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를 빼닮은 '밤의 사냥꾼'… 나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살아요
솔부엉이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사진〉가 매해 건물에 부딪혀 120마리 넘게 다치거나 죽는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환경부가 2011~2016년 건물에 충돌해 치료 센터에 맡겨진 야생 조류 1만6720마리를 조사해봤더니, 이 가운데 솔부엉이가 726마리로 가장 많았다는 거예요. 이어 황조롱이(613마리), 멧비둘기(559마리), 직박구리(459마리), 소쩍새(452마리) 순이었지요.
해마다 충돌 사고를 겪는 솔부엉이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도시에 솔부엉이가 그만큼 많이 산다는 얘기이기도 해요. 솔부엉이는 숲과 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디나 살아요. 아시아를 비롯해 연해주와 몽골 초원에도 살고 동남아 열대밀림이나 중국 내륙 사막지역에도 살지요.
최근에는 알래스카에서도 발견됐어요. 사는 곳이나 생김새, 사냥하는 방법까지 여름철 새인 쏙독새와 많이 닮은 솔부엉이는 서식지가 무척 넓고 개체 수도 많은 편이지요.
솔부엉이는 얼굴이 좁고 꼬리가 길고 머리에 귀깃털(귀 모양의 털)도 없어 옆에서 보면 영락없는 매예요. 그래서 영어로는 '갈색 매부엉이(brown hawk-owl)'라고 하지요. 큰 것의 몸길이가 34㎝ 정도로, 독수리나 매에 버금가는 덩치를 가진 수리부엉이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편이에요.
홍채가 아주 선명한 노란색이라 짙은 갈색 깃털과 대비를 이뤄요. 일본에서는 나뭇잎이 푸른 오월에 주로 날아든다고 해서 '푸른잎올빼미'라고 불러요.
솔부엉이는 몸집이 날렵하고 작은데다 주로 어스름 저녁부터 새벽 사이에 사냥을 하기 때문에 밤새 '후~ 후~'하고 울어도 찾기가 어려워요. 다른 부엉이처럼 깃털이 나무껍질에 녹아든 것 같은 무늬를 하고 있어 얼핏 나무와 구분하기도 어렵지요.
딱따구리가 버린 나무둥지 구멍에서 주로 사는 솔부엉이는 5~6월에 알을 낳는데, 아기 새는 다 자랄 때까지 부모 새가 먹이를 물어다줘요. 먹을 것이 적으면 큰 새끼가 작은 새끼를 둥지에서 잡아먹기도 한답니다.
어른이 된 솔부엉이는 날카로운 부리로 먹잇감을 덥썩 물거나 뾰족한 발톱으로 확 잡아채요. 메뚜기나 잠자리, 나방 같은 곤충을 주로 먹지만 도마뱀이나 개구리, 새, 쥐도 먹고 박쥐도 잡아먹어요. 콩콩 뛰면서 곤충을 잡기도 하고 날아가는 먹이를 공중에서 낚아채기도 하는 비행술의 선수예요.
새가 건물에 충돌하는 건 건물 유리창에 비친 나무나 하늘을 실제 모습으로 착각해 날아가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는 높은 건물이 많은데다 국토에 산이 많아 솔부엉이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많이 살아요. 건물에 많이 부딪힌다고 멸종 위기에 놓이는 새는 없지만, 안타까운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선 조금씩 노력할 필요가 있어요. 건물 유리창에 새 그림을 그려넣거나 편광 유리(일부 빛을 차단하는 유리)를 쓰면 새 충돌 사고를 줄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