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올리는 양이 지금...다 올리려면 ...a4 300장이 넘는 분량입니다...
해서...분할을 할 것인가...이렇게 장단위로 올릴 것인가...고민하다...
결정을 못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제 2 장 아이들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 (1)
난 레아를 만나기전의 행로를 따라 로아냐드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륙의 3대 강국 중 하
나인 로아냐드제국은 현재 심각한 내전상황에 봉착해 있었다.
로아냐드제국의 중심부로 뚫려 있는 대로의 도시들은 어느정도 살만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
만 대로를 벗어난 곳의 마을들은 피폐하기 그지 없었다.
귀족들의 수탈로 인하여 하루 한끼를 먹기도 힘든 사람들, 빈민은 아니였지만 나의 눈에 그
들은 빈민으로 보일 뿐이다.
여기저기엔 내전의 흔적인 전장터의 모습이 눈에 띄였고 간혹 들릴 수 있는 마을은 피폐하
게 말라버린 아이들이 음식 찌끄러기라도 줏어 먹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전
쟁으로 인하여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꽃제비라고 부르고 있었다.
간혹 가다 그런 아이들에게 적으나마 약간의 음식이라도 내주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거의
대부분은 자신들도 살기벅차기에 그런 아이들을 내치기에 급급했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시퍼렇게 멍이 들때까지 맞는 한이 있어도 한톨의 음식 쓰레기라도 더 줏
어먹기 위해 땅을 뒤적이고 있었다.
마을 음습한 곳에는 이런 아이들이 굶어죽어가며 썩어가고 있었고 그런 아이들의 시체에서
낡은 옷이라도 얻기 위해 다른 아이들은 썩어가는 아이들의 몸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 바로 옆에서는 귀족들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고용한 용병들이 꽃제비 소녀의 몸을 강제
로 범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러한 것을 무관심 한 것 처럼 돌아볼 뿐 아무도 그 여자아이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
또 그것은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다른 꽃제비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 였다. 아이들은 그런 것
이 당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강간당하는 소녀의 곁을 지나며 떨어져 있는 헝겁조가리를 줏
어들고 있었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대륙 3 대 강국이란 허울의 밑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울분이 깔려 있는 듯했다.
길가는 행인에게 끈덕지게 붙으며 적선을 요구하는 꽃제비아이들도 나에게만은 좀처럼 다가
오지 않았다. 그들은 용병들에게 적선을 요구하다가는 죽음을 당하는 일이 많았던지 용병들
에게만은 아무도 다가서려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가다가 다른 용병들에게 적선을 요구하는 아이들이 보였지만 그들은 냉혹한 용
병들의 손에 폭행을 당하며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나뒹그러야 했다.
"한푼만 주세요."
나에게도 한명의 꽃제비가 적선을 요구했다. 갈색의 머리칼에 며칠은 굶은 듯 말라버린 아
이의 얼굴은 광대뼈가 유난히 드러나 보였고 여행자의 망토인 것 처럼 걸친 누더기 조각에
는 누구의 피인지 모르는 핏자국이 군데군데 얼룩져 있었다.
난 아이의 모습을 한참 처다보다가 품에서 한 개의 동전을 꺼내어 소년에게 던져 주었다.
소년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나에게서 동전을 받자 기쁜 얼굴을 하며 받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그 소년의 모습을 본 다른 꽃제비 아이들은 봉이라도 만난 것 처럼 나에게로 몰려
들어왔다.
아무리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몰려온 아이들 때문에 난 길을 가지 못하는 것
이 조금 짜증났다.
"악!!"
조금전 나에게 적선을 받은 아이의 비명소리였다. 그 곳을 처다보았을 때 난 그 아이가 다
른 큰 아이들에게 몰매를 맞으며 나에게 받은 동전을 뺏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 역시 다르지 않단 말인가..'
약육강식, 강자는 살아남을 수 있고 약자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세상, 이 곳에서 가장 나약한
모습을 하고 있는 꽃제비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것은 적용되었다.
큰 아이들에게 몰매를 맞고 땅에 쓰러진 아이는 자신을 때리던 아이들이 사라지자 아픈 몸
을 간신히 일으키고는 골목으로 사라져 갔다.
난 아이들 역시 약육강식의 법칙을 따르는 것을 보고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아
이들의 문제란 말인가. 아니다. 아이들은 눈으로 보고 몸으로 익힌 그것을 따라하는 것 뿐이
였다.
세상은 아이들에게 그러한 것을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
한웅큼의 동전은 바닥에 뿌리고서야 난 꽃제비 아이들의 무리속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난 레아와 레비나를 생각하며 그들을 도와주고 싶지만 나의 힘으로 그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가 없었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이 나라 뿐이였기 때문이다.
꽃제비 아이들의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여행을 계속했던 난 목적지 로아냐드제국의 수도 헤
브로니아 황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헤브로니아 황성은 500년의 고도답게 상당히 아름다운 도시인 것은 사실이였지만 제국의 수
도라는 이곳 역시 다른 곳과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귀족들이 살고 있는 황성주변의 대저택에는 연일 파티가 끊이지 않으며 돈많은 귀족들이 흥
청망청 돈을 써대고 있다면 황성을 벗어난 빈민가에서는 굶주려 죽어가는 이들이 수두륵 했
던 것이다.
한 나라의 모습은 수도에서 나타난다고 할 수있었다.
내가 본 수도의 모습은 더러운 미학을 가진 가학자들의 지배장소였을 뿐이였다.
