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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뉴한산 Matterhorn 산행일지
(7.20~7.31.2019)
7월 20일, 첫째 날, 뉴욕 출발.
7월 21일, 둘째 날, 이탈리아 밀라노를 거쳐 스위스 체르마트에 오후 5시경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체르마트 까지 직행하는 기차의 좌석이 없어
‘도모도솔라’라는 역을 경유하여 예정 보다 서너 시간 늦어졌다. 체르마트 역전은 세계에서 몰려든 많은 관광객과 등산객으로 분주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마터호른 인근의 일기 예보 부터 수소문했다. 그런데 구름 한 점 없는 오늘의 날씨는 나흘 후인 7월 25일 오후부터는
비 소식이다. 여기저기 상세히 알아 본 일기 예보는 7월 26일 부터 정상공격 예정일인 7 월 27일은 물론 다음날 또 그다음날인 7월 29일 까지도
최악이었다. 눈비의 연속이다. 숙의 끝에 일단 정상 공격일 을 하루 앞당겨 7월 26일로 수정했다. 당장은 약간의 무리가 걱정 되지만
고소적응과 정보 수집을 위해 7월 22일 다음 날 부터 바로 빠른 고소 적응을 위해 공격 캠프 회르린 산장으로 일정을 바꾸었다.
7월 22일, 셋째 날, 변경된 일정에 따라 일단 7일간의 케이블카 사용권을 구입하곤 바로 마터호른 익스프레스 케이블로 이동 오전 9시 30분
트레일 헤드인 해발 2583미터의 Schwarzsee 정류장부터 트레킹을 시작했다. 오늘 목적지 고도 3260미터 회르린 산장까지는 약 670여
미터의 고도를 올라야 한다. 안내판은 약 2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 될 것으로 입간판에 이정했다. Schwarzsee 케이블카 정거장에서
회르린 산장까지는 3 단계의 고개턱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각 단계 마다 대략 약 200미터의 고도를 올라야 하는데 마지막 산장 오르막
릿지 길은 쇠사다리와 간간이 Fixed 로프로 안전 설치가 되어 있었다. 고소증세가 스치는 코스다. 약 3시간여를 올라 전원 산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산장 예약을 확인 후 산장 관리인에게 향후 며칠간의 일기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의 정상 D-day 7월 27일(토요일)이 하루 종일
눈비를 예보하고 있어 필요하다면 스케줄을 바꾸어 줄 수 있다며 다시 세심한 결정을 하고 전화로 예약 변경을 할 것을 권한다. 하루 이틀
조금 더 기상변화의 추이를 살피기로 하고 일단은 그대로 내려왔다.
7월 23일, 넷째 날, 오늘은 브라이트혼(Breithorn, 4164미터)으로 고소적응 산행이다. 브라이트혼 은 마터호른 등반의 고소적응을 위해서
는 거의 의무적으로 다녀오는 코스다. 브라이트혼 산은 해발 3883미터의 ‘마터호른 글레시어 파라다이스’까지 케이블카와 곤돌라를
바꿔 타고 간다. 곤돌라 밖은 1600미터 고지의 체르마트 출발지와는 전혀 다른 별천지였다. 브라이트혼 북사면의 글레시어 상단에 위치한
만년설에는 스키어들이 전형적인 한여름 ALPS 스키를 즐기고 있었다. 하이커들은 여기서부터 하네스에 크렘폰 등 설상 개인장비를
착용한다. 약 1.5마일 여를 가서 우측 이태리로 가는 갈림길에서 2개조로 나누어 안자일렌을 했다. 트레일은 브라이트혼 정상을 중심으로
