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집중기간이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지난 편에서는 사람(카약커)의 짧은 주의집중기간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정리해보고, 그것을 개선하는 방법들을 소개했는데요.
이번 편에서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짧은 주의집중기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주의집중기간 또는 주의지속시간이 길어진다고 합니다만, 인터넷과 휴대폰의 등장으로 과거에 비해 정말 놀라울 정도로 급속히 짧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한 부작용이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도 한둘이 아니죠.
10년 주기로 행해진 어떤 연구에서는 1998년에는 12분이었던 것이 2008년에는 5분에 불과해서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2018년엔 과연 얼마나 되었을지...
서로 대화를 하다가도 휴대폰을 들여다보느라 대화 상대가 허공에다 말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잠깐 다른 짓(?)을 하다가 정말 결정적인 장면을 놓치기도 하죠.
최근에 나오는 모 맥주광고의 소재로 쓰이고 있더군요.
저처럼 TV리모컨을 계속 눌러대면서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을만한 채널을 찾아 헤메는 사람도 많고, TV광고도 점점 더 짧아지고 많아지는 것처럼 카약킹 동영상도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이른바 엑기스 장면만 모아 짧게 편집한 것이 더 인기가 있는 것만 봐도 그 변화가 실감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장시간 또는 오랜 기간동안 습득된 지식, 경험에서 얻게되는 본래의 의미나 사실과 달리 아주 짧은 순간에 우리 눈을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가는 이미지들은 주의를 지속적으로 붙잡아 두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본 정보와 체험은 지속적이지도 깊은 영향도 남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마치 세뇌하듯 반복적으로 보거나 체험하지 않고는 영향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만들었을 수도 있는 순간)
급격히 짧아지는 주의집중시간, 그렇다면 카약커는?
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마치 도제식으로 기술을 전수받는 동호회(club) 시스템보다는 단기간에 일정수준까지 단계적으로 또는 부족한 부분만 선택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스쿨(school) 시스템이 더 합리적이고 실속이 있다고 느낍니다.
카약은 물론이고 등산, 스키, MTB 같은 아웃도어 레저스포츠 메인 종목들에서는 이미 일어난 변화죠.
새로운 것을 배우다보면 어차피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은 어쩔수 없다해도 조금이라도 빨리 배워서 즐기고 싶은 것은 스피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기본이 된 듯 합니다.
② 정확한 로지스틱스를 원해
지금은 자신이 주문한 것이 언제 배달이 될 지 알고 싶어하고 심한 경우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도 알고 싶어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배우고 있는 카약킹이 지금 과연 어떤 수준까지 도달했으며, 언제 자신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지도 알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겠어요?
과거엔 그저 카약을 탄다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던 투어도 지금은 일정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단서가 달리니 말입니다.
솔직히 그 일정한 수준이라고 해봐야 고작 며칠 배우면 된다는 사실을 이미 다들 간파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③ 명확한 정보를 원해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와보시면 알아요'라는 식의 대답에 수긍하지 못합니다.
내가 원하는 카약킹을 하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원합니다.
마치 인터넷에서 상품을 구매하듯 말입니다.
게다가 안전성과 효율, 나아가 그 결과까지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정보를 원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가끔 팩트를 망각하고 상품평이나 블로그 정보를 더 신뢰하다가 잘못 선택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도 현대인이 감내해야 하는 덕목?
④ 꿩먹고 알먹고
전보다 훨씬 챙겨야 할 짐도 많아지고 지출은 훨씬 커질지 몰라도 하루 또는 1박2일, 2박3일 간의 카약 여행에서 캠핑, 힐링, 먹방 같은 다채로움을 한꺼번에 즐기고 싶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죠.
심지어 체력만 받쳐준다면 하루에 두 곳 이상의 장소에서 카약을 타고 싶어하죠.
진하게 하나를 즐기기 보다는 적당히 여러 개를 즐기는 것에 더 끌린다?
⑤ 시간을 최대한 활용
몸은 하나이고 하루는 딱 24시간인데 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것이 많다면 시간을 쪼개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샌드위치 휴일을 이용한 해외투어, 출근 전 조조 카약킹이나 새벽 투어, 출장가서 즐기는 짬 투어 등등 머리만 좀 쓰고 부지런만 하면 얼마든지!
⑥ 진리나 깊은 울림따윈...
6개월이나 1년마다 디자인이 바뀌고 성능도 바뀌며 그걸 쓰는 방법도 바뀌는데 무슨 정도가 있고 진리가 있으며 깊을 울림따윌 논하는가! 지금 당장 스릴을 만끽하고 만족을 느끼면 그걸로 충분하지 무슨 과정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해! 내년에도 내가 카약을 타게 될지는 나도 몰라!
이렇게 점점 진리가 빛을 잃어가듯 시간을 두고 곱씹어야 맛이나는 요리와 천천히 들이 마셔야 알 수 있는 향기조차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⑦ 빛처럼 빠른 가부결정
이게 아니다 싶으면 어떻게든 극복해보겠다는 의지보다는 금전적·시간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라도 신속히 '손절'해버립니다.
고도성장기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증상 중 하나로, 예를 들면 몇 번 타지도 않은 장비와 용품들이 장터에 무수히 쏟아져 나오며, 분명 한동안 열심히 카약을 탔었는데 순삭(?)하듯 갑자기 종적을 감추는 카약커들이 정말 많죠.
저는 느려터진 거북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솔직히 구시대 인간인 것 같고, 주의집중기간만큼은 엄청 긴 듯 합니다.
직업이라서가 아니라 33년을 탔는데도 심리상담을 받으러 갔던 때보다 더 주의집중이 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