헤브로니아 황성의 용병길드, 거의 50년동안을 지속하고 있는 내전덕에 다른 곳의 용병길드
와는 달리 황성의 용병길드는 왼만한 거대한 저택이 뺨칠정도로 휘황찬란한 모습을 하고 있
었다.
용병길드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저택 여기저기에 장식되어 있는 고가의 장식품들, 그것의
모양히 상당히 정교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보아 드워프들의 솜씨란 것을 알 수있었다.
무엇인가... 난 분노를 느꼈다. 이 정도의 장식품 한개라면 빈민가에 살고 있는 모든 아이들
을 몇일동안 아니 족히 몇 달은 배부르게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썩어빠진 황성에 있는 길드답게 용병길드 역시 타락해 있었던 것이다.
난 첫인상부터 기분 나뻐진 용병길드였지만 이곳에 온 만큼 용병길드에 들려야 했기 때문에
용병길드의 정문으로 걸어갔다.
정문에는 험악한 인상의 용병 두사람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나의 차림새를 보고는 내가 용병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아무런 제지도 가하지 않았
다.
나의 몸에서 풍겨나오는 강한 기운을 알아차린 덕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적어도 이류급용
병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두명의 용병들을 지나 용병길드의 저택안으로 들어갔다. 저택안에
들어서자 고급스러운 카페트가 깔려 있는 공간이 드러났다. 용병길드하는 이미지와는 다르
게 군데군데에는 고가의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한곳에 자리잡고 있는 여러개의 책상
에선 몇명의 아가씨들이 앉아서 사무를 보고 있었다.
난 그 아가씨가 용병길드에서 접수를 맡아보고 있는 사람들이란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그
쪽으로 몸을 옮겼다.
푸른색 머리칼을 가진 미모의 접수처 아가씨는 내가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자 처리하던 서류
를 잠시 물리고는 말했다.
"로아냐드제국에서 포고한 용병에 들어가기 위해서 오셨나요?"
난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그녀는 나의 모습을 보고 서류사이를 뒤집으며 한 장의 종이를 꺼
내 들었다. 그것은 신상명세서로 용병이 전쟁도중 도망가거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
의 신상에 관한 것을 자세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이것을 작성하고 전쟁중에 만약 도망이라
도 가면 대륙의 모든 용병길드에서는 도망한 자를 바로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그렇
기 때문에 용병들은 죽는 한이 있어도 전쟁 도중 도망가는 일은 없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개인적으로 다니는 용병들에게 한한 것이다. 용병들중 많은 수로 용병단을 이룬 자들이 있
는데 그들은 전쟁에 참여하다가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면 용병길드에 뒷돈을 주며 전체가 그
곳에서 빠져나가 용병단에 전멸을 막고 명성을 유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뒷돈을 대면 개인
적으로도 빠져 나갈 수 있지만 그 액수가 개인이 내기에는 조금 벅찬 액수이고 그 정도의
돈을 가진 용병이라면 상당히 급수가 높은 용병이기에 그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용병패를 내주세요."
용병패는 용병에 처음 가입한 때 대륙 용병길드 본사의 작업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처음 용
병에 가입하면 청동으로 만든 용병패가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급수가 늘어나면 그 용병
패는 청동, 황동, 철, 은, 금, 미쓰릴등으로 바뀌어 나간다. 용병들은 이것은 급수로 나누어
최하급의 청동 용병패를 가진 용병들은 5급이라 부르고 금으로된 용병패를 가진 이들을 1급
이라 부른다. 그리고 미쓰릴 용병패를 가진 이들을 특급이라 분류하는데 특급용병패를 가진
용병은 대륙에 열명도 채 되지 않았기에 미쓰릴 용병패의 주인들은 어느 대륙 용병길드에
가도 최고급의 대우를 받게 된다.
난 그녀의 말에 따라 나의 용병패를 꺼내어 주었다. 미쓰릴, 나의 용병패는 미쓰릴이다. 이
때문에 난 돈이 떨어진다고 해도 대륙의 아무 용병길드에 들어가서 용병패를 내밀면 모든
숙식을 공짜로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단 한번도 이 용병패를 숙식을 위해 사용해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나의 용병패를 본 아가씨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나의 얼굴을 한번 처다보았고 다시 용병
패를 보며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녀는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
서 벌떡 일어났다.
"저...저 잠시만....기다려주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연 아가씨는 나에게 기달려 달라는 말을 하고 접수처를 떠나
어디론가 습하게 뛰어갔다.
난 그녀의 행동을 이해 할 수있었다. 물론 내가 특급용병이란 것에 아가씨가 놀란 이유도
있었지만 그녀가 공포에 떨 정도는 아니였다. 그녀가 공포에 떤 것은 나의 용병패에 새겨진
나의 이름 바로 블로드스톰이란 이름 때문이였다.
블로드스톰, 이것은 과거 대륙 서남부의 작은 소국들인 미치란공국과 아이드란왕국과의 전
쟁 중에서 내가 얻은 이름이였다.
당시 나는 미치란 공국의 용병으로 아이드란 왕국과 대적하고 있었는데 아이드란왕국은 무
슨 돈이 갑자기 생기기라도 했는지 알렌하비스트왕국에서 마법용병 100여명은 고용했다. 알
렌하비스트 왕국은 마법강국으로 이름나 있는 대륙과 떨어져 있는 바다건너에 위치한 섬,아
니 대륙이라도 칭해도 될만큼 거대한 땅을 지닌 왕국이였다.