왼쪽은 긴 타원형을 지그재그 완급으로 올라간다. 우측은 2시 방향으로 가파르게 짧게 직상한다. 1조 조장 한상근 대장은 우측 가파른
고행 루트를 선택했다. 직상 트레일은 두 단계로 나누어 능선에 올라간다. 능선에서 정상 진입은 좌측으로 약 100여 미터를 올라야 하는데
좌우는 각도가 급한 칼날 능선으로 미끄러지면 제동이 불가능하다. 2조 조장은 크렘폰이 엉기지 않도록 밟을 자리만 보고 올라갈 것을
주문했다. 정상에 약 20여분 일찍 올라온 1조가 2조를 기다려 주어 정상 기념사진을 함께 찍을 수 있었다. 설산을 오르는 동안 구름 한 점 없는
뙤약볕과 눈에 반사되는 햇빛의 열기로 무더웠다. 정상등정 날의 일기가 오늘과 같았으면 싶었다. 이탈리아로 가는 갈림길에서 정상까지
1.5~2시간이 소요됐다. 하산은 반대쪽 긴 타원형 루트로 돌아 내려왔다. 이제 예정한 고소적응 일정은 끝났다. 숙소에 돌아와 일기예보에
맞춰 일정을 점검했다. 이제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 7월 24일, 맑음. 25일, 26일 오후 3시 이후 비. 27일, 28일, 29일 비. 일기예보에 따른
선택은 둘이다. 첫째 안은 내일 바로 공격 캠프인 회르린 산장으로 올라가 25일 정상 도전을 하는 것이며, 둘째 안은 24일 하루 휴식을
갖고 26일을 정상 D-day로 할 것인지 ‘양안택일’을 해야 했다. 우리는 상의 끝에 하루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 26일을 정상 D-day로
하는 두 번째 안을 결정했다. 우리의 결정 안에 따라 회르린 산장에 연락 우리의 숙박일정을 7월 25일로 변경했다.
7월 24일, 다섯째 날, 오늘은 체르마트에서 산악열차로 해발 3089미터까지 유일하게 운영되는 고너그라트(Gornergrat)를 휴식 겸 다녀왔다.
고너그라트는 브라이트혼의 바로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한편 우리가 등정 할 미타호른의 서쪽 편으로 더들어가 바라 볼 수 있어 우리가
올라야 할 동북 릿지가 보다 선명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체르마트 시내와 우리의 숙소에서 보았던 마터호른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오를 회르린 릿지는 정면으로만 보여 그 경사면의 각도가 가름이 안 되었는데 고너그라트에서는 사면이 적나라하게
들어나 보였다. 마터호른 회르린 릿지는 스타트 지점에서 솔베이 허트까지의 사선은 뜻 밖에도 약 45~50 정도로 기대보단 누어진 경사각이었다.
저 정도 각도라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약간의 자신감을 얻었다. 마터호른 등정 성공여부는 날씨와 컨디션이라 생각되었다.
7월 25일, 여섯째 날, 드디어 정상을 향한 발을 내딛었다. 3일전 고소산행 겸하여 올랐던 회르린 산장을 가기위해 ‘마터호른 익스프레스 케이블’로 갔다.
오전 11시 모두들 트레일 헤드 Schwarzsee 정거장까지 배웅을 하며 무리하지 말라며 안전산행을 기원해 줬다. 한번 갔던 길이라 이런저런
상념을 떨구고 애써 무상무념하게 1시경 마지막 산장 릿지 길을 오르다 갑작스런 굉음에 위를 올려보니 마터호른 동면 가운데로 엄청난 돌사태가
일어나 순식간에 폭 10여 미터에 약 500미터 이상의 잔영 같은 흙먼지가 솟아나고 있었다. 흡사 비포장도로를 차가 달리고 있는 형세다.
