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산갓
“한번 맛보자 눈썹을 찡그리고,두 번 씹자 눈물이 글썽!
맵고 달콤한 그 맛은 계피와 생강을 깔보니…
이 맛 혼자 맛보기 아까워 군자의 집에 보내오.”
조선 전기 문신 유순이 생육신 중 한 사람인 성담수에게 산갓김치를 보내며 쓴 ‘산갓 예찬’입니다.
속동문선(續東文選)에 기록된 이 글을 보면 당시 조선 양반가에서 ‘산갓’을 어떻게 대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요.실제로 조선조에는 이른 봄에 채취한 시고 쓰고 매운 다섯 가지 나물,즉 오신채
(五辛菜)를 별미로 즐겼습니다.그 가운데 으뜸이 ‘산갓(쟁이냉이)’이었습니다.
종갓집 맏며느리로 추정되는 安東張氏(1598~1680)는 산갓김치 담그는 법을 ‘음식지미방(飮食知味方)’에
자세히 기술했습니다.
‘산갓 다마 물에 싯고 더운 물에 헤워 효근 단지예 녀코/…/
너모 더워 산가시 데여도 사오납고/…/물에만
싯고 더운 물에 아니 헤우면 마시 니라.’
이를 지금의 말로 고쳐쓰면 ‘산갓을 다듬어 찬물에 씻고 더운 물에 헹궈 작은 단지에 넣는다/…/너무
더워서 산갓을 데워도 좋지 못하고/…/ 찬물에만 씻고 더운 물에 헹구지 않으면 맛이 쓰다’가 되겠네요.
‘도문대작’과 ‘규합총서’ 등에서도 산갓은 최고의 식재료로 대접받습니다.
▲ 산갓
물김치로 담가 먹는 산갓은 계곡의 얼음을 뚫고 자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합니다.인제 방태산과 화천
해산령,광덕산 계곡에서 드문드문 만날 수 있지요.산갓 산행은 고되면서 품이 많이 듭니다.얼음장
밑에서 자라 채취가 쉽지 않고 계곡을 타고 오르는 끈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건 초봄에만 맛볼 수 있는 산갓의 매력 때문입니다.산갓은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계 질환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이유가 있었지요.
산갓이 포함된 오신채는 인(仁),의(義),예(禮),지(志),신(信) 다섯 가지 덕목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산갓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