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13>
"백내장·녹내장의 예방과 치료" - 감국(甘菊)
'보다'라는 뜻의 한자에는 모두 눈(目)이 달려 있다. 사람이 눈으로 사물에 접할 때 절로 보고(見), 살펴보고(視), 꿰뚫어 보고(觀), 세심히 보고(看), 견주어 보듯(覽) 눈이란 실로 복잡한 정서(마음)의 변화와 행동(몸)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기관이다. 보면서 평화롭고 즐겁고 행복하다면 오장의 순행이 좋은 쾌적한 눈을 허락받겠지만 조급하고 화나고 우울해진다면 심장이 타고 폐가 녹으며 간담이 넘치고 비위가 뭉치고 신장이 허해져서 오는 불편한 눈도 받아들여야 한다. 눈은 밖을 내보내는 창이면서 안을 들이는 문이다. 오래 보고 생각하는 것이 지나치면 몸은 열을 받아 오장을 달군다. 감정의 동요가 표정이나 면색, 땀, 경련 등으로 나타나듯 오장의 병도 이목구비와, 요도, 항문, 피부, 머리털, 손발톱, 관절 등 외부로 드러나게 되어있다. 폐가 코로, 신이 귀로, 비가 입으로 통하듯 간은 눈으로 개규(開竅)하기 때문에 안구질환은 대개 간병의 외증(外症)인 것이다.
포도막에 염증이 발생한 속발성이 있기도 하지만 백내장은 보통은 서서히 진행되며 수정체가 연무처럼 혼탁해져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므로 시야가 흐려진 상태를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수정체가 은백색으로 보인다 하여 여은내장(如銀內障)이라 하였으며 발병원인은 기혈의 부족, 간과 신의 음허(陰虛)로 보았다. 전신에 음정(陰精)이 모자라 양(虛火)이 성해져서 위로 솟고, 몸에 수분과 진액과 혈액이 말라 눈에 방수(房水, 각막에 영양을 공급하고, 수정체의 대사에 관계하며, 안압을 유지한다.)분비가 적어진 데서 비롯된다고 본다. 시력이 감퇴되고 복시현상이나 비문증 등이 나타나는 이 병은 간신에 음혈을 보하고 청간명목(淸肝明目)하는 것이 치료의 요체이다. 현대의학에서 백내장 수술은 백내장이 생긴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로 영구 교체하는 시술이다. 그러나 안검하수와 복시가 생기면 부가수술을 받을 수 있으며, 수포성각막병증, 각막기능부전, 각막혼탁 등의 예측하기 힘든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에 비해 녹내장은 방수(房水)의 생성과 배출에 균형이 깨지면서 안압의 변동이 생기는데 생성은 되나 배출이 되지 않아 팽대해지면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공급이 차단됨으로써 수직· 수평 시야의 외곽부분이 좁아지는 장애로 나타난다. 눈병에 방사선이나 적외선 조사, 호르몬 제재인 스테로이드계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는 약해의 영향도 크다. 인위적으로 눈에 수분을 공급하는 점안액은 초기에 작은 도움은 될지라도 내성에 의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며 이것으로는 안압이 내려가지 않는다. 선천성이거나 폐쇄우각녹내장으로 시신경 손상이 계속되면 섬유주절제술(안압이 높아져 방수의 배출구를 만들어주는 시술)로 이어진다. 수술의 성공률은 60~70%라 하는데, 따르는 부작용은 저안압, 고안압, 악성녹내장, 안 내염, 시신경 손상, 안검하수, 안구 천공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안압이 재상승할 경우 재수술을 해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녹내장은 반드시 안압의 상승에 의한 질환은 아니다. 고 안압을 가진 사람 중 안저의 기질적 이상이나 시야결손이 없는 사람도 많고, 안압은 정상수치에 들면서도 특이한 결손을 보이는 정상안압녹내장도 있다. 정상안압녹내장은 전체 녹내장 질환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유형으로 대개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 노화와 같은 전신질환과 유관하다. 기본적으로 혈관·혈액의 부족으로 인한 순환장애, 대사장애, 내분비장애 등에서 오는 혈관말단의 국소적 변화 내지 장애로 이해되며,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간기울결로 인한 화와 풍열에 의한 상공(上攻)의 원인, 기혈순환의 장애로 방수의 유출입이 어체(瘀滯)된 결과로 본다.
백내장 녹내장을 포함한 일체의 눈병에는 『감국』이 요약이다. 감국은 전국의 산과 들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맛은 달고 조금 쓰며 성미는 차다. 주로 폐와 간경으로 들어가서 머리, 눈, 가슴의 열을 내리고 음기를 보해주는 효능이 뛰어나다. 특히 유행성감기로 인한 발열, 두통이나 간열의 상승으로 인한 충혈, 시신경염, 어지러움증에 쓰고 급만성결막염이나 누액과다에도 쓴다. 국화의 종류는 다양하고 진품 여부에 대한 논란도 많지만 강병수 등이 쓴 <원색본초도감>에서는 우리의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국(甘菊)과 산국(山菊)을 원조로 소개하며 감국은 화서를, 산국은 전초를 약으로 쓴다고 하였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감국은 단맛이 더하여 부드럽고 산국은 향이 강하고 쓴맛이 더하므로 분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으로 그 효능을 짐작할 만 하였다.
백내장은 감국과 함께 주로 간혈을 기르는 구기자·생지황·백작약·당귀·하수오에, 음을 보하는 맥문동·천문동·사삼을 바탕에 깔고, 녹내장에 쓸 수 있는 몇몇 재료를 병합하면 좋다. 녹내장 치료 역시 감국을 필두로 각막궤양을 물리치며 청간명목의 대표 약초인 목적(目賊, 속새)·익모초, 평간약인 천마·조구등·결명자를 군약(君藥)으로 기둥을 세우고, 간담의 울화를 푸는 하고초(夏枯草, 꿀풀), 예막(瞖膜)을 치료하는 진피(秦皮, 물푸레나무 껍질), 심화를 사하는 황련, 풍을 다스리는 방풍을 더하거나, 간화를 맑히고 간음을 보하는 석결명(石決明, 전복껍질), 습열을 내리는 차전자 등을 일정량 추가하여 처방전을 만든다. 《동의보감》에서는 눈병은 한증(寒症)이 없으며 모두 화(火)의 기운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설명한다. 서구식 식습관, 과식, 더운 성질의 음식과 가공식품, 술, 화학약품을 피하고, 스트레스, 수면부족, 칠정(七情)의 정서변화로부터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편 몸에 실화와 실열이 많은 체질이 안구질환의 연장선에서 발병하는 구내염, 구강궤양 또는 베체트병엔 죽엽을 더하여 심화를 없애고, 지모를 추가하여 폐화(肺火)·신화(腎火)·위화(胃火)를 동시에 사해주어야 한다.

감국(왼쪽), 산국(오른쪽)

산국




감국

감국(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