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5명에 불과한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분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폐교를 하루 앞둔 14일 교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남은 3명은 천가초교로 전학 - 72년간 1000명 졸업생 배출
14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동 대항분교. 학교에 학생, 직원까지 모두 모였지만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날 이후 이들이 여기서 모일 일은 없다. 15일 본교인 천가초교에서 열리는 졸업식이 끝나면 분교는 폐교되기 때문이다.
모두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어린이회장 황진효(13) 군은 "실감이 안 난다. 어른이 돼서 다시 찾았을 때 이곳이 없을 것이라니 믿을 수 없다. 하교 후 학교 앞 바닷가에서 낚시하던 추억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항분교는 일제강점기인 1941년 개교해 1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뒤 1994년 천가초교의 분교로 개편된 역사 깊은 학교다. 72년간 명맥을 이어온 모교가 없어진다는 소식에 졸업생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학교 앞 주택에 사는 주길웅(69) 씨는 "대다수가 노인 가구인 이 동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더 듣지 못한다니 아쉽다. 하지만 후배인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부산에서 마지막 남은 분교였다. 10년 전만 해도 가덕도에 장항·눌차·천가·대항·천성 등 모두 5개 초등학교가 있었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면서 분교로 바뀌었다가 대다수가 폐교됐다. 현재 가덕도에 남은 초교는 천가초교뿐이다.
학교가 없어지는 것은 적은 학생 수 때문이다. 전교생이 120명이 넘을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5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2명이 15일 졸업하면 3명(5학년 2명, 6학년 1명)만 남게 된다. 부산시교육청은 제대로 된 교육서비스를 더는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 2010년부터 5회에 걸쳐 학부모와 지역주민과 협의를 거쳐 폐교를 결정했다.
학생 수가 많지 않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낮았던 것은 아니다. 2명의 교사는 1대 1 개별지도로 꾸준히 수업을 진행했다. 시내 학교에서는 자주 할 수 없는 자연체험학습도 활발히 펼쳤다. 해군과 해병대 등 인근 군부대 장병이 교사를 자처하고 나서 1주일에 2번 영어와 수학 특강도 진행됐다.
2년간 학교 안에 마련된 사택에서 지내며 학생과 소통한 조황 교사는 "이제는 아이들이 피붙이처럼 느껴진다"며 "아이들이 외로움을 타서 안타까웠는데 많은 친구가 있는 큰 학교로 가서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송행미 분교장은 "바닷가에서 자주 진행한 체육수업, 주민 모두가 함께한 지난해 마지막 가을운동회, 오늘 마지막 점심 급식까지 이곳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