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
와사비는 크게 혼와사비(본와사비, 本わさび)와 세이요우 와사비(서양 와사비, 西洋わさび)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본와사비는 일본이 원산지인 와사비를 말하며, 세이요우 와사비는 유럽이 원산지인 와사비를 가리킵니다.
본 와사비는 재배 상의 차이에 따라 사와 와사비(沢わさび)와 하타케 와사비(畑わさび)로 나눕니다.
사와 와사비는 맑게 흐르는 물을 이용해 재배된 것으로 일반적으로 와사비라고 하면 이 '사와 와사비'를 말합니다.
사와 와사비는 시즈오카 현의 이즈 시, 나가노 현의 아즈미노 시에서 많이 재배됩니다.
하타케 와사비는 습도가 높은 비닐하우스나 밭에서 키웁니다.
품질은 사와 와사비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은 저렴한 편이며 재배도 용이합니다.
세이요우 와사비는 영어로는 호스래디쉬(horseradish)로 불립니다.
유럽 북부지역에서 재배되던 것이 메이지시대 이후 미국을 통해 들어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 북부와 기후가 비슷한 훗카이도, 나가노현, 후쿠시마현 등의 고지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혼와사비가 코가 찌릿하면서도 은은한 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세이요우 와사비는 매운맛을 주로 갖고 있습니다.
매운 정도는 혼와사비의 1.5배라고 합니다.
어원
와사비의 어원은 매운맛에서 유래하였다는 설과 매운맛과는 관련이 없다는 설로 나뉩니다.
전자는 '와루사와리 히비쿠(悪障疼)'가 변해 약어로 와사비가 됐다는 설입니다.
와루사와리 히비쿠는 '와루시타히비키(悪障響/나쁜 혀 울림)'의 뜻을 가집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매운맛을 표현한 '하나 세메(鼻迫め: 코를 자극)'가 변해 와사비가 됐다는 어원도 있습니다.
둘 다 와사비의 특징인 '코가 찡한 매움'을 어원으로 하고 있지만 억지스러운 느낌이 강합니다.
후자는 와사비가 '접시꽃(葵)'과 비슷하게 생긴 까닭에 '와사아루히(早葵)'라고 부르다가 와사비가 되었다는 설입니다.
와사비와 고추냉이는 같은 종(種)?
우리나라에서는 와사비와 고추냉이를 같은 말로 씁니다.
와사비의 순화어가 고추냉이인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와사비와 고추냉이는 다른 식물입니다.
현재 고추냉이의 학명은 'Cardamine *pseudowasabi'이고, 와사비는'Eutrema japonicum'입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와사비(E. japonicum)는 '고추냉이'로, 고추냉이(C. pseudowasabi)는 '참고추냉이'라고 국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pseudowasabi 뜻은 가짜 와사비)
그렇다면, 국어학계는 왜 와사비를 대체할 한국어 명칭으로 고추냉이를 제시했었을까?
그 이유는 옛날 학명에 있습니다.
1930년대에는 와사비를 'Wasabia japonica Matsum'으로, 고추냉이를 'Wasabia koreana Nakai'로 부여했습니다.
같은 속에 속하는 매운 가까운 식물로 분류했기 때문에, 그 시절 국어학계에서 와사비를 대체할 말로 고추냉이를 제시했던
것입니다.
일본인들이 와사비를 처음 먹기 시작한 시기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혹자는 조몬시대(약 1만2000년~기원전 3세기)부터 약용으로 먹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와사비에 대한 내용이 처음 발견된 것은
아스카시대(6세기말~701년) 유적에서 입니다.
2001년 나라현 아스카촌(明日香村)의 옛 궁정 정원이었던 아스카 쿄아토엔치에서 '와사비 산초(わさび さんしょ)'라고 적인
나뭇조각이 발견됐습니다.
와사비를 약용으로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초: 운향과의 초피나무 또는 동속 식물의 과피로서 씨를 최대한 제거해 만든 약재)
이어진 나라시대(710년~794년)의 <부역령(세법 시행령, 718년)>에서도 '山葵(와사비)'의 이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와사비가 명산품으로 이미 납부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헤이안시대(794년~1185년) 때는 <혼조 와묘(本草和名, 918년)>라는 식물 의학 사전에 '와사비'라는 단어가 나오고, 율령 세칙을
적은 <엔기시키(延喜式)>에는 중앙 정부가 부과한 세금을 납부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품목에 와사비가 언급돼 있습니다.
10세기경에는 와사비가 약용과 세금용으로 쓰이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와사비를 식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가마쿠라시대(1185년~1333년)에 들어서입니다.
<고금저문집(古今著聞集, 1254년)>에서는 야생의 와사비를 채취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또, 이 시기에는 쇼진 요리(精進料理,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채소 요리)가 발달했는데 여기에 와사비가 함께 나왔다고 합니다.
불교 선종의 절을 중심으로 자생 와사비를 채취해 요리에 이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마쿠라시대(1185~1333)에는 와사비 잘게 썰어 넣은 차가운 스프 요리가 대중에게까지 퍼졌습니다.
무로마치시대(1336년~1573년)에는 와사비 식초를 넣은 잉어 사시미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와사비가 여러 요리의 양념으로까지 쓰이게 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와사비는 아즈치모모야마시대(1573년~1603년)가 끝나갈 무렵, 지금의 시즈오카가 있는 아베강 상류의 우토기 지역에서 처음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진 에도시대(1603년~1868년)에는 본격적으로 와사비를 먹게 됐습니다.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図会,1712년)>에는 소바에 와사비, 무 등의 향미 채소를 곁들여 먹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수정만고(守貞漫稿,1853년)>에는 참치와 전어로 만든 스시에 와사비가 많이 사용됐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다이쇼시대(1912년~1926년)부터는 와사비를 건조해 분말로 만들었고, 1971년부터 와사비 페이스트를 만들어 출시했습니다.
1973년에는 강판에 간 와사비가 제품으로 선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