알렌하비스트 왕국의 마법용병은 본국에서 직접 지원하는 마법용병단에서 나오기 때문에 마
법실력은 거의 5서클 이상급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그들은 전쟁 중 상당히 많은 활약을 하
고 있었다. 그때문인지 마법용병들의 몸값은 보통 1급 즉 금의 용병패를 가진 용병들의 가
격정도였기에 쉽게 그들을 고용하는 자는 없었다.
그런 그들을 100여명이나 고용한 것은 아이드란 왕국이 돈벼락이라도 맞기전에는 불가능한
일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100여명의 마법용병단을 고용했고 미치란 공국은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게 되
었다.
공국에서 고용한 2000여명의 용병들은 순식간에 전멸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용병들이 모두
전멸한 것은 아니였다.
당시 나의 직급은 부대장 10여명의 이급용병들과 팀을 짜서 움직이고 있었는데 마법용병단
의 마법을 간신히 나의 마나를 이용하여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와 나의 부하들은 그들의 공격에 전멸한 동료들을 생각하며 분노로 가득찼고 나와 10여명
의 부대원들은 검한자루를 들고 100여명의 마법용병단을 기습했다.
마법의 탑의 마법사들과 실전 용병 마법사들은 그 질면에서 상당히 틀린 면을 보인다. 마법
의 탑의 마법사들이 여러 가지 잡다한 마법을 알며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면 실
전용병 마법사들은 주로 공격마법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병단은 1000여명의 기사들이 보호하며 지키고 있었지만 우리들은 그런 것에 상관하지
않았다. 물론 돈을 받으며 일하는 용병들인 우리들이 이런 미친짓을 할 까닭은 없었지만 우
리가 분노한 것은 그게 아니였다.
알렌 하비스트들의 마법용병단은 우리들을 간단히 처리하기 위해 금지마법인 매스에크레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매스에크레를 목표없이 집단에게 사용하면 그들은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고 무차별하게 싸움
을 하며 만일 이 마법을 많은 병사들에게 걸고 목표를 지정 한나라로 진격시킨다면 그들은
인간으로서의 이지를 잃고 모든 인간들은 물론 살아있는 모든 것을 파멸시키며 진격하게 된
다. 또 이 마법이 사라지게 되면 병사는 자신이 행한 행동에 대한 역반사를 받아 이지가 무
너지며 미쳐가거나 자살하게 된다.
그 추악한 마법은 과거 아무르대전에서 아무르군에게 사용되어 대륙의 삼분의 일이나 되는
인간들이 학살되고 나서야 그 무서움을 알게 되어 전 마법길드에서 무조건적은 금지마법으
로 정하고 이 마법을 해제할 수 있는 마법들을 만들어갔다.
알렌하비스트의 마법용병단은 용병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우리들에게 이러한 마법을 써 모두
죽이고 입을 막으려 했던 것이다.
마법사들의 비열함에 분노한 우리들은 마치 버서커가 된마냥 광검을 미춘 듯이 휘둘러 갔
다.
마법사들을 지키는 병사들과 마법사들은 버서커처럼 달려드는 우리를 죽이기 위해 몰려 들
었지만 소용없었고
후 난 나의 부하 10여명과 함께 1200명이나 되는 적을 모두 학살한 것이다. 물론 이 싸움에
서 살아남은 나의 부하는 두명뿐이였다.
난 이 싸움에서 소드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설 수 있었으며 다른 두명 역시 살아남은 대가로
죽지않는 검술을 얻게 되었다.
이 싸움의 후 양국에서 군대가 파견되었을 때는 수많은 시체더미속에서 살아남아 있는 자들
은 나와 나의 부하 단두명만이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후로 우리들은 용병직급이 하
나씩 올라가며 난 블로드스톰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또 이 소문은 상당히 와전되어 용병최고의 학살자란 말도 떠돌아 다녔기 때문에 보통의 사
람들은 나의 이름만 들어도 공포에 떨곤 했다.
매스에크레를 사용한 알렌하비스트의 마법용병길드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벌금을 물어야 했
고 그 돈의 반은 희생당한 용병들의 가족에게 지급되고 연고가 없는 자들의 몫은 나와 두명
의 부하들에게 나누어졌기에 나를 제외한 두명의 용병은 현재 흩어져 용병의 길을 그만두고
있었다.
계속 용병의 일을 해온 나는 이 때문에 모든 나라에서 제 1 선으로 모셔오려는 용병이 되어
버렸다.
로아냐드에 이런 내가 왔다는 것은 상당히 경악스러운 일이였다. 용병길드에서 내가 어디로
가냐에 따라 다른 용병들이 그곳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지나지 않아 온몸을 비계로 두르고 있는 듯한 거대한 돼지한명이 급하게 뒤뚱뒤뚱 나에
게로 뛰어오더니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헤헤헤. 저의 길드에 블로드스톰님이 오시다니 영광입니다. 전 이곳 헤브로니아 황성지부의
길드지부장을 맡고 있는 로크 브로이란이라고 합니다.."
녀석은 나의 얼굴을 보며 간사한 듯한 모습을 하며 말했고 난 그의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
프렸다. 보통 길드의 지부장이 되기 위해선 일급용병의 실력과 함께 용병길드 본부에서 10
년동안 근무를 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나의 눈 앞에 보이는 지부장이란 자는 결코
일급용병의 실력으로 보이지 않았다.
