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능 점수 공개는 예상대로 도시와 농어촌 간의 적잖은 차이를 확인해줬다. 하지만 교육 환경이 열악한 농어촌지역이면서도 전국 최상위권에 오른 경남 거창군, 전남 장성군 등의 성공담은 공교육도 하면 된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비록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지난 5년간 수능 성적이 가장 많이 향상된 전남 곡성군 역시 공교육의 혁신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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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 발표된 최근 5년간 수능성적 공개에서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한 전남 장성고 학 생들이 하교하는 모습. 뜻을 세우고, 괴로움을 이겨내면 크게 이룬다(立志, 忍苦, 滿成)는 창학 이념을 적은 기념비가 뒤편에 보인다./장성고 제공
◆맞춤식 교육한 장성고
97년 8월 전남 장성군 장성고에 반옥진(55) 교장이 부임하면서 이 학교에 변화가 시작됐다. 핵심은 수준별 수업이었다. 반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최대한 만족을 주려면 '맞춤식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학생들의 실력을 알아야 했다. 학기 초 진단 평가를 통해 학생들을 최상위권, 중위권,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중위권은 다시 상, 중, 하로 세분화했다. 철저히 수준별 수업을 하자 "왜 차별하느냐"는 반발도 있었지만 "더 열심히 하면 더 수준 높은 수업을 받는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학생들에게 공부만 강요한 게 아니다. 사물놀이·바둑·골프·포켓볼 등 30여개 동아리를 만들어 여가활동을 강조했다. 이 학교의 입학식·졸업식은 학생들이 사회를 보면서 진행한다.
장성고는 올해 12년째 대학 합격률 100%를 자랑한다. 올해는 졸업생의 55%가 서울지역 대학에 갔다. 이런 성공에는 교사들의 헌신이 어우러졌다.
교사들이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밤 10시까지 남아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은 기본이다. 3년 전부터 매주 월요일 아침 8시에 55명 교사 전원이 참여하는 연구회를 열어 더 나은 수업방법을 공부하고 있다.
장성고는 조만간 학생들이 수업 중 발표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홈페이지에 올릴 계획이다. 학부모에게 '당신의 자녀들이 이렇게 공부하고 있습니다'라는 서비스를 하려는 것이다.
반 교장은 "이번 수능 성적 발표를 통해 장성군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점수만이 아니라 학생이 즐겁게 공부하도록 하는 방식도 학교들이 서로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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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몰려드는 곡성군
인구 3만3000여명의 전남 곡성군에는 초·중등학생보다 고교생이 더 많다. 상급 학교로 올라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드는 농어촌의 모습과 정반대다. 초등학교 6학년은 309명, 중학교 3학년은 266명이지만 고교 1학년 숫자는 367명이다. 외지 학생 유학 때문이다.
전남 곡성군에 있는 단 두 개의 인문계 고교인 곡성고·옥과고엔 인근 순천·여수는 물론 광주광역시 심지어 서울 목동과 경기 분당에서도 학생들이 유학 온다. 곡성고의 경우 한 학년 140명 중 30여명, 옥과고는 140여명 중 40여명이 외지 유학생들이다. 곡성군은 광주광역시와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어 늘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것만 고민했는데, 상전벽해가 된 셈이다.
변화의 시초는 지자체와의 협력이었다. 2005년부터 곡성군은 인구 감소 등을 막기 위해 학교 교육 강화에 매달렸다. 지금 곡성고와 옥과고 학생들은 교실을 찾아오는 광주광역시의 인기 학원강사들 강의를 일주일에 서너 번씩 듣는다. 일주일에 한번은 논술 강사의 3시간 특강도 듣는다. 곡성군청이 운영하는 '곡성 아카데미' 프로그램 덕분이다. 곡성군청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연간 10억원을 지원한다.
그 결과 곡성군은 이번 조사에서 5년간 수능 성적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에 올랐다. 성적 향상도가 4개 영역 모두 전국 6위권 안에 든 유일한 군(郡) 지역이었다. 곡성고 노남헌 교무부장은 "시골 학교도 든든한 지원만 있으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