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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공항이 곧 중국에 생긴다. 2019년 개항할 베이징 신공항이다. 연간 1억 명을 처리 목표로 54㎢의 면적에 활주로만 9개나 들어간다. 활주로가 총 3개인 인천공항보다 3배 이상 더 크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이 다녀가는 곳은 연간 9600만 명이 이용하는 미국 LA 공항이다. 베이징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초대형 공항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중국 내 항공수요가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 2019년 개항할 베이징 신공항 조감도 [사진 민항자원망] 지난해만 해도 중국 국내 여객만 3억604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1% 늘었다. 국제선을 찾은 이용객도 18.8% 증가한 3155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 중국 내 공항을 찾는 이용객만 5억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항공 수송이 매년 10%씩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 공항을 몇 개나 짓길래... 중국 국무원 발표한 ‘범용 항공산업 발전 촉진을 위한 지도 의견(關於促進通用航空業發展的 指導意見)’(이하 의견)에 따르면, 중국은 ‘13∙5 규획’ 기간(2016~2020년) 내 500개 이상의 공항을 건설하고, 5000대 이상의 항공기를 보유한다고 나와 있다. ![]() 중국 공항인프라 건설 계획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2016년 7월 기준] 진척 상황은? 본래 계획보다 적지만, 중국 전역에서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중국 민항국은 2025년까지 베이징 신공항, 청두(成都) 신공항 등을 중심으로 국제 허브 공항 10개, 중국 내 지역 허브공항 29개를 포함해 총 370개까지 건설할 예정이다. 현재 청두 신공항과 핑징(平凉, 깐쑤성 동부도시), 샹시(湘西, 후난성 서부도시), 싱타이(邢台, 허베이성 도시) 등 44개의 공항이 공사 착수를 앞두고 있고, 베이징 신공항과 청더(承德, 베이징 동북부 도시), 린펀 (臨汾, 산시성 남부도시) 등 30개 공항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로써 2020년까지 총 74개의 완전히 새로운 공항이 생기는 셈이다. 상하이 푸동공항 국제선 [사진 상하이 푸동공항] 앞서 본 베이징 신공항은 2015년 9월 공사를 시작해 공정 50%를 넘어섰다. 1기와 2기 총 두 군데로 나눠 건설 중인데, 2019년 1기가 먼저 개항하면 완공까지 4년이 채 걸리지 않는 셈이다. 2020년 2기까지 완공되면 연간 이용객 수 1억 명, 화물 처리 규모만 4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민항국은 2025년까지 베이징 신공항, 청두(成都) 신공항 등을 중심으로 국제 허브 공항 10개, 중국 내 지역 허브공항 29개를 포함해 총 370개까지는 건설할 예정이다. 사진은 허베이성에서 공사 중인 신공항. [사진 중국 민항국] 물론 재정에 부담은 있다. 공항 건설은 공익성이 강한 공공사업이므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재정 확충이 불가피하다. 앞으로 건설 자금에 마련에 민관합작투자사업(PPP) 모델 도입은 물론 중국 민항국도 각 지방정부를 설득해 ‘공항-산업-도시’ 일체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민간 자본에도 길을 터줬다. 중국 민항국이 내놓은 ‘민간자본의 공항 투자건설 격려를 위한 지침’도 공항 공사로 인한 정부 재정지출 부담을 덜려는 조치 중 하나다. 여객 상대는 아니지만, 공항 건설에 뛰어든 기업도 있다. 중국의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京東·JD닷컴)이다. 지난 4월 신화통신에 따르면 류창둥(劉强東) 징둥 회장은 “앞으로 3년 안에 쓰촨(四川) 성에 드론 전용 공항 150개를 지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중국의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京東·JD닷컴)이 중국 쓰촨(四川) 성에 무인기(드론) 택배 전용 공항 150개를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JD.COM] 중국 전역에 공항 건설 열풍이 분 까닭은 뭘까.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경제성이다. 리샤오진(李曉津) 중국민항대학 교수는 “건설비용 면에서 고속철은 1㎞당 약 2억 위안(334억원) 정도가 필요하지만, 일반 비행장의 경우 4억 위안(668억원), 더 큰 곳은 10억 위안(1670억원)정도가 소요된다”며 “중서부 지역은 고속철 선로를 까는 것보다 비행장 건설이 더 경제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유통망 확보다. 