어찌나 살이 쪘는지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든지 이마에서 연신 물흐르듯이 땀이 흘
러내리고 있었고 그 흉한 몸을 가리기 위해 두르고 있는 옷들은 값비싼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어 용병길드의 지부장이라기 보다 탐욕스러운 악질 영주나 상인의 모습과 같았다.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자 그는 알겠다는 듯이 품에서 주머니를 한자루 꺼내더니 나의
앞으로 가져오며 말했다.
"이곳에서 머무르시면 좋겠지만 상당히 누추한 곳이라서 말입니다. 블로드스톰님께서 황성
안에 계시는 동안 모든 숙박에 관한 비용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라이콘스양."
그는 자신의 옆에 있던 푸른머리칼의 접수원아가씨를 주르더니 말했다.
"블로드스톰님을 프로든로얄호텔로 안내하도록 그리고 나머지는 잘 알겠지?"
그 말에 라이콘스라고 불리는 아가씨는 두려워하는 표정을 보이다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
다.
"예. 잘 알겠습니다."
난 라이콘스라는 아가씨에게 되어 프로든로얄호텔이란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프로든로얄
호텔은 흰색의 대리석으로 외장을 한 고급호텔이였다. 보통 제국의 귀빈들이 거처하는 숙박
소로 백작이상급의 귀족만이 머무를 수 있는 곳이였지만 용병지부에서 온 것을 확인 한 호
텔의 지배인은 나에게로 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말했다.
"저희 호텔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짐을 이곳에 맡기시고 저를 따라 오시지요."
난 지배인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안내되었다. 내가 안내된 방은 호텔안에서도 상당한 귀빈
실인지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는 방안에는 고급장식품들과 양탄자들은 물론 값비싼 예술품들
이 치장되어 있었다. 원래 이런 고급스러운 방이 어울리지 않는 나였기에 인상을 찌프렸는
데 그것을 보고 지배인은 죄송스러운 표정을 하며 말했다.
"조금 누추하기는 하지만 현재 이곳이 호텔에서 가장 좋은 방인지라 손님께서 양해해 주셨
으면 합니다."
난 그의 말에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누추하다. 이곳에서 하루밤 묶는 요금은 적어도 평
민들의 집한채 아니 열채 값 이상이리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누추하다고 말하다니....
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지배인을 지나 거실에 있는 쇼파에 앉았다. 그제서야 지배인은 안심
을 했는지 숨을 내뱉고는 말했다.
"저녁식사는 이곳으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저 줄을 당기십시오.
저희 직원이 최대한 빨리 이곳으로 와 필요하신 물건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지배인은 나갔고 난 머리를 쇼파에 대며 명상에 잠기려고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기척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용병길드에서부터 안내를 해온 라이콘스란 아가씨가 나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안내가 끝났으니 돌아가라."
하지만 나의 말에도 아가씨는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조금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던 라이
콘스는 간신히 힘을 내어 나에게 말했다.
"오...오늘밤 시중을 들겠습니다..."
난 그제서야 이 아가씨가 나가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용병길드에서 나를 안내하는것
과 같이 지부장에게 받은 임무는 몸을 제공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난 몇십년 동안 여자와 자본일이 없었기 때문에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는 필요없다. 돌아가라."
하지만 나의 말에도 라이콘스는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정확하리라.
난 그녀가 나가려고 하지 않자 그냥 명상에 잠기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이 상태로 그녀가
돌아간다면 그녀는 지부장에게 좋은 꼴을 못당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있었기 때문이다.
설정집은 원래 좋아하지 않는 탓에 쓰기 싫었지만 약속을 했으니 설정집을 대충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설정집도 바로바로 쓰는 것이니 기대는 하지마세요. 전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랍니다.
<<먼저 대륙의 상황을 설명할께요.>>
현재 대륙은 3강국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3강국은 마령, 로아냐드제국, 소비에르제국
(사실 제 소설의 모든 대륙의 나라는 이미 오래전에 지도로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에 이름
이 정해져 있습니다만 간혹 지도는 생각하지도 않고 이름을 써놓기 때문에 마령과 로아냐드
제국을 제외한 소비에르강국이나 다른 나라들의 이름을 자주 바뀐답니다. 나중에 스캐너가
생긴다면 지도도 올릴께요.)
★ 마령은 암흑의 황태자 루덴스가 마신 라스타의 명을 받아 대륙에 세운 나라. 사랑하는
나의 딸에서는 마령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마령은 마족이 세운나라라고는 믿어지지 않
게 안정되고 부유한 나라이니까요.
★ 로아냐드제국은 현재 격변기에 있는 나라입니다. 기사육성책을 대대로 유지해 온 제국은
중앙귀족과 지방호족들의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지요.
기사들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제국은 아라시아 성교회와 힘을 합쳐 이교도를 몰아낸
다는 성전의 구실로 동쪽의 변방 이교도국을 침공합니다.
거의 학살 수준이지요. 이 때문에 많은 사제들은 이 무가치한 학살에 회의를 느끼며 스스로
교단을 빠져나가게 되지요.
교단에 빠져나간 사제들은 거의 모두가 신성력이 높은 신앙심 높은 사제들이기 때문에 교황
은 그들이 떠나자 분노하고는 그들을 파문하여 신성기사단에게 즉각적인 사형 권한을 부여
하지요.
