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자 여느 해나 마찬가지로 털갈이도 하고 헤엄도 칠 겸 해서 되강오리가 월든 호수에 찾아왔다. 그는 내가 채 일어나기도 전에 그 특유의 미친 듯이 웃는 듯한 울음소리로 온 숲을 뒤흔들어 놓았다. 되강오리가 왔다는 소문이 퍼지면 마을의 사냥꾼들은 일제 비상사태에 들어간다. 그들은 최신형 엽총과 원추형 탄환과 망원경으로 무장한 다음 두 사람씩 또는 제 사람씩 짝을 지어 마차를 타거나 걸어서 출정에 오른다. 사냥꾼들은 가을의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며 숲 속을 전진해오는데 되강오리 한 마리에 열 사람꼴의 비율이다. 어떤 사람들은 호수 이쪽에 진을 치고 또 다른 사람들은 호수 건너편에 진을 친다. 그 불쌍한 새가 모든 곳에 있을 수는 없겠지만 호수 이쪽에서 잠수하면 반대편으로는 반드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자비로운 10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나무 잎사귀가 살랑거리고 호수의 수면에 잔물결이 인다. 그리하여 되강오리의 적들이 망원경으로 호수를 샅샅이 훑고 총소리가 숲을 울려도 되강오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물결이 물새들의 편을 들어 분연히 일어나 성난 듯이 쳐대므로 사냥꾼들은 마을로, 가게로, 또는 하다 만 일거리로 후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사냥꾼들이 성공하는 때도 적지 않았다.
내가 아침에 물 한 통을 길러 호숫가에 나가면 이 당당한 새가 불과 10미터 앞에서 내 집 쪽의 물가를 떠나 호수 한가운데로 헤엄쳐 나가는 것을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새가 어떻게 하나 보려고 보트를 타고 뒤쫓으면 그는 물속으로 들어가 행방을 감추어버린다. 그래서 어떤 때는 그날 오후 늦게까지 그를 다시 보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물 위에서 되강오리는 나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비가 올 때면 되강오리는 호수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어느 몹시 고요한 10월 오후, 나는 호수의 북쪽 물가에서 보트를 젓고 있었다. 이런 날에는 되강오리들은 박주가리의 깃털처럼 하얗게 호수 표면에 떠 있게 마련인데 호수 위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단 한 마리도 눈에 띠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되강오리 한 마리가 물가에서 호수 한 가운데로 헤엄쳐 나왔다. 그러고는 내 앞의 불과 10여 미터 지점에서 그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었다. 내가 노를 저어 뒤를 쫓자 그는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으나, 다시 물 밖으로 나왔을 때는 내가 훨씬 가까이 다가가 있었다. 그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그가 물속에서 헤엄쳐 가리라는 방향을 잘못 짚어 거리를 벌려놓았기 때문에 그가 다시 나왔을 때는 250미터쯤 사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되강오리는 오랫동안 큰소리로 웃어댔는데 그 어느 때보다 웃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의 행동은 너무 교활해서 나는 2,30미터 이내의 거리로 접근 할 수가 없었다. 물 밖에 나올 때마다 그는 머리를 사방으로 돌려 침착하게 호수와 육지를 둘러보고, 수면이 가장 넓고 보트와는 가장 먼 거리가 되는 곳에 나올 수 있도록 잠영 방향을 정하는 것 같았다. 그가 재빨리 결심을 하여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놀라웠다. 되강오리는 곧 나를 호수의 가장 넓은 부분으로 유인해갔는데 나는 그를 그곳에서 몰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가 머릿속에 무엇인가를 궁리하면 나는 그의 생각이 무엇인가를 나의 머리로 알아내려고 했다. 그것은 잔잔한 호수의 수면에서 벌어지는 인간 대 되강오리의 멋진 한판 게임이었다. 상대방의 말이 갑자기 장기판 아래로 사라진다. 문제는 이때 나의 말을 상대방의 말이 다시 나타나리라고 생각되는 지점 가장 가까이에 갖다 놓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