순간을 놓친 이경식 단장은 구름이라 우긴다. 무슨 일? 마음의 평상심이 흔들린다. 오후 1시30분경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은 오후 2시부터
체크인이라 우선 가이드이자 오랫동안 구조대 활동을 하도 있는 산장 주인에게 마터호른 등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산장 주인은 저녁에
루트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해 줄 것을 약속했다. 일기예보는 오늘 오후 3시부터는 비가 오기로 되어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이층 맨 끝에
위치한 15실에 방 배정을 받았다. 우리의 방은 두개의 창문이 있었다. 하나는 남서쪽 브라이혼이 시야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동북쪽으로
나아 있어 우리가 내일 오를 회르린 릿지가 코앞에 환히 보였다. 짐정리를 마치고 잠시 침대에 누워 쉬려는 찰나에 투득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에 일어나 밖을 내다 봤다. 오락가락 우박도 함께 내렸다. 일기예보는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했다. 저 멀리 남서쪽으로 부터 시꺼먼
뭉게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한편 구조 헬기 2대가 한 대는 릿지 길을 나머지 한 대는 아까 돌사태가 일어났던 먼지구름 길을 상단서부터
상세하게 오랫동안 수색비행을 하고 있었다. 그때 솔베이 허트 상단을 맴돌던 헬기 한 대가 무엇인가를 매달고 황급히 우리가 있는 산장으로
비행을 한다. 잠시 후 헬기는 세 명의 사람과 한 두루미의 Fixed 로프를 달고 산장 옆 착륙장에 내려 왔다. 그즈음 어제 돌사태로 가이드 등
2명이 사망하는 사고 소식을 들었고, 또한 돌사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솔베이 허트 상단 Fixed 로프 한 구간이 손상이 되어 수리 중이었던
일들을 알게 되었다. 내일 정상 등정을 앞두고 이러한 일들이 좀 꺼림칙한 기분도 들었다. 이곳에서는 일상적인 일인지도 모르겠구나
생각했다. 산장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는 7시, 내일 아침식사는 오전 4시 30분으로 공지했다. 아침식사 시간은 보통 때보다 일기불순으로
30여분 늦게 조정 되었다는 산장의 설명이다. 내일을 위해 저녁식사 시간까지 준비를 마치고 쉬다가 무심코 회르린 릿지 창문을 통해
산장주인이 바삐 릿지를 뛰어 올라 가고 있었다. 트레일 헤드 스타트 포인트에 설치된 10여 미터 이상의 Fixed 로프 구간을 단숨에 오른
구조대원이기도한 산장주인은 10여분 후 순식간에 턱 마루를 지나 지그재그 2번 돌아 암장 벽 앞에 도달했다. 산장주인을 좆아 바라보니
그 위로 2명이 하산을 하고 있었고 그 위쪽 50여 미터 상단에 또 한 팀이 하산을 하고 있었다. 산장주인의 마중을 나간 이유는 다음날
등반을 하면서 알 수 있었다. 초행인 우리 팀은 내일 루트를 찾아 산장주인과 하산 팀의 자취를 머릿속에 그려 놓았다. 저녁식사 식수는
도합 20여명에 불과 했다. 기상 때문인가 너무 적어 의아 했다. 식사 후 산장주인은 우리에게 루트에 대한 매우 중요한 Land Mark Point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랜드마크는 약 3600미터 지점에 보이는 2단의 하얀 직립암벽이었다. 그곳에는 진동 측정기가 설치되어 있다며
우리에게 무조건 측정기 좌편을 바짝 끼고 올라 바로 그 위쪽 우편 릿지로 올라붙어야만 한다며 신신당부했다. 이지점에서 무심코 많이
들 쉬워 보이는 좌측으로 잘못 된 길로 간단다. 여하간 마터호른을 수없이 올랐던 산장주인의 말을 생사의 좌우명처럼 가슴 깊이 새겨 놓았다.
우리 공격 조 4명은 내일 한밤중 새벽 3시 30분 기상을 기약하고 억지 잠자리에 들었다. 스위스의 창문은 통제로 창틀 상단이 열려져 환기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남서광풍에 고리가 풀려 창문이 열리는 쾅하는 소리와 천둥번개를 동반한 우박과 비가 창문을 심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이무슨 경우인가? 체념과 걱정이 반복되며 가는데 까지 가보자로 마음을 안정했다. 시계는 밤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이날 하이킹 팀은
정상 팀을 배웅 후 ‘마터호른 글레시어 파라다이스’ 전망대와 Rothorn ‘Stellisee Lake’ 에서 하이킹을 했다.
7월 26일, 일곱째 날, 새벽 3시 우리와 한방에서 머문 우르라이나 아버지와 아들 팀이 2층 상단 침대에서 내려와 짐을 꾸리며 등반준비를
시작한다. 정확한 루트를 몰라 가이드을 따라가기 위해 부리 났게 서두른다며 우리에게 너무 일찍 부산을 떤다며 익스큐즈를 한다.
