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고장 함안
문학기행 답사 보고,
일정 :
사하구청 출발(09:00) - 무기연당 - 고려동유적지 - 점심(12:00) - 무진정- 함안박물관- 말이산고분군 - 부산으로(17:00)
날짜 : 11월 2일(금요일)
1. 함안은...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함안은 물이 풍부해서 들이 넓다. 들이 끝나는 지점에는 산이 가로막는 게 아니라 강이 흘러서 둑방길이 시원함을 더해준다. 편안하게 흐르는 강물을 따라 가다보면 꽃바람이 불고 눈을 돌리면 그곳에 넓게 평쳐진 평야지대가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그 평야에는 벼가 가을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출렁이고 있다. 참으로 넉넉한 함안이다.
함안이 아라가야의 고도였다는 건 너른 들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굳이 약탈하지 않고도 목마르지 않고, 배 곪지 않게 살았을 법 하다. 지배자는 나라를 다스리고 유지하는데 그다지 힘이 들지 않았을 성 싶다. 그런 선입견으로 봐서 일까 함안 사람들의 표정은 순하고 밝다.
2. 무기연당은....
첫 번째 방문지는 ‘무기연당’이다. 나는 답사의 첫 번째를 잘못 잡은 듯 싶다. 이 곳에 마음이 빼앗겨 하루 종일 다른 일정마다 무기연당의 아름다움이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처음 가본 곳이라서 그런가. 고즈넉하고 품위 있는 정원에 나를 놓고 왔다.
‘이리 오너라~’ 외치지 않아도 사람이 오는 것을 알려주는 나무문 소리. 끼이익 하며 문을 열어보니 그곳에 기품 있는 정원이 펼쳐졌다. 사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멋지고 우아한 정원이다. 깔끔하게 관리 되어 있는 정원 잔디를 밟으니 이 댁 아씨의 비단치마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가을바람은 이 곳을 얼마나 자주 들락거렸을까. 연못 가운데 솟은 미니 금강산은 나이 많은 나무들과 그 아래 야생화가 바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집 주인은 나리마님도 아니고 아씨마님도 아니고, 아무래도 풍욕루 앞 연세 많으신 소나무가 아닐까. 무기연당의 품위를 한 층 더 높여주고 있는 한 그루 소나무. 나는 그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그의 앞에 서면 착한 아이가 되어서, 꼭 그래야 할 것 같다.
품위는 한 순간에 갖춰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 갈고 닦은 내적 분위기가 쌓여 은은하게 읽혀지는 게 품위다. 그가 갈고 닦은 건 학문뿐만이 아니라 내외적으로 강하게 부는 풍랑에 슬기롭게 맞서고, 세상의 경거망동에는 고요하게 대처하면서 길러졌을 터.
나는 한 그루 소나무 앞에 경건해진다. 함안 여행의 테마는 ‘아라가야’였기에 그 정점을 말이산고분군으로 잡았는데 어쩐지 무기연당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힘을 내어 다음 행선지로 방향을 잡는다. 고려동유적지로.
3.고려동유적지는...
고려동유적지는 고려후기 성균관 진사 이호 선생이 고려가 망하고 조선왕조가 들어서자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이곳에 거처를 정한 이후 대대로 그 후손들이 살아온 곳이다. 현재 마을 안에는 고려동학비, 고려동담장, 고려종택, 고려전답, 자미단, 고려전답 자미정, 율간정, 불정등이 있다. 후손들이 선조의 유산을 소중히 가꾸면서 벼슬길에 나아가기 보다는 자녀의 교육에 전념함으로써 학덕과 절의로 이름 있는 인물을 많이 배출했다 한다.
