렸다. 안위의 배는 순식간에 위기에서 벗어났다. 곧이어 하얗게 뒤집어지는 썰물과 함께 10척의 판옥선이 들이닥쳤다.
이순신의 수급이 급했던 구루지마가 총원 돌격을 명령하고 앞장서서 독전에 나서자 30여 척의 세키부네 돌격대가 또 몰려왔다. 산 위에서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에게 겹겹이 포위되는 것을 지켜보는 백성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조선 수군 판옥선도 일제히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며 돌격해 들어왔다. 포탄과 질려탄, 조란탄을 일시에 쏘아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포연이 자욱했다. “쏘아라! 쏘아라!” “잠시 기다려라! 사선이 겹친다!” “배를 돌려라. 비켜라!” “돌격하라! 받아라! 쇠뇌, 쏘아라!” 전장은 피 튀기는 고함과 비명이 난무했다.
“저 붉은 깃발, 적 기함을 노려라!” 이순신이 명령했다. 사령선은 구루지마를 노리고 곧장 달려들었다. 세키부네들이 막아섰다. 그러나 요동치는 배 위에서 쏘는 왜군의 조총은 번번이 빗나갔다. 사령선이 눈앞까지 뚫고 들어갔다. 화려한 복장과 요란한 투구를 쓰고 지휘하던 구루지마의 안색이 굳었다. “적장을 쏘아라!” 화살이 집중됐다. 여러 대의 화살을 맞은 구루지마가 바다로 떨어졌다. 붉은 비단이 물 위를 흘러왔다. “걸어 올려라!” 김돌손이 갈고리를 던져 단박에 걸어 올렸다. 그는 아직 살아 있었다. 이순신은 구루지마를 참수하여 깃대에 내걸었다. 불패 장수로 이름난 그들 대장의 머리가 피를 쏟으며, 사령선 위에 걸리는 광경을 똑똑히 본 왜군은 경악했다. 비명과 함성이 동시에 터졌다. 왜군의 공격이 현저하게 주춤해졌다. 조선 수군의 포화가 다시 쏟아졌다. 승기를 잃은 왜선이 바로 눈앞에서 깨졌다. 불타고 깨진 배 조각이 다른 배를 들이쳤다. 노가 얽혔다. 진형이 무너졌다. 왜군의 시체가 바다를 덮고 흘러왔다. 바다가 붉었다. ‘아타케부네’에서 이 광경을 목도한 도도는 몸서리를 쳤다. 한산도, 안골포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더 버틸 수 없었다. 퇴각 나팔을 불었다. 왜군은 썰물을 타고 빠르게 물러났다.
조선 수군과 명량은 나라를 침략한 적을 철저히 응징했다. 해가 기울었다. 명량에 서풍이 불어오며 서서히 포연이 걷혔다. 삼도수군통제사 깃발을 휘날리며 떠 있는 조선 수군 함대 13척의 모습은 늠름하기 그지없었다. 백성들은 산 위에서, 해변에서, 남녀노소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며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녹도, 굴섬 아래까지 퇴각하는 왜군을 확인한 이순신은 진을 나누어 녹도와 굴섬 뒤 흐름이 없는 곳에 배를 넣고 적군이 수평선 넘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순신은 다시 바뀌는 밀물을 타고 당산도까지 이동하여 거리를 벌인 다음에 진을 쳤다. 조선 수군의 전선은 단 한 척도 파손되지 않았으며, 사령선의 사상자는 5명, 전체의 사상자도 100명을 넘지 않았다.
바다는 전투의 상흔을 깨끗이 쓸어가 싸움이 없는 먼 곳으로 보냈다. 전장은 조용했고 격렬한 전투의 흔적은 사라졌다. 물살만이 번득이며 울돌목을 오르내렸다.
이순신은 말했다. “실로 천행이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