우리도 따라 서둘렀다. 4시 15분 식당은 이미 등반 준비를 마친 팀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20여명 식수인원 가운데
등반 팀은 가이드 팀 3개조 6명과 우크라이나 등반대 4명 그리고 우리 4명 등 총 14명이 다다. 나머지는 가족과 산장방문 하이커들 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스타트 포인트에 도착했다. 선두 가이드 3 팀들은 이미 10여 미터 고정 로프 구간을 올라 저만치 그 위 언덕을 가고 있었고,
그 뒤로 우트라이나 팀 4명이 가이드를 좆아 바짝 따라 붙었다. 우리 팀도 말미로 새벽 5시부터 등반을 시작했다. 우리는 한상근 대장과
김진환 대원이 선두로 줄을 묶었고 양환주, 박상윤 대원이 후미로 조를 이루었다. 이미 외길인 스타트 지점에서 순번으로 30~40여분 늦어진
우리는 가이드 팀을 뒤 좆아 가기는 너무 빨라 역부족이라 야음에 랜턴 불빛을 따라 방향을 따라 잡는 것이 최선일 뿐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전날 오후 3시부터 밤새껏 천둥 번개 속에 내린 직경 1 센티미터 굵기의 우박으로 가이드 팀의 발자국이 나아있어 루트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 30분 후 부터는 경사가 급해져 우박에 미끄러지거나 네발로 기어올라야했다. 약 2~5 미터 정도의 벽 등반이 수 없이
반복 되었지만 랜턴 불빛은 자신의 앞면만 비춰 주위 환경이나 경사면의 정도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홀드는 좋아 신바닥이 단단한 비불암
등산화의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어 클라이밍에는 큰 불편은 없었다. 동이 트고 또 한 시간 정도 지나자 구조 헬기가 날기 시작하여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잠시 후 4000 여 미터 지점에서 까만 주머니 백 같은 것이 딸려 올라가는 것을 보고 이틀 전 돌사태로 추락한 가이드 팀 2 명의 시신이
아닐까? 추정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그 구조 헬기는 오늘 우리 보다 앞서 가던 가이드 3팀 가운데 한 팀이 구조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헬기의 검은 백은 세 명이 달려 있었으나 거리가 멀어 전후 사정을 유추하여 그렇게 보였나 보다. 그때 우리는 이미 산장 주인에게
들은 진동계가 설치된 천군만마 같은 루트의 랜드마크 지점을 지나 위의 릿지를 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릿지 턱 너머에 있는 솔베이 허트가
시야에 없어 산장 밑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구조현장의 실황을 전혀 몰라 헬기의 이동을 곡해했었다. 어쨌든 헬기는 우리에게 안전산행이
최선임을 다시 다짐시켰다. 그때 T-Mobil을 사용하는 양환주 대원의 전화기로 계속 전문이 송달 되고 있었다. 우리가 솔베이 허트가 시야에
들어오는 약 3900미터 지점(Alte Hutte)에 막 도달 하는 8시 경을 즈음하여 밑에서 망원경으로 우리를 관찰하던 이경식 단장과 산장 주인이
급전을 보냈다. 전문 내용은 지금 속도로는 오늘 비가 예상되는 오후 2시까지의 안전하산이 불가능하다며 하산을 권했다. 솔베이 산장에는
많은 크라이머들이 허트 앞에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인가? 갑자기 늘어난 사람들로 의아스러웠다. 이때 오늘 우리와 같이 출발한 가이드 2팀은
솔베이를 넘어 올라가고 있었고 우크라이나 팀들은 솔베이 밑 가장 난코스 지점을 오르려 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팀은 대략 우리 팀보다
2~30분 앞선 거리에 있었다. 출발 시간을 감안하면 앞 팀과 크게 쳐진 시간은 아니었다. 그러나 앞섰던 가이드 한 팀이 이미 한 시간 전에
헬기구조를 당한데다. 금년 시즌시작 한 달도 채 안된 7월 중 벌써 6명이 이 회르린 코스에서 이미 생명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고, 또한 어제
기상악화로 가이드 2팀 4명 등 총 8명이 솔베이에 대피를 해야만 하였으며, 더더욱 앞으로 이틀간 기상이 안 좋아 우리에게 하산을 권고
했었던 것 같았다. 양환주 대원의 전화기로 일기예보를 확인하여 보니 12시 정오부터 비구름을 예보하고 있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남은 시간은 3시간 반밖에 없다. 섬뜩했다. 때 맞춰 어제 솔베이 대피했다가 하산하는 독일출신 크라이머 형제 2명이 지나며 어제의 상황을
전해 준다.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정상부는 눈과 우박으로 순식간에 빙판으로 바뀌었고 화이트 아웃으로 시계가 막혔었단다. 어제 저녁
산장주인이 하산 2팀을 마중을 나간 이유가 이해됐다. 솔베이를 코앞에 두고 우리는 30여분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모든 것이 운명 같았다.