그래서 아라시아 성교회의 고위사제들은 신성력이 낮은 반면, 파문사제들은 높은 신성력을
가지고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며 병자를 치유하며 다니고 있답니다.
생각있는 신성기사들은 물론 이들을 보더라도 모른척 해주고 있답니다.
기사들의 경우 역시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성전이라고는 하지만 동쪽 변방의 이교도국은 힘
이 없는 소국들, 중앙귀족들은 이들을 공격하여 땅과 노예라는 거대한 이윤을 얻게 되기 때
문에 수십차례에 걸치는 이교도토벌을 지시하지만 몇몇 기사도를 숭상하는 기사들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합니다.
이 와중에 중앙귀족들의 세력이 더욱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지방호족들은 이런 기사들과
함께 힘을 합쳐 중앙귀족들과 대적하게 됩니다. (조선이 건국되기 전 고려말기 문관출신 권
문세족과 지방호족들의 대립이 모티브입니다.)
그래서 벌어지는 내전이 바로 노예전쟁입니다.
로아냐드가 무너지고 후에 중제의 제국이라는 레더스가 건국되는 원인이 되는 전쟁으로 약
자를 지키는 것을 이념으로 삼는 젊은 기사들이 지방호족들과 함께 중앙귀족들과 싸우게 된
전쟁입니다.
노예전쟁이라 불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전쟁에서 초반에 지방호족들은 밀리게 되지만
자신의 나라를 일고 노예가 된 자들이 대거 지방호족들의 군대로 들어와 승리하게 되기 때
문입니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모티브가 됐답니다.)
현재 주인공이 겪고 있는 로아냐드제국의 내전은 바로 이 노예전쟁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
다. 약 100년에 걸친 긴 내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설정은 거의 5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군대에서부터 ㅠㅠ)
★ 소비에르제국은 북부에 긴 영토를 가지고 있는 제국으로 로아냐드제국의 북부와 마령의
서북부에 위치해 있지만 국경선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 때문에 감추어진 제국이라고도
불리고 있는 곳입니다.
아마 주인공이 이곳에서 에피소드를 하나 겪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3강의 제외한 그 외의 나라들은 알렌하비스트왕국과 북극령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소국입
니다.
★ 알렌하비스트왕국은 두명의 왕이 다스리고 있는 연합국입니다. 알렌왕가와 하비스트왕
가이죠. 전통적인 마법왕국인 이 나라는 대륙에 마법용병단이라는 마법사 용병들을 수출하
고 있답니다.
★ 북극령은 원래 마령의 영토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 쫓겨와 북극의 추운 지방으로 이주
해서 만들어진 나라이지요. 아라시아성교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 나라이기 때문에 북극왕국
이 아닌 북극령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소국들의 상황은 마령 서부와 로아냐드 동부가 다릅니다.
마령은 건국이후로 타국의 침공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건국에서 지금까지 왕은
루덴스 한명뿐입니다.
☆ 마령의 서부쪽 나라들은 자신들을 침범할 수 있는 강한 강국은 없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나라간의 작은 싸움을 제외하고는 평화스러운 지역입니다.
☆ 로아냐드 동부쪽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타락한 성전인 아라시아성교회와 타락한 제국 로
아냐드에 의해서 거의 속국화 되어 있는 이들 나라들은 귀족들의 수탈이 심하고 자주 내란
에 휩쓸리는 나라들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딸의 배경이 되는 곳은 바로 로아냐드 동부쪽의
수많은 소국들입니다.
후에 로아냐드제국이 무너지고 레더스가 건국되면서 레더스는 강한 힘을 앞세워 이들 나라
들을 중제하게 되지요. 그래서 나라의 이름은 중제의 제국 레더스(미국이 모티븐데....전 사
실 미국을 상당히 싫어하는 골수분자 그래서 한때 반KKK단인 황인 민족우월주위자집단을
만들어 백인들을 괴롭히는 생각도 했답니다.)가 되는 것이랍니다.
((이 상황들을 다 머릿속에 넣어두고 쓰고 있는 제가 얼마나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지 아시
겠지요. ㅠㅠ 가끔씩 머리가 돌아 쓰러지기도 한답니다. 난 똑똑한 놈이 아니기 때문이지
요.))
사랑하는 나의 딸은 환타지이기는 하지만 사회의 불합리를 꼬집는 소설이 되기 때문에 세계
의 정세가 많이 들어갈겁니다.
아마 미국에게 탄압받는 이라크의 상황도 들어가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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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아이들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 (2)
세시간 정도 명상에 잠겨 있다가 눈을 떴을때도 라이콘스는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다. 3시
간 동안 일어서 있었던 탓에 힘든지 조금 힘든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 앉아라."
나의 말에 라이콘스는 쑤시는 다리를 간신히 끌고서 내가 앉아 있는 정면의 쇼파에 앉았다.
난 대충 로아냐드제국의 상황에 대해서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몇가
지 질문을 하기로 했다.
"대충 몇가지 물어볼게 있다."
"예. 말씀하세요."
라이콘스는 나의 말에 무슨 질문이라도 하라는 듯이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는데 방금전
몇시간 동안 일어서 있어 힘들어했던 표정과는 다른 것이 상당히 우스웠다.
"나외의 특급 용병이 있나?"
"아! 예. 두분이 더 계신다는 데요. 한분은 지방호족중 한명인 브렌남작님이 고용하신 뇌검
유라이님이시고요. 한분은 중앙귀족인 프로데나아 공작님이 고용하신 화룡 페레이라님이세
요."
