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문학 단편소설집인 『기묘한 이야기』가 푸른사상의 <세계문학전집 3>으로 출간되었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단편소설을 한 권의 소설집으로 묶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엮어 문학과 인생을 순환하는 계절의 의미와 함께 성찰해 볼 수 있는 독특한 선집이다. 2020년 8월 25일 간행.
■ 목차
봄
기묘한 이야기 -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거울 속 모습 - 라프카디오 헌
코뿔소 가죽 - 러디어드 키플링
여름
터무니없는 이야기 - 캐서린 싱클레어
험프티 덤프티 - 루이스 캐럴
테네시주(州) 저널리즘 - 마크 트웨인
영웅 몽구스 리키-티키 - 러디어드 키플링
가을
웨이크필드 - 너새니얼 호손
가짜 거북이 이야기 - 루이스 캐럴
소어 다리 사건 - 아서 코난 도일
찬가 - 사키
겨울
신호원 - 찰스 디킨스
종탑(鐘塔) - 허먼 멜빌
마녀의 빵 - 오 헨리
데이비슨의 눈과 관련된 놀라운 사건 - H.G. 웰스
■ 옮긴이 소개
이소영 전문 번역가, 자유기고가
정정호 문학비평가, 국제 PEN 한국본부 번역원장, 중앙대 명예교수
정혜연 성신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국제 PEN 한국본부 번역원 사무국장
정혜진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책머리’ 중에서
문학은 아직도 우리에게 조용한 즐거움과 뜨거운 지혜를 주고 있다고 굳게 믿기에 우리는 짧은 이야기들인 영미 단편소설을 계절별로 묶어보았다. 주로 19세기와 20세기 초까지의 영미작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20세기 초 난해해지기 시작한 모더니즘 소설을 배제하고 작품을 이해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 리얼리즘과 환상문학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한국에서 작품 소개가 별로 되지 않았던 루이스 캐럴, 오 헨리, 러디어드 키플링, 길버트 체스터턴 등을 포함시켰다. 한국의 세계문학전집 시장은 대부분 장편소설 중심이어서 단편소설을 소개하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 편역자들은 어렸을 때 문학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던 시대를 다시 꿈꾸고 싶다. 이 선집이 주로 영미 작품의 번역이기는 해도 21세기 한국 독자들이 여기에 수록된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즐겼으면 좋겠다.
■ 책 속으로
“단순한 어떤 말이 그 의미를 상실하고 알 수 없는 한 조각의 언어가 될 때까지, 짐승이 울부짖는 것처럼 그저 입을 여닫게 될 때까지 당신은 어떤 단순한 말을 반복해서 말해본 적이 있나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대단한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익숙한 것으로 시작하지만 생소한 것으로 끝나고 말지요. 인간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고 학설을 세우고 어구와 연상들로 이 세상을 반복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마치 심리적으로 필수적인 것처럼 어느 날 스무 번째로 발음한 어떤 단어에 상응하는 생명체, 즉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를 지닌 새로운 동물이 운명적으로 만들어지게 된 거죠. 그 생명체는 과거에는 진정으로 상상해본 적도 없는 새로운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끔 지성을 지녔고 자신을 창조해준 데 대해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종교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지만, 수도승이든 은둔자이든 십자군이든 영국 기병대이든 그들 모두가 경배드릴 때 그들은 충분히 광신적이지도 열광적이지도 않았어요. 새로운 유형이 도래했고 당신은 그걸 목격한 겁니다.”
젊은이는 문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다가 나는 그가 또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깊은 생각에 잠겨 마룻바닥을 응시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기묘한 기야기」(28~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