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 좋게, 관련된 물건이 있으면 '잃다'고, 물건이 없으면 '잊다'입니다. 물건은 잃어버린 것이고, 기억은 잊어버린 것이고... | |
|
안녕하세요.
어제부터 천안함 침몰로 돌아가신 장병에 대한 추모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어제 점심때 팀원들과 같이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한 명 한 명 사진을 보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요. 마치 하늘도 우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잊지 않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잊다'와 '잃다'를 갈라보겠습니다. '잊다'는 "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는 뜻으로, 수학 공식을 잊다, 영어 낱말의 철자를 잊다, 영화 제목을 잊었다처럼 씁니다.
'잃다'는 "가졌던 물건이 없어져 그것을 갖지 아니하게 되다."는 뜻으로, 가방을 잃다, 복잡한 시장 거리에서 지갑을 잃었다처럼 씁니다.
기억하기 좋게, 관련된 물건이 있으면 '잃다'고, 물건이 없으면 '잊다'입니다. 물건은 잃어버린 것이고, 기억은 잊어버린 것이고...
장병들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
|
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양식이 아니라 서식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보낸 편지에서 서툴다의 명사형을 '서'이라고 했는데 '투ㄻ'이라는 글자가 나타나지 않아 '서'로만 보였나 봅니다. 서툴다의 명사형은 당연히 '서'가 아니라 '서투ㄻ'입니다.
오늘 이야기입니다. 요즘 공무원들은 무척 바쁠 겁니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업무보고할 게 많잖아요. 오늘은 공문서 쓰는 이야기 좀 할게요.
행정기관에서 만드는 공문서는 바르고 쉽게 써야 합니다. 그래야 모범이 되죠.
이런저런 자료를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공문에 '기관장의 결재를 득한 후 첨부 양식에 의거 언제까지 기일엄수하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모든 공문은 기관장 이름으로 나가므로 기관장의 결재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결재를 받으면 되는 거지 '득'할 필요도 없죠. 결재를 받은 '뒤'면 되지 결재를 받은 '후'라고 쓸 것도 없습니다. 후(後)가 뒤 후 자 잖아요. '첨부'는 '붙임'으로 바꾸면 깔끔합니다. '양식'은 국립국어원에서 '서식'으로 다듬은 낱말입니다. '의거'는 "어떤 사실이나 원리 따위에 근거함"이라는 뜻인데 '따라'로 쓰시면 됩니다. '기일엄수'는 너무 권위적인 낱말입니다. 날짜를 꼭 지켜, 또는 언제까지 꼭 보내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위에 있는 월은 '기관장의 결재를 받은 뒤(또는 '받고 나서') 붙임 서식에 따라 언제까지 꼭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거나, '붙임 서식에 따라 언제까지 꼭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로 바꾸시면 됩니다.
공문서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문서는 어떤 경우에도 바른 글로 써야하고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해야합니다. 그래야 알아보기 쉽죠. 그래야만 공무원이 대접받고 살 수 있는 겁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