이만용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규모 공항 투자는 중국 서부∙북부 등 낙후 지역의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기업들의 내륙 이전을 장려할 수 있다”며 “베이징∙상하이 등지의 대규모 허브공항 기능이 강화되면 인천공항이나 나리타공항을 넘어서 아시아 핵심 허브공항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 제3터미널. 중국 광동에 있는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 신축터미널은 2013년부터 운영됐다. 이탈리아 건축가 마시밀리아노와 도리아나 푹사스의 첫 번째 공항 설계는 국제 공모전에 입상까지 했다. [사진 Domus] 시장은 중국 공항 건설붐에 기대가 크다. 중국 증권사 흥업증권은 공항을 짓고 항공기를 늘리는 것으로 1조 위안, 한국 돈으로 167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이뿐만이 아니다. 규모도 규모지만, 질적으로도 중국 공항은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중국 공항에는 사물인터넷(IoT), 비콘, 모바일 서비스 등 각종 신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공항’이다. 중국과기망(中國科技網)에 따르면 현재 전체 중국 공항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곳에 사물인터넷을 적용 중이고, 2019년엔 그 범위가 82%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모바일 관련 기술은 이미 화물 운송, 탑승수속, 보안검색 등 시설물 전반에 쓰이고 있다. ![]() 최근 공항 시설 내 들어가는 첨단시스템. 항공기 이착륙만 돕던 공항이 온도 조절부터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사물인터넷(IoT)로 연결돼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스마트 공항’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료 NECLEUS] 로봇 기술과 인공지능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이정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15년에 베이징 수도공항은 텐센트와 업무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중국 최초 스마트 서비스 시범 공항을 구축하기로 했다”며 “후난(湖南)공항도 텐센트와 스마트 공항 건설을 위한 협의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도 뛰어들었다. 상하이 공항그룹은 알리바바(阿裏巴巴)와 함께 상하이 공항에 ‘인터넷 플러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인터넷 플러스란 리커창 총리가 2015년에 제시한 개념으로 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등의 핵심 기술을 전통 산업과 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등이 공항의 보안∙관리∙서비스∙교통 등 전 분야에 접목된다. 이미 런던 히드로공항,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공항 등은 로봇을 이용한 무인 수하물시스템, 가상현실 안내데스크 등을 운영 중이다. ![]()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사진 중앙포토] 인천공항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 연말 개항할 제2여객터미널 확장을 포함해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을 다음 달부터 착수한다. 4단계 사업의 핵심은 제2여객터미널 확장과 제4활주로 건설이다. 2023년 준공되면 인천공항은 연간 1억 명이 오가는 공항이 된다. 2020년 이후 중국 베이징 공항과 상하이 푸둥공항 그리고 인천공항 딱 세 곳은 동북아 지역에서 연간 항공여객 1억 명 처리 공항으로 자리매김한다. ![]() 지난해 5월 중국 한 공항에 내린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소속 항공기들 [사진 신화망] 물론 중국은 공항 건설 말고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2006년 이후 11년간 60개 가까운 공항을 새로 지었지만, 중국 내 비행지연 문제는 여전하다. 항공정보업체 OAG에 따르면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3대 국영항공사의 지난해 연착률은 30%에 달한다. 전 세계 항공사 중 최하위권이다. 지상에서 새 공항을 잇따라 건설 중이지만, 공역(空域·airspace)의 75%가 군 통제구역인 탓에 민항사는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항은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데 하늘길은 여전히 1차선 국도 수준이라는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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