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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포에틱 저스티스 그리고 2월문체부 놀이터/즐거운 [문화] 2015/02/24 18:06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2014년 1월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의 확대를 위해 시행된 ‘문화가 있는 날’은 현재 1,500개 이상의 공연 및 전시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을 체험하려는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올 한 해 매달 ‘문화가 있는 날’마다 준비한 기획들을 살펴보자. ▲서울관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지난 1월 28일, 포에틱 저스티스(Poetic Justice)가 그 시작을 알렸다.
ⓒ포에틱 저스티스 포에틱 저스티스(Poetic Justice)는 힙합 듀오 가리온의 엠씨 메타(MC Meta), 시인이자 극작가인 김경주, 음악비평가 김봉현이 만든 3인조 프로젝트 유닛이다.
ⓒ포에틱 저스티스 김봉현(왼쪽)은 음악평론가로, 자신의 책 <힙합: 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 통해 힙합을 주요 분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시인과 래퍼 말들을 대중에게 전달해주며 하나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김경주(중간)는 2003년 대한매일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자 왕성하게 활동하는 극작가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대중들이, 독자들이 시로부터 많이 멀어졌음을 이야기하며 “시는 응당 소리 내어 읽어야 시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는 말로 시적 체험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한 ‘읽기’의 형태를 찾아가다 랩과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엠씨 메타(오른쪽)는 한국 힙합 1세대로 살아있는 전설인 힙합 듀오 가리온의 멤버이자 포에틱 저스티스에서는 ‘포에트리슬래머’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러한 업적을 논하지 않더라도 그의 음악성 그 자체로 시를 쓴다는 말이 절대 가볍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이들이 모인 포에틱 저스티스. 시와 랩은 한 뿌리에서 나왔고 둘은 배다른 형제라는 생각을 공유하며, 이 시대에 시적 선언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공연은 랩과 포에트리 슬램, 입체낭독, 랩-드라마로 이어지며 시와 랩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 짓고 있다. 포에트리 슬램 (Poetry Slam)
ⓒ김봉현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퍼포먼스는 바로 포에트리 슬램이다. 포에트리 슬램이란 하나의 발화양식인데, 시 낭독과 랩 공연의 중간에 있는 퍼포먼스로 정적인 시 낭독보다는 훨씬 동적인 동시에 텍스트의 전달력을 놀라울 만큼 끌어올린다. 김경주 시인이 먼저 시를 낭독하고 엠씨 메타가 그것을 비트에 맞춰 랩을 한다. 사실 어떠한 예술을 다른 양식으로 바꾸는 것은 이전에도 있어왔다. 하지만 포에트리 슬램이 가지는 특별한 점은, 그 어떤 형태의 변형도 없다는 점이다. 포에트리 슬램은 시의 내재율을 찾아 랩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변형이 필요하지 않다. 바로 ‘시 = 랩’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외형률에서 벗어나는 쪽으로 변화해온 현대시를, 외형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랩이 원문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랩의 방법론을 통해 청각적 운율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시도는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여전히 답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포에틱 저스티스 길게 늘어선 줄이 공연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연의 특성상 엠씨 메타의 명성을 듣고 그를 보기 위해서 스냅 백을 쓴 ‘힙’한 사람들이 많이 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관객 구성이 다양했다. 대여섯 살 애기를 데려온 주부도 있었고 나이 지긋하신 노부부도 있었다. 이러한 관객 구성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얼마나 대중에게 열려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였다. 또한 힙합과 시라는, 선뜻 함께 즐기기 힘든 영역에 다양한 관객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모습은 문화예술 체험에 대한 대중들의 심리적 거리감이 많이 낮아진 것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다양한 장르의 결합을 통해 동시대의 정신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실험적인 융․복합 예술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현대미술관 서울관, Poetic Justice 시와 랩의 연결고리 Vol. 6 1월의 공연으로 보았을 때 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의도는 매우 적절하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번 2월 25일 문화가 있는 날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공연이 대중에게 그 신선한 얼굴을 보인다. 베토벤을 클림트에서 듣다
ⓒ국립현대미술관 이번에는 현대미술과 클래식의 만남이다. ‘미술관에 간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권순훤의 연주와 해설이 함께하니 클래식과 현대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아도 공감할 만한 공연이 될 것이다. 이날 현대미술관 지하 1층에서는 잭슨 폴록, 피카소, 리히텐슈타인의 작품과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 쇼팽의 ‘왈츠 7번’ 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입문자에게는 친절한 안내를, 숙련자에게는 이전까지 없던 경험을 제공해줄 것이다. 공연은 2월 25일 수요일 1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며, 입장료는 역시 무료다. 하지만 선착순 100명만 입장할 수 있으니, 조금은 서두를 필요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외에도 2월 25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기존의 전시관 중 상당수가 할인과 함께 야간개장을 하며 전국의 문화시설에서 특별한 공연과 만남이 다양하게 열린다. 또한 ‘문화가 있는 가족’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이러한 정보는 문화포털 내의 문화가 있는 날 웹페이지 (www.culture.go.kr/wday)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10기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인턴기자 이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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