뇌검 유라이는 뇌속성이 있는 마법검을 사용하는 용병으로 '아리안식 검법'의 달인으로 알려
져 있었다. 실력은 소드마스터급으로 용병 사회에서는 상당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방호족에게 그가 있다면 플러스효과를 가져 올 수 있었다.
화룡 페레이라는 알렌하비스트에서 마법을 배운 마도사로 현재 7서클 마스터의 실력을 가지
고 있는 용병이였다. 용병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대륙마법길드의 길드 총장인 멘도사와도
친분관계가 있는 자였다. 이렇게 본다면 지방호족들은 검을 사용하는 용병들에게 중앙귀족
은 마법용병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셈이다.
"로크 브로이란이란 자가 나에게 특별 대우를 해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
"예. 현재 로아냐드제국에 있는 용병길드는 두 개의 파로 나뉘어져 있는 상태에요. 로크 브
로이란님은 현재 중앙귀족을 돕고 계시기 때문에 블로드스톰님을 놓치지 않으려 하시는 겁
니다."
접수처에서 근무하는 아가씨치고는 많은 소식을 알고 있는 것 같아 난 만족할 수 있었다.
"잠시 나갔다. 오지. 저녁식사가 오면 먼저 들도록 해라."
"저..."
라이콘스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난 그런 그녀를 잠
시 응시하고 있다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과거 황성의 고도는 아름다운 도시였다고 한다. 순백색의 대리석으로 깔려진 광장, 드워프들
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석상, 도시를 가로 질러 흘러가는 루빈스강 그 모든 것이 어울러져
인간과 자연이 합작하여 만든 황성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황성을 사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의 일, 모든 것은 시간이 니자면서 변해가는 것인지 대국 로아냐드제국
의 황성은 이제 아름답지 않았다. 광장, 석상, 강 그것들은 변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황성을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다.
그 이면에 숨겨진 추악함을 알기 때문이다.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살인, 강도, 강간들 황성은 추악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지는
제미니의 얼굴이 되어 있는 것이다.
리벤트라 고아원, 로아냐드제국의 황성안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고아원인 이곳은 빈민가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 곳이지만 다른 곳과는 다르게 번듯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내가 이곳으로 온 이유는 과거의 동료를 만나기 위함이다. 차렌 폰 유그하리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귀족이지만 전혀 귀족 같지 않은 녀석이였다.
몰락해 가는 집안에서 벗어나 30년간을 용병생활을 한 녀석, 녀석은 용병생활을 끝내고 황
성으로 돌아와 이곳에 리벤트라 고아원을 세운 것이다.
굳게 닫혀진 고아원의 정문앞에 멈춰서자 한 노인이 문밖에 서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용병이 고아원엔 무슨 일인가."
노인의 말은 차갑기 그지 없었다. 무엇때문인지 노인은 용병이란 자체를 상당히 싫어하는
것 같았다.
"차렌을 만나러 왔소."
"차렌? 원장님 말인가?"
"그렇소."
나의 말에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그렇게 말한 노인은 문을 열어주지도 않은 채 고아원안으로 들어갔고 난 문 밖에서 멍하니
서 있어야 했다.
고아원안의 정원에선 십여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얼굴에 한가득 웃음이 가득한 아이들은
넒은 고아원 앞마당에서 뛰어 놀고 있었다.
'다르군.'
난 아이들의 모습이 황성으로 오면서 보았던 수많은 꽃제비들이나 황성안의 빈민가에서 본
아이들과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고아원이 천국이나 되는양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약육강식의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안으로 들어간 노인과 함께 낡은 갈색의 평상복을 입은 노인 한명이 지
팡이를 짚고 따라 나왔다.
'늙었군.'
차렌이였다. 마지막으로 보았을땐 그래도 중년이긴 했지만 그렇게 나이들어 보이진 않았는
데 그의 모습은 이제 완전한 노인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인자할 것 같은 눈, 입가에 짓고 있는 작은 미소, 연륜이 느껴지는 그의 몸짓에서 난 그가
용병이였을 때 억눌렀던 피의 죄값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됬음을 알 수 있었다.
차렌은 문 밖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을 보더니 크게 놀란 얼굴을 하면서 소리쳤다.
"아니!! 사일런스아닌가!!"
사일런스. 내가 처음 용병으로 적을 올릴 때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며 한
용병마법사가 붙여준 별명이였다.
차렌은 그때의 나의 별명을 반갑게 소리치면서 노인에게 명령하여 문을 열어주라고 지시했
다.
문이 열리고 내가 안으로 걸어들어갔을 때 차렌은 나에게 와서는 반갑게 안아주었다.
"오랜만이군."
난 그런 차렌을 보며 말했고, 오랜만에 봄에도 역시나 말을 아끼는 나를 보고는 크게 웃으
며 말했다.
"사일런스 아직도 옜날 그대로군."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나를 보며 사일런스는 더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변
하지 않는다. 난 변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다. 난 그 표시로 그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차렌은 자신을 보며 짓는 나의 미소를 보고는 갑자가 멍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이해갔다. 그
와 함께 생활한 십여년동안 단 한번도 난 미소를 지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미소
는 물론 화를 내거나 슬퍼하는 표정조차 짓지 않았던 내가 미소를 짓자 있을 수도 없는 일
이 일어난 것 처럼 멍해져 버린 것이다.
"자..자네가 미소를 지었나.."
"물론이네."
