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강 빵-스피치와 시낭송 문학의 집‧구로 2015. 3. 9. 월
빵
민문자
지금부터 빵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빵은 주로 서양사람들이 주식으로 밥처럼 먹습니다.
빵은 곡식 가루를 발효시켜 굽거나 찐 음식을 말합니다. 보통 밀가루에 이스트나 베이킹 소다와 같은 효모균을 넣어 빵을 만들지요.
어렸을 때 어머니는 별식을 가끔 해주셨는데 그중에 개떡과 빵떡을 가끔 해주셨지요. 빵떡을 만들 때는 밀가루에 막걸리와 소다를 넣어 발효시켰습니다. 큰 가마솥에 건거래를 걸쳐놓고 커다란 베보자기 위에 강낭콩 섞은 밀가루 반죽을 펴 솥뚜껑을 닫고 김을 푹 올리면 먹음직스럽게 부풀어 오른 빵이 식구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이라 그랬던지, 얼마나 맛있었던지요.
지금도 가끔 지하철역 앞에서 파는 이런 빵을 구경할 수가 있는데 여러 가지 고급 빵이 흔한 세상이라 고생하며 살던 세대의 노인들이나 가끔 사는 모습을 볼 수가 있을 뿐, 인기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빵이 들어 오기 시작한 것은 조선 말기 선교사들에 의하여 들어온 것으로 추측되고 1945년 해방되기 이전에는 밀가루·설탕·팥 등의 원료가 부족하여 빵의 대중화가 어려웠습니다. 8·15광복과 6‧25 전쟁 후 원조물자로 공급된 밀가루 분유 설탕 등으로 빵은 급속도로 대중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1960년대 이후 대한제분 등 제분회사와 제일제당 등에서 제빵용 설탕의 국내자급이 이루어지게 되고 1980년대 중반부터 수입자유화가 이루어져 다양한 품질의 재료가 들어와 빵의 품질향상이 급진전하게 되었습니다.
여학교 다닐 때 어쩌다 맛본 앙꼬 팥빵과 도넛과 곰보빵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만큼 달콤했습니다. 그 후 1969년 삼립식품주식회사 설립의 기점으로 대도시에서는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빵 제과업체들이 세워지고 골목마다 빵과 과자류를 판매하는 소규모 제과점들도 번창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빵은 우리의 식생활에 깊이 파고들어 일부 도시 핵가족은 아침 식사를 빵과 우유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밥 대신 빵으로 우리 음식문화가 많이 바뀌어 쌀이 남아돌게 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태에까지 와 있습니다.
식빵류만 해도 우유식빵과 포도식빵 옥수수빵 버터식빵이 있고 과자빵류에는 팥소빵 크림빵 소보로빵 호두과자와 찐빵, 이스트 도넛, 야채빵이며 햄버거빵 핫도그빵 피자파이빵등 조리한 빵들도 있습니다. 빵은 이제 우리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식문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행사 때마다 케이크 커팅에 쓰이고 휴대하기가 좋아서 주식뿐만 아니라 간식으로도 많이 이용합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하지 마라’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가난해서 굶는 것과 배곯는 것이 무엇인지, 영양실조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음식 맛이 없다고 타박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말입니다.
여기서 빵이란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밥을 포함하여 생명을 이어가는 가장 중요한 음식의 대명사로 쓰인 말입니다.
우리는 어려웠던 때를 뒤돌아보며 빵 한 조각도 소중히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빵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문덕수 시인 약력
1928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195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홍익대학교 사범대학장, 교육대학원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 한국현대시인협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고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평의원이다. 서울시문화상(1997), 예술원상(2002), 이설주 문학상, 문화훈장(은관)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황홀』(세계문화사, 1956), 『선 ․ 공간』(성문각, 1966), 『본적지』(성문각, 1968, 김광림, 김종삼 3인시집), 『새벽바다』(성문각, 1975), 『영원한 꽃밭』(신라출판사, 1976), 『살아남은 우리들만이 다시 6월을 맞아』(문학예술사, 1980), 『수로부인의 독백』(시문학사, 1981), 『다리 놓기』(서문당, 1982), 『문덕수시선』(탐구당, 1983, 이영걸 편) 『조금씩 줄이면서』(시문학사, 1985), 『꽃먼지 속의 비둘기』(시문학사, 2007), 『우체부』(시문학사, 2009, 5백 행의 장시), 『아라의 목걸이』(시문학사, 2012) 등 다수가 있다. 그 외 3권의 수필집과 10권이 넘는 저서를 집필하며 정열적으로 작품활동을 펼쳤다.
꽃과 언어 /. 문덕수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어떤 언어는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이
된다
손수건 / 문덕수
누가 떨어뜨렸을까
구겨진 손수건이
밤의 길바닥에 붙어 있다.
지금은 지옥까지 잠든 시간
손수건이 눈을 뜬다.
금시 한 마리 새로 날아갈 듯이
금시 한 마리 벌레로 기어갈 듯이
발딱발딱 살아나는 슬픔.
관계 / 문덕수
어떤 이는 내게 가까이 오면
새까만 벽만 세워 놓고
그 뒤로 숨는다
어떤 이는 계단 같기도 하고
사다리 같기도 한 것을
내 어깨에 비스듬히 걸쳐 놓고
그 밑에서 한 계단씩
기어오르려고 한다.
어떤 이는 내게 가까이 와서는
나를 저쪽 강가에 세워 놓고서는
나룻배로 저어 건너오려 하거나
혼자서 외나무다리 같은 것을 놓으려고 한다.
어떤 이는 내게 손을 내밀다간
바람처럼 사라지고
사라진 그 자리엔 꽃만 한 송이 피어
가을바람에 한들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