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말 우연찮게 숲체험캠프에 참가하게된 16기 입니다.
믹스커피를 피곤하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는 하루 4잔까지도 마시고, 빵과 우유, 케이크, 사이다와 콜라 등을 자주 먹었습니다.
고기는 그렇게 많이 먹지 않았고, 집에서 김치와 상추무침, 나물무침, 장아찌 등을 먹었기에 나의 식습관은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내가 엄청 짜게 먹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숲체험캠프 후기 1탄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심하니 패스하셔도 좋아요^^
처음 꽃마을검진센터에 사전검사를 갔을 때 카메라맨이 나에게 카메라를 들이밀기에 “저는 안 찍으시면 안돼요? 했더니 카메라맨이 ‘이미 다 찍었어요.’ 하며 피디님께 쪼르르 달려가 ‘저분이 안 찍고 싶으시다 는데’ 큰소리로 말하는 게 다 들려서 엄청 민망했었다.
숲체험캠프에 가는 날 아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어떤 분들과 함께 체험을 하게 될지, 교수님은 어떤 분일지, 핸드폰도 안 터진다는데 얼마나 시골일지 기대만발이었다.
다행이 일찍 도착해서 봉고차(?) 밖에 서서 다른 분들이 다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교이자 대학원생 한명과 그의 엄마, 퇴직공무원인 당뇨 아저씨, 인테리어를 하다가 먼지를 너무 많이 마셔 천식이 온 아저씨, 당뇨인 아줌마, 고혈압인 아줌마 2명, 나까지 8명과 교수님, 피디님, 카메라맨과 조수, 조명기사 이렇게 24인승 차를 타고 출발했다.
가는 차안에서 옆에 교수님은 영어로 된 책인지 서류뭉치를 계속 읽어 보고, 우리들의 차트를 보고, 또 틈틈이 스마트폰도 하시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셨다.
그에 반에 나는 옆에 교수님이 들고 계신 영어 서류를 흘끔흘끔 보면서 글씨가 작아서 저거 다 보려면 시간 많이 걸리겠네. 무슨 단어인지도 모르겠네. 그림은 크게 그려놨네 생각하면서 보다가 옆에 창밖을 보다가 양반다리로 앉았다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가 차안 공기가 탁해지니까 코도 풀었다가 기침도 했다가 뒤에도 봤다가 핸드폰도 봤다가 물도 마셨다가 하여튼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ㅋㅋ
강원도 홍천 귀농마을에 도착했다.
반딧불이 펜션이 있었고 거기서부터 차를 타고 더 올라가야한다고 했다. 가방을 트럭에 다 실어서 먼저 보내고, 우리들은 걸어오는 장면을 찍어야한다고 해서 나는 사람들 뒤에서 걸었다. 이삼십 분 걸어올라가보니 아담하지만 갖출 건 다 갖춘 농가가 나왔다. 황토 흙으로 지었는지 바깥 벽 쪽이 황토 흙과 나무로 되어 있었고, 방안은 여느 가정집과 같았다. 손으로 벽에 흙을 만져보면서 ‘와 좋겠네. 여기서 자면 더 건강해지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 소개와 유기농 농산물 생산하시는 농부님 소개, 그리고 각자 소개가 끝난 후 농부님네 가족이 직접 유기농 콩으로 만든 두부와 양념간장, 김치와 고추, 나물무침, 파프리카, 단호박 찐 것 이렇게 먹었던 것 같다.
농부님이 우리들 오다가다 먹으라고 넓은 함지박에 오이, 방울토마토, 미니파프리카, 적색양배추 등을 놓아두셨다. 나는 적색양배추만 빼놓고 나머지는 다 먹은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난 후 텃밭체험을 해야 한다고 해서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같이 온 아줌마가 빌려주신 팔 토시를 끼고 밭으로 나갔다.
우리들은 곡괭이, 삽, 호미 등 여러 기구를 들고 흙을 고랑으로 파놓고 잡초를 제거하고 여러 야채의 씨를 심었는데 그 중 무씨가 보라색으로 코팅된 것처럼 넘 예뻤다.
곡괭이로 땅을 파는 게 쉽지 않아서, 내가 곡괭이로 땅을 파는 모습이 어설퍼보였는지 아줌마가 그렇게 하면 조경시험 떨어진다고 본인이 하겠단다.ㅋㅋ
나는 쪼그려 앉아서 열심히 잡초를 걷어냈다. 땡볕에 있으니 넘 더웠다.
그래서 옆에 계곡 비슷한 게 있어서 잠시 내려가 손을 씻었는데 넘 물이 시원했다.
땅을 파면서 씨를 심으면서 흙에서 나는 냄새가 정말 좋았다.
그 다음엔 미니 파프리카가 심겨져 있는 비닐하우스로 이동했다. 노랑 빨강 주황 파프리카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는데 농부님이 꼭지를 위로 올리듯이 톡 따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톡 따지지는 않았다ㅋㅋ
그런데 파프리카를 딸 일손이 모자라서 많이 열려있는데도 못 따서 말라 있거나 저절로 떨어져서 썩은 것들도 많았다.
