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느 날 글 하나를 읽었는데,
거기 조류를 효과적으로 퇴치하고 계신 분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내가 그간 중국 사이트를 비롯하여, 북미쪽 사이트 정보를 두루 찾아보았으나,
뚜렷한 방책들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 방법은 비용도 저렴하다니,
드디어 한국에서 어느 총명한 분이 해결을 하였구나 싶었다.
이 글을 쓰신 분에게 청을 넣어 그 농장주를 소개 받았다.
그 농장주는 몇 해 사용하고 있다 하시는데,
70~80% 효과를 보고 있다는 말씀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것은,
밭에 아무런 설치도 하지 않고,
외부에서 처리를 한다고 한다.
외부 공급 업자가 따로 있는데,
이 분이 기계 장치를 갖고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특정 지번의 밭에 전파를 쏜다고 한다.
아, 나는 이 말을 듣자마자,
전격, 이것은 내가 찾던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하고 만다.
도대체가 인공위성을 통해 지상에 전파가 쏘아지는데,
그것을 수신할 장치가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는 농장주, 그리고 농장주를 소개하신 분께는 좀 송구한 노릇이지만,
내 생각이 옳다고 느끼는 한 이를 여기 적어두지 않을 수 없다.
시시비비를 가려 온천하에 제대로 알리는 것이,
외려 저 분들을 향한 도리가 아닐까 싶다.
혹, 이 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제 뜻을 헤아려 그리 양해해주시길 빈다.
하지만, 우정 저를 도와주시려고 정을 나눠주시고,
필요한 정보를 일러주신데 대하여는 사심없이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조류 퇴치기 이야기를 다시 잇는다.
더 놀라운 것은,
작물별로 발신 전파가 달라지고,
조류 종류별로도 전파 종류가 달리 설정된다고 한다.
조류별로 반응 주파수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설마하니 작물별로 달리 주파수를 설정할 정도로 통제 기술이 섬세할 수 있으랴?
그렇다 해도 발신시 이종(異種)의 이런 전파들을 믹싱(중첩)시켜 변조하여야 할 터인데,
최종적으로 밭에서 받아서는 이를 다시 분리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분리하지 않는다면 어찌 작물별, 조류별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러하니 수신/신호처리장치가 밭에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아니 된다.
만약 애초부터 분리된 전파를 인공위성에서 쏜다면,
이 얼마나 비용이 많이 들겠는가 말이다.
허점을 지적할 수많은 의문점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마구 떠오르는데,
나는 순간 잠시 멈추기로 한다.
그 공급 업자를 접촉하여 사정을 알아보면,
금방 그 진위, 허실을 알 수 있겠단 생각이다.
한편으론 굳이 이자를 접촉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까지 든다.
하지만 은근히 장난기가 일며, 한번 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내가 며칠 말미 후, 그 업자와 접촉하였다.
우선 첫 인상은 이 분은 전파공학에 대한 기초 지식이 별반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좀 깊은 질문을 하면, 그것까지 알려면 머리가 아파진다며, 슬쩍 피해가곤 하였으며,
질의에 응답을 한다하여도 대개는 요령부득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런 기계장치가 과연 있다면,
그가 알고 모르고가 무엇이 대수랴?
사용만 잘 하면 그 뿐이지.
하지만 내가 몇 가지 질문을 해보니 전혀 성립되지 않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이하는 내가 그와 접촉하였을 때, 점검하였던 대표적인 문제점들이다.
이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용 주파수가 얼마냐 하니까
7.1hz라 한다.
인공위성에서 저 정도의 주파수 전파를 쏜다면 감쇄(attenuation)가 일어나 지상에 결코 도달할 수가 없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GPS의 경우 1.57542 GHz, 1.2276 GHz의 반송파를 사용한다.
반송파(搬送波)라는 것은 carrier라고도 하는데,
신호를 실어 나르는 수레로 이해하면 된다.
가령 음성 신호라든가 영상 신호 따위를 그냥 송출하면 멀리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고주파인 반송파에 실어 나르게 되는 것이다.
수신 측에서는 carrier에서 다시 신호만을 추출해내게 된다.
이를 복조(demodulation)라 한다.
그리고 앞에서 수레에 싣는 일을 반대로 변조(modulation)라 한다.
그런데 7.1hz라면 이는 가청 주파수 보다 더 낮은 VLF(very low frequency)이기 때문에,
지상 장거리 통신이면 모를까, 결코 우주 공간에서 지상으로 직접 보낼 수가 없다.
그야말로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나고 만다.
전리층 E층(지상 100km 부근), F층(지상 200~300km 부근)을 VLF는 뚫고 나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보통 조류라든가, 청솔모 따위를 쫓아내기 위해서는,
고주파 또는 저주파를 흔히 사용하곤 한다.
7.1hz 이 부분은 과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를 우주공간에서 직접 보낸다는 것은 애시당초 말도 되지 않는다.
백번 양보하여 반송파에 실어 지상으로 쏜다고 하여도,
밭에 수신 장치가 없는데 어찌 7.1hz 신호(signal)을 뽑아낼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더욱 한심한 일은 7.1hz가 조류 퇴치에 유효한 주파수라면,
이것을 왜 인공위성으로 발출하고,
다시 인공위성에서 지상으로 내리 쏘는 번거로운 짓을 하는가 말이다.
