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의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위·수탁 관리계약을 해지해 관리업체에 손해를 끼쳤다면 대표회의는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4단독(판사 노진영)은 최근 서울 노원구 W아파트 관리업체 D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관리계약을 무효화 해 손해가 발생했으므로 4천5백24만여원을 배상하라.”며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D사에 1천4백87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지난 2008년 11월 D사를 관리업체로 선정하고 같은 달 6일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했으나 다음날 일부 동대표들이 ‘D사가 타업체를 비방하는 유인물을 배포했고 대표회장 K씨가 D사 회장으로부터 식사대접을 받고 다시 동대표들에게 식사대접을 했다’는 이유로 관리업체 선정무효 및 입주자대표회장 불신임 결의를 한 후 C씨를 임시회장으로 선임하고 입찰에서 탈락한 F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D사는 대표회의에 ‘계약 무효통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한 후 관리소장을 아파트에 배치하는 등 관리계약을 이행하려 했으나 관리사무소 인도를 놓고 F사와 분쟁이 발생했다.
이에 관리업체 D사는 지난해 6월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손해가 발생했으므로 이를 배상하라.”며 이 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아파트 관리업체 선정공고에는 타 업체 비방, 로비성 활동시 선정을 취소한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며 “피고 대표회의는 이 관리계약을 무효화 한 근거로 이 조건을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입주민 A씨는 대표회장 K씨와 원고 D사의 회장이 동대표 B씨의 회사로 찾아가 같이 식사를 하면서 타 업체를 비방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며 “이러한 사정이 있었다면 관리업체 선정 전에 이를 알린다거나 선정공고가 되자마자 이의를 제기해 관리계약의 진행을 막았어야 함에도 A씨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표회장 K씨에게 자문을 해줬는데 며칠 사이에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이 녹음해 갖고 있다는 녹음테이프를 대표회의에 제시하지 않았고, 이에 관한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이를 삭제해 버린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D사의 계약 무효나 해지사유에 대한 입증이 없는 상태에서 무효통지를 해 계약을 파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 대표회의는 일부 동대표만 참석해 관리계약을 무효화한 다음 C씨를 임시 대표회장으로 선정해 입찰에서 탈락한 F사와 재계약을 하기로 결정했음에도 당시 관련 규정에 따른 입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 원고 D사에 대한 계약무효 통지에 입찰의 경쟁자였던 F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해 보면 이 관리계약의 무효통지는 부적법하므로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관리계약이 여전히 유효해 피고 대표회의로서는 원고 D사의 계약이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무를 지고 있다.”며 “F사와 관리계약을 체결하고 원고 D사의 계약이행에 대한 수령을 거절해 원고 D사에 손해를 끼쳤으므로 피고 대표회의는 관리계약의 부당파기로 원고 D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가 이 관리계약을 부당파기해 원고 D사가 손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나 타인비방이나 향응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원고 D사는 이 아파트 관리업체 선정과정에서 어느 정도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 D사가 이 관리계약의 이행을 위해서 어느 정도 비용이 사용됐을 것임에도 그 비용지출을 면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해 피고 대표회의의 책임은 7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D사가 피고 대표회의에서 2년 동안 지급 받을 수 있었을 위탁관리수수료 2천1백24만여원의 70%인 1천4백87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