기왕 온 김에 많이 따주고 가야지 생각을 했는데. 비닐하우스 안은 한증막보다 더 찜통이었다. 파프리카나무줄기(?)가 키가 작아서 서서 딸 수가 없었고, 쪼그려 앉은 채로 이동하면서 따야했다. 앉아서 잎줄기가 무성한 사이로 무거운 바구니를 이동하면서 파프리카를 따는 것은 땀은 비 오듯이 오고 참 노동이었다.
옆에 이랑에서 파프리카를 따던 아저씨가 ‘아 이거 힘들어서 더 못하겠다. 이건 사람 써야겠는데!’ 하면서 일어서서 나가셨다. 나는 좀 더 해주고 나가야지 하면서 땅에 떨어졌는데 쓸 만한 것들을 바구니에 주워 담고 딸 수 있는 건 따고 했다.
그런데 그 때 피디님과 카메라맨이 내가 있는 이랑으로 다가오더니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아 난감했다. 나도 그 아저씨 따라 나갈걸ㅋㅋ 얼굴이 땀에 젖어 머리카락이 달라붙고 상태가 메롱 이었는데ㅠㅠ 피디님은 냉철하셨다. 요런 질문 조런 질문 많이 하셨는데 당황스러웠었다. 내가 잎이 무성한 쪽으로 들어가서 인터뷰를 하니 잎이 덜 무성한 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또 했다. 나는 대충 시골에 와서 이렇게 체험을 하니 건강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한 것 같다.
저녁에는 온갖 야채들을 잘게 썰어서 현미밥으로 죽을 끓였는데, 남자 분들이 칼질하는 것을 배워야한다고 남자 분들을 주로 시켰다.
아무 간을 하지 않고 당근, 호박, 방울토마토, 오이, 적색양배추, 파프리카, 감자, 양파, 물 현미밥을 넣고 밑에 타지 않게 눋지 않게 계속 저어주면서 끓였다. 우리들도 돌아가면서 저어주기는 했지만 주로 아줌마가 불 옆에서 더우실 텐데 계속 끓이셨다.
부엌에서 마당을 쳐다보니 카메라맨의 조수가 스마트폰만 보고 혼자 왔다 갔다 하기에 나가서 말을 붙여 보았다. ‘덥고 힘들죠! 옆에서 보조하기가?’ ‘아뇨 괜찮아요. 6시 내고향 같은 프로그램은 더 힘들대요. 밖에서 계속 서있고 따라다니고 해야 한대요’ 내가 파프리카를 하나 집어서 건넸다. ‘그렇구나. 여기 파프리카 좀 드세요 맛있어요! ‘저 원래 파프리카 안 좋아해요’‘아 네…….’
교수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권선희씨 이리로 와서 죽끓이는 것 같이 도와주세요!’
나는 조수에게 간다는 말도 안하고 부엌으로 냉큼 들어왔다.
내가 집에서 죽끓여 먹었을 때는 대충 끓였었는데, 그래서 저어주는 것 이정도면 될까요? 하고 물었더니 더 끓여야 한단다. 와 여기는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리고 야채도 순서대로 넣어서 순서대로 끓이고 정성을 들여서 끓인다. 옆에 계시던 아줌마 코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저녁밥상을 차리는데 아까 점심때 먹었던 두부가 나왔는데 교수님께서 이번에는 두부를 무염으로 먹어보자고 하셨다. 아 두부도 싱겁고 야채죽도 싱거울 텐데 무염이라니...
대신 순무김치를 퍼서 접시에 두 개로 나눠서 담았는데 순무김치의 빨간 국물을 위에다 더 끼얹어줬다. 아줌마가 야채죽을 사람 수대로 공기에 퍼주고 내가 나르고 숟가락 젓가락을 놓고 잠시 부엌에 뭘 가지러 갔다가 나와서 툇마루 옆의 식탁을 보니 빨간 순무김치가 백김치가 되어 있었다ㅋㅋ. 누가 물에 씻어서 다시 담아 놓았나보다.
정성스럽게 끓인 야채죽, 오이파프리카피클, 백김치(?), 무염두부, 나물무침 이렇게 저녁을 먹었다.
교수님이 중간 중간 강의와 말씀들을 하셨는데, 계속 카메라를 들이대고 조명을 켜서 나는 너무 의식이 되어서 정신이 없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교수님 말씀이 제대로 들어오지는 않았다ㅠㅠ
그러나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가공품’ 무산 김, 무첨가두유, 효모시스테인, 감마GTP, 밀가루에 있는 글루텐과 농약성분, 계란, 우유, 붉은 육류도 먹지 말고 등등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밤 9시쯤 되어 교수님과 피디님 스텝들은 아랫마을로 차를 타고 내려갔고, 아줌마들과 나는 방에 왔다. 그런데 아줌마 두 명이 키도 크고 몸매도 넘 날씬해서 왜 고혈압이 왔을까 의문이 들었었다. 몸매가 펑퍼짐한 아줌마가 아니라 오히려 마른 편이었기 때문이다. 잘 준비를 다하고 있는데, 아줌마들의 입담이란 처음본 사이인데도 어쩜 그리 언니 언니 해가며 서로 얘기들을 잘 하시는지 나는 듣다가 슬그머니 밖으로 나와 의자에 앉았다.
깜깜한 밤하늘에 내일 비가 오려는지 별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맑고 깨끗한 공기와 내가 좋아하는 특유의 숲냄새, 여기 와 있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했다. 내일은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