그러니까 고려동유적지는 고려의 충신인 이호 선생이 고려가 망하자 일가친척들을 이끌고 이 곳 함안에 내려와 정치와는 무관하게 살았다는 곳이다. 이호 선생은 후손에게 절대 버슬을 하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겼는데, 나는 무례하게도 그 대목에서 웃음이 나고 말았다. 당장은 구 왕조에 대한 충의로 새왕조에 협조할 수 없다 손 치더라도 정치가 안정되어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면 그 왕의 성씨가 이씨거나 곽씨거나 무슨 소용이며, 나라의 이름이 고려에서 순희나 철수로 바뀐들 어떠랴.
이호 선생님 자신만 충절을 지키면 됐지 대대손손 벼슬길을 막다니...하, 그 대단한 오지랖. 속속들이 얽힌 사연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벼슬하지 말라’는 유언에 내 소갈머리가 당장 뒤틀렸다. 고려동유적지는 대단한 볼거리는 없지만 한 번쯤 들려볼만 한 곳이다.
이쯤 되면 배꼽시계가 자꾸 존재를 알려온다. 예전에 친구와 함께 간 적이 있는 식당을 찾아 가니 그대로다. 밥을 먹고, 강변길이 아름다워 바로 떠날 수 없었다. 마당이 너른 그 식당은 대산리 삼존불 마을에서 머지 않는 곳에 있다. 식당 앞은 너른 내川가 흐르고 둑길에는 드문드문 고목, 그 고목 아래는 어김없이 평상이 마련되어 있다. 그 느티나무그늘 평상에서 한참을 놀았는데 우리가 오래 노는 게 안타까웠는지 동네 아저씨가 오셔서 악양둑방길에 꽃길이 열렸으니 그곳에 가보라고 알려주셨다.
서둘러 찾아간 악양둑방길. 끝없이 펼쳐진 꽃길은 걸어도 걸어도 다 걸을 수 없을 만큼 길고 아름답게 늘어져 있었다. 이번 기행에 시간이 남는다면 악양둑방길도 걸어 볼 예정이다.
4. 무진정은...
점심을 먹고 향한 곳은 무진정이다.
이 정자는 조선 명종 22년(1567년)에 조삼 선생이 후진을 양성하며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직접 지은 정자로서 선생의 호를 따서 無盡亭이라고 명명했다. 무진, 무진, 무진, 무진...이름이 너무 좋다. 다하고 다함이 없다. 다하고 다함이 없다. 다하고 다함이 없다. 그 마음이 너무 넓어서 도무지 헤아릴 방도가 없다.
무진정에서는 해마다 사월초파일에 ‘낙화놀이’를 한다고 하는데 인연이 닿지 않아 아직 보지 못했다. 조선 중엽부터 함안의 고유 민속놀이로서 연등과 연등 사이에 참나무 숯가루로 만든 낙화를 매달아 어둠이 오면 불을 붙여 꽃가루처럼 물위에 날리는 불꽃놀이라 한다. 조선 선조 때 함안군수로 부임한 정구선생이 군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뜻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낙화놀이는 1985년 현재의 형태로 복원되어 매년 무진정에서 열리고 있다고 하니 사월초파일 전야제 삼아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무진정은 그 이름만으로도 한참을 서성이게 만든 곳이다.
무진정에 앉아 있으니 또 바람이 분다. 너른 함안 들에서 불어오는 풍요의 바람을 마시니 배가 부른 듯 하다.
5. 함안박물관은...
* 가야伽倻 그리고 아라가야阿羅伽倻
가야는 기원을 전후한 삼한시대부터 신라에 멸망하는 6세기 중엽까지 약 500년 이상 낙동강남쪽과 서쪽 일대에 분포했던 나라들로, 고구려, 백제, 신라와는 달리 여러 개의 작은 나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 아라가야는 가야의 여러 나라 중 ‘형님’또는 ‘아버지’의 나라로 불리었을 만큼 가야국을 대표하는 가야국들을 대표하는 강력한 나라와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였으며, 그 영토는 함안을 중심으로 창원, 진주, 의령의 일부에 이르는 넓은 지역이었다.