어떻게 회르린 산장과 수직으로 650미터 이상의 높은 지점에서 어떻게 카카오 전통을 받을 수 있었는지? 지금도 불가사의하다. 무리하지
말자 오늘만 날인가! 오전 9시쯤인가? 우리는 하산을 결정했다. 하산은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하산을 하며 깜깜한 야음에 어떻게 올라왔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주위 환경은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10일 전 한국 등반대 1명이 왜? 이 지점 부근에서 무리하게 로프 하강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올라 갈 때나 마찬가지로 하산도 역시 똑 같이 네발을 써야만 했다. 하산을 하면서 진동계의 랜드마크 지점을
다시 확인했다. 진동계는 부근 거대한 선돌들이 심한 틈새가 있어 한계 이상의 진동을 감지하여 붕괴사고를 미연에 알기 위한 기기였다.
태양전지판도 함께 세워져있었다. 11시 30분경 우리는 저 아래 스타트 지점 위 언덕을 오르는 홍종만 선배와 조성복 조를 확인하여 산악회
구호로 화답을 했다. 우리가 초입 암장 벽 하단으로 내려 올 때를 맞춰 서쪽 저편에서 오는 홍-조 마중 팀을 만났다. 그새 길을 잘못 들어 30분간을
헤맸다한다. 하루만이지만 반가운 해후였다. 함께 산장에 오후 1시가 다되어서야 산장에 도착했다. 정상부는 벌써 새하얀 구름이 감싸기
시작한다. 아쉬웠다. 일기예보는 정확했다. 오후 2시 부터 꾸물꾸물하던 날씨는 오후 3시 부터는 폭우로 변했다. 오후 3시 30분이 되어서야
체르마트로 돌아 왔다.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대원들이 무리 않고 무사하게 잘 내려 왔다고 위로 해 준다. 하이킹 팀 Sunnegga 산행.
7월 27일, 여덟째 날, 오늘도 아침도 해발 3000미터 이상은 뿌연 물안개로 형상이 묘연하다. 오늘은 체르마트의 남동단 Rothorn Mtn. 상단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Stellisee Lake로 가기로 했다. Stellisee Lake는 세계 3대 미봉인 마터호른의 전형적인 동북릉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투영되는 호수로 세계적인 명소다. 11시 30분경 스텔리시에 도착했다. 그러나 호수에 투영 되어 있어야 할 마터호른의 아름다운 모습은
하얀 물안개 장막에 가려 보이질 않았다.
7월 28일, 아홉째 날, 아침까지 비는 계속됐다. 잠간 모습을 드러낸 마터호른은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얀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다. 잠깐 모습을
보인 마터호른은 곧 바로 뿌연 구름안개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오늘은 ‘마터호른 글레시어 파라다이스’로 가서 ‘얼음동굴’도 둘러보고
바로 건너편에 자리한 마터호른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글레시아 안에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동굴을 둘러보고 12시 정오경
터널 밖으로 나오자마자 도로 터널 안쪽으로 돌아왔다. 밖은 온통 하얀 수증 물안개와 글레시어 눈이 아우러져 전혀 천지구분이 없어졌다.
완전 화이트 아웃이다. 순천자생이요 역천자사(順天者生 逆天者死)라는 고산에서 항상 지켜야하는 교훈이 되새겨 졌다.
7월 29일, 열 번째 날, 아침 일찍 밀라노로 출발. 예정한 기차표가 매진이라 결국 올 때와 역순으로 밀라노에 도착했다. 오후 Duomo 성당 관광.
7월 30일, 열하루 날, 코모 호수 관광.
7월 31일, 열이틀 날, 뉴욕 도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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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훌륭한 기록내용과 사진자료 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