나의 말에 차렌은 갑자기 감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을
얻었다는 표정이 되어 있었고 난 그의 도가 넘치는 반응에 놀랄 당황될 뿐이였다.
나의 미소가 그에게는 그렇게 감격스러웠던가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자 안으로 들어가세."
차렌의 안내를 받으며 난 안으로 들어갔다. 고아원의 마당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용병의
복장을 하고 있는 내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놀라더니 겁먹은 얼굴로 고아원 안으
로 도망가듯 뛰어갔다.
용병들이 거칠기는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아이들은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좀
이상하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고아원안의 아이들이 극성탓인지 온전한 물건은 없었다. 거기다가 상당히 오래된 물품인 듯
낡아 빠진 가구들의 천지였지만 하나하나 정성들여 닦은 듯, 반짝반짝 윤이 날 지경이였다.
한걸음 옮길때마다 삐그덕 소리를 내는 계단을 올라 맨 위층에 도착한 차렌은 다락방의 문
을 열었다.
차렌이 연 문안에 들여다 보이는 방의 모습은 간소했다. 낡은 책상하나와 두 개의 의자 그
리고 침대하나, 그 외에는 아무런 물건도 아무런 장식품도 보이지 않았다.
의자 하나를 나에게 힘들여 가져온 차렌은 나의 앞에 의자를 가져다 주고는 다른 의자에 앉
았다.
"오랜만이군. 치사레내전이후 처음인가?"
치사레 내전, 치사레 왕국에서 있었던 내전으로 왕당파와 귀족파간의 내전이였다. 소국 치고
는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비교적 잘 살고 있는 치사레는 각기 용병들을 고용하여 전쟁을 벌
렸는데 그곳에서 난 차렌의 적이 되어 싸운적이 있었다.
당시 차렌은 그곳의 용병중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난 몇번 죽을 고비에 봉
착했었지만 그때마다 나를 보며 윙크를 한번 해주고는 미소를 지을 수 있을때 까지 살아야
되지않겠냐 하며 다른 이들을 상대해곤 했다.
'그땐 차렌녀석이 날 죽이지 않는 것을 원망했어지...'
난 차렌의 얼굴을 유심히 처다보았다. 현재 차렌의 얼굴에서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
었지만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 얼굴에 가득담겨 있는 미소는 그때와 같았다.
"그렇군."
"여기까지 흘러들어온걸 보면 아직 용병생활을 계속하는가 보군."
"이번엔 로아냐드 내전에서 돈 좀 벌어보려고."
"음..."
그 말에 차렌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중앙귀족을 도울셈인가?"
"돈 많은 주는 쪽으로.."
"그렇다면 중앙귀족 쪽이로군."
그는 나의 말에 중앙귀족 쪽으로 내가 고용될 것 같다고 생각하자 그의 얼굴을 찌프리며 노
골적으로 안좋은 감정을 드러냈다.
물론 나역시 그가 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는 이른바 서민의 편이라는 정의파. 현재의 내전은 서민들에게 수탈만을 일삼는 중앙귀족
의 타락한 귀족들과 정의란 이름으로 일어선 몇몇 기사들과 지방의 호족들이 내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아원을 운영하는 차렌이야 당연히 서민들의 수탈하는 중앙귀족보단 지방호
족쪽의 편을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차렌은 찹찹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말했다.
"자네는 이곳에 오면서 아이들을 보았겠지?"
그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은 무엇을 알고 있는 것 같은가?"
차렌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난 어리둥절 할 뿐이였다. 아이들은 무엇을 알고 있냐니. 다짜고
짜 그런 엉뚱한 질문을 하고 있는 차렌이 이상한 뿐이였다.
"무슨뜻이지?"
난 그의 질문을 다시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썩어빠진 귀족들의 수탈, 나라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터지는 전쟁, 아무런 죄 없이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다시 한번 물어보겠네 아이들은 무엇을 알고 있는 것 같은가?"
난 그의 질문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 그 애들이 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귀족들의 다툼을 알고 있을까? 아니 내전을 일으킨 몇몇 기사들 그들이
생각하는 자신들만의 숭고한 이상을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누군가 아이들에게 중앙귀족들
이 나쁘다면 그 쪽으로 지방호족 쪽이 나쁘다면 그들에게 욕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
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자신의 말에 답하지 못하고 생각에 빠져 있자 그는 나의 답을 기다려 주지 않고 자신
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네."
"아무것도 없다고?"
"귀족들의 수탈속에 풀뿌리를 캐먹으며 근근히 살다가, 전쟁의 소용돌이속에 부모를 잃고,
전장터의 시체들 사이를 떠돌아 다니다가 이곳으로 온 아이들, 아이들은 슬픔의 역사속에
돌아다니며 살고자 하는 본능에 따라 나의 품으로 왔을 뿐,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네. 아이들은 슬픔과 고통을 몸에 지니고 살다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된 후에야 비
로서 자신이 겪은 슬픔, 고통의 원인을 알며 분노하게 된다네, 그리고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이지..."
난 이곳으로 오면서 헐벗고 굶주린 수많은 아이들을 보아왔다. 그들은 살아가기 위해 다른
약한 이들을 공격하며 또 다른 가해자로 태어난다.
그런 아이들이 어른이 된다면 무엇을 하고자 하겠는가? 자신에게 가해진 역사에 분노한 그
런 사람들, 복수하자 하는 마음이 가득한 그런 아이들은 아마 또 다른 시간속에서 똑같은
역사를 되풀이 할 것이다.