그냥 밭에서 7.1hz 저주파 발생기를 설치하면 그만이지 말이다.
한편 위성에서 쏘아진 것은 음파가 아니라 전파이다.
지상에선 전파를 다시 음파로 바꿔주어야 한다.
이게 도대체 수신장치라든가 음파 전환 증폭 장치 없이 가능한가?
설비업자는 밭엔 아무런 설비장치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하질 않는가 말이다.
만약 전파 그 자체로 위력을 발휘하려면,
위성으로부터 무지막할 정도의 엄청난 고출력 전파가 발출되어야 할 것이다.
음파는 귀로 감수될 수 있지만,
전파의 경우, 우리의 감각기관인 오감은 그 감수능(感受能)이 없다.
전파는 신체에 미치는 아직 확실한 역학적, 생리학적 영향 경로가 확인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게 생물체에 영향을 미치려면 고출력 단위라야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가령 송전 철탑을 지나고 있는 154 KV 고압선의 경우,
최소 30m 이상 떨어져야 국제 안전 기준치인 2mG(밀리가우스) 자기장 피해로부터 안전하다.
그러함인데 도대체 일개 개인이 인공위성을 통해 지상에 쏘아내린 전파가 얼마나 강하겠는가 말이다.
강해도 문제인 것이 전파규제법에 의해 이런 것을 허가없이 함부로 다룰 수도 없다.
지상에서 위성으로 송출하는 기계가 설치 업자 사무실에 있다고 한다.
최초 위성으로 전파를 쏘려 할 때라도 그 출력이 얼마나 커야하겠는가 말이다.
대기권을 지나고 전리층을 벗어나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에,
지상으로부터 쏘아올린 전파가 도달하려면,
전력 공급 장치만 하여도 어지간한 이가 감당하기엔 벅차기 그지 없으리라.
그리고 통신업체도 아니고,
일개 개인이 특정 주파수 대역대, 수신, 발신 장치를 할당받으려면,
아마 재력이 재벌급은 되어야 가능하리라.
인공위성이 무슨 가정집 가전제품도 아니고,
개별 특정 밭을 찾아 전파를 쏠 정도로 그리 한가한가 말이다.
과연 그 공급 업자가 인공위성을 부릴 재력이 있겠음인가?
그의 말로는 무선관리국에 5월마다 신청하여 사용허가를 받는다고 한다.
백번 양보하여 허가를 득한다고 하여도,
도대체가 특정 지번의 밭을 정확히 구별하여,
전파를 내리 쏠 정도의 정밀한 통제가 가능한 권한을 가질 수 있겠음인가?
더욱 기가 찬 것은,
도로나 수로가 있으면 전파가 가로지를 수가 없기 때문에,
구역을 둘로 나눠 처리하여야 한다고 한다.
전파가 무슨 눈이 달렸음인가 도로나 수로를 구별하여 멈추고 서는가 말이다.
아마 짐작컨대는 이럴 경우는 도리 없이 두 구좌분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고,
소맷자락을 넌지시 부여잡고는 일러주시는 염려의 말씀이 아니랴?
(비용:000,000원/2,000평/year)
지금 그를 통해 이용하고 있는 농가 숫자는 대충 이러하다고 한다.
배 : 20
사과 : 8
블루베리 : 4
호두 : 3
...
만약 저들 농가가 효과를 보고 있다면,
나는 저것이 혹 위약효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럴 양이면 차라리,
용한 무당을 청하여 밭에서 푸짐하게 한바탕 푸닥거리를 한다든가,
밤마다 정한수 떠다놓고 신령님께 새를 쫓아주십사 비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정성으로 치자면 이보다 더 간절한 것이 어디에 있으랴?
어찌 감천동지(感天動地) 응감(應感)치 아니리이오.
내가 저 소식을 처음 접하고는 잠시 잠깐 은근히 기대를 하였음인데,
잠깐 일별한 사정이 이리 어처구니 없다보니,
하릴없이 착잡해지고 말 뿐, 무엇을 더 구처하리.
대저,
삶이 고단해질 때 종말론이 창궐하고,
겪고 있는 일이 난제(難題)라 그 해결책이 무망(無望)할 때, 신이(神異)한 짓거리에 기대곤 한다.
한편, 이를 기화(奇貨)로 수작질을 꾸미는 이들이 나타난다.
도대체가 신이 있는지 아는지 그 누가 확실히 알 수 있겠는가?
이러할 때 재단(齋壇) 높이 쌓아 올리고는 신을 팔아 장사를 하는 이나,
도킨스처럼 신이 없다고 고함을 질러가며 책을 팔아먹는 이들은,
모두 하나 같이 일절 책임을 지지 않고도 제법 쏠쏠하니 수지를 맞출 수 있는 게다.
나는 역으로 이로 미뤄, 조류 피해 방지책은 아직도 요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울한 전망을 하게도 된다.
물론 방조망 같이 아예 하늘을 그물로 덮는 방책은 별론으로 하되 말이다.
나는 아무리 생각하여도 방조망은 너무 무지막스러워 사뭇 꺼려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할 수 있는 한 이를 우회하여, 맞춤한 방책을 찾아내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