함안은 아라가야의 고도였던 만큼 말이산고분군을 비롯하여 130군데가 넘는 크고 작은 고분군과 왕궁지, 대형건물지(당산유적), 산성, 토기가마 등 가야시대유적들이 많이 분포해 있다.
아라가야의 유물들은 함안박물관에서 자세한 해설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말이산고분에서 출토된 아라가야의 연씨앗은 천년이상 숨죽이고 있다가 발아하는데 성공했다 한다. 그리하여 조성해 놓은 아라연꽃밭을 확인할 수 있는데 박물관 입구에 넓은 연꽃밭은...아마 우리가 갈 즈음에는 연밥이나마 볼수 있으리라. 그곳에서 연분홍 아라연꽃은 사진으로 확인할 수 밖에.
6. 말이산고분군은...
그리고 함안박물관 뒤로 높지 않는 산등성이에 볼록한 왕능들. 몇 년전 흐린 날 혼자서 넓고 긴 왕능 사잇길을 걸은 적이 있었는데 고즈넉하고 신비했다. 우리가 가는 날은 일기가 어떨지 궁금하지만 경주의 능과는 그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리라. 신라와 가야의 분위기가 다르듯이. 말이산 고분군과 창녕박물관 뒤의 창녕고분군과 고령박물관뒤의 고령고분군, 그리고 고성의 고분들이 분위기가 비슷하다. 둘레석이나 혼유석등의 장식이 없이 커다란 봉분으로만 이루어 졌으며 거의 언덕이나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비슷하게 느껴지나보다.
이 곳 역시 해설사 예약을 해 뒀으니 학문적이고 역사적인 설명은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으로 답사 보고를 마칩니다~~~~~^^
잃어버린 역사, 가야를 맛볼 수 있고, 멋진 함안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겁니다.
요번 문학기행은 가까워서 시간에 쫒기지도 않고 편안하게 산보하듯이, 넉넉한 여행이 될거에요. 힘들지 않을 겁니다. 안 오신다면 아마 오래오래 후회 하실거에요.
첫댓글 함안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기행의 즐거움을 더할 그대의 아리따운 발품에 무한감사!
올 석가탄신일에 만난 무진정 '낙화놀이'...
음~ 그 황홀했던 불꽃과 숯가루와 한지의 불냄새...
나도 무기연당에 대한 기대가 참 크다오.
수고 많았습니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탓에 퇴고할 게 날마다 보이네요...ㅠㅠ
옥분샘은
무기연당에 잘 어울릴거예요~~~^^
미선 샘의 수고로 벌써부터 함안으로 고개가 돌아갑니다.
당일 미선 샘의 발자국을 따라 옛님들의 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늘 사하문협을 위해 보내주는 아름다운 봉사에 큰 박수 보냅니다.
사하문협에서 아름다운 봉사로 치자면 '사무국장'이 최고지요~~^^
문학기행을 대비하여 준비가 많을텐데
두 분, 사무국장님, 사무차장님...정말 수고 많습니다.
'보고'가 아니라 '작품'이네요. 수고하심에 감사드립니다. ^^.
과찬이십니다~~~^^
모두 만족하실 코스여야 할 텐데...염려 됩니다.
멋진 기행문이네요.
고문님 칭찬 들으니 심박수가 높아갑니다. 벌렁벌렁~~~^^
새부산시인협회에서 우리보다 1주일 먼저 함안으로 문학기행을 떠난다고합니다....^^
그래도
11월2일에 모두 참석 하실거지요?
정 선생님.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근데...
감상만 하시면 안되구요,,,,,문학기행에 참석까지 해 주셔야합니다~~~^^
안녕하세요 함안군청 문화관광해설사 담당주무관입니다.
11.2.금 함안 방문건으로 의논드릴 것이 있는데
연락처가 없어서 카페에 글을 남깁니다
댓글을 보시면 055-580-2344로 연락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