"현재 국가의 권력을 잡고 있는 중앙귀족들이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이 아이들에게 미래는
없네."
차렌의 말에서 난 그가 나에게 부탁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현재 두세력은 중앙귀
족들이 크다고 할 수 있으나 전쟁을 그리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것은 아니였다. 그런 와중
에 용병들사이에서 상당한 지지력을 가지고 있는 특급용병이 어느쪽으로 가냐하는 것은 상
당한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난 레아를 생각했다. 나와 만나지 못했다면 그녀를 어떻게 되었을까? 시체를 뒤지며 살다
아이를 낳았을테고 그리고 아마 갓태어난 아이를 버려야 했을 것이다. 어린 그녀는 부양할
수 있는 힘이 아무것도 없었을테니 그리고 레아마저 죽어갔겠지. 그녀 자신도 갓태어난 아
이와 같이 힘없는 자의 한명이였을 뿐이니까.
난 차렌에게 무언의 승낙으로 미소를 지어주었고 차렌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얼굴을 보였다.
"고맙네."
"나의 딸에게 고맙다고 하게나."
"딸?"
나 역시 팔불출인가 보다. 난 그 동안의 있었던 일을 차렌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물론 예쁜
레비나의 이야기는 얘기 중간마다 빠지지 않고 했고 차렌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크게 웃
기 시작했다.
"이 사람!! 딸 자랑을 하고 싶어서 얼마나 참았으면, 딸 얘기를 할 때는 쉬지도 않는가. 하
하하하."
몇십년의 침묵을 보상이라도 하는 것 처럼 난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차렌은 자
신의 일이 되는 양 좋아했다.
난 그런 그의 모습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차렌이 말한 아이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말에
반박할 수 있는 분이 꽤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전쟁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자
신들의 정치이념과 정당성을 내세워 전쟁을 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을 모름니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전쟁이 가져다준 슬픔과 고통뿐이지요. 하지만 그것들은 인간들 모
두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그런것들 아이들은 안다고 하기보다 느낀다고 하는 것이지요. 차렌
이 아이들은 아무것도 알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져다주는 슬픔
과 고통의 이유. 그것을 알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어른들의 이념과 정당성은 아이
들이 알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것들이니까요.)
제 2 장 아이들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 (3)
난 차렌과 헤어지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의 일부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차렌은 용병일을 그만두고서 그동안에 모아 둔 재산의 전부를 고아원에 기부했지만 평생을
놀고 먹을 수 있는 그의 돈으로도 긴 전쟁의 시간동안 늘어나기만 하는 고아들을 먹여살리
기엔 부족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에게 건네준 돈은 그가 용병생활을 통해서 번 돈의 두배는 될 액수였지만 그 돈 역
시 얼마 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있었다.
그 만큼 이 나라는 수많은 고아들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쌌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라이콘스는 의아해 하는 듯 했
지만 내가 지방호족의 용병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말을 해주자 급하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마 길드지부장을 부르려고 하는 것이리라.
호텔을 나왔을 때 라이콘스의 말을 듣고 십여명의 부하들과 급하게 뛰어온 로크 브로이란은
호텔문을 나서는 나의 모습을 보고는 나의 앞에서서는 나의 길을 막아서며 말했다.
"차라리 용병을 하지 않겠다면 모르겠지만 지방호족군의 용병으로 가신다면 막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가쁜 숨을 고르며 간신히 나에게 말했다. 난 그런 그를 상관하지 않으려고 옆으로 비
켜 가려고 했지만 그의 부하들이 나의 앞을 막았다.
사실 그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듯 했다. 차렌의 이야기를 들은 바에 의하면 이곳의 용병들
은 중앙귀족과 상당히 연계가 되있어 뒷돈으로 상당한 액수를 받는다고 하였다.
그런 와중에 특급용병인 내가 루아냐드제국으로 간다면 중앙귀족들에게 많은 액수의 돈을
받을 수 있을테지만 이곳으로 온 내가 지방호족들의 용병으로 가게 된다면 그의 위치가 흔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썩어빠진 사정을 생각해줄만큼 난 바보가 아니였다. 난 그들을 지나쳐 가려고
했지만 그런 나를 보낼 수 없는 로크의 지시로 그의 부하들은 검을 뽑아들며 살기를 내뿜었
다.
로크가 데리고 온 용병들의 수는 10명, 그들 모두가 꽤 실력있는 용병이였지만 이 정도의
숫자에 물러설 내가 아니기 때문에 난 간단히 투기를 뿜었다.
소드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선 나의 투기를 받아낼 자는 나와 같은 등급의 용병 즉 소드마스
터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 뿐이였다. 아직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그들은 나의 몸
에서 뿜어나오는 투기 때문에 전의를 잃고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몸이 굳어버렸다.
난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검을 들고서도 휘두르지 못하는 그들의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로크가 나의 앞을 가로 막고서 검을 뽑았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아직 소드마스터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5
년안에 소드마스터를 넘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난 그가 영원히 소드마스터에 이르지 못하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더러운 돈의 향
기에 취해버린 그에게 이제 검이란 것은 너무 멀리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켜라."
난 살기를 흘리며 그에게 말했지만 그는 비키지 않았다. 온몸에 식은 땀을 흘리고 사지가
떨리는 가운데서도 그는 나의 앞을 막아서며 내가 뒤돌아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블로드소드, 난 나의 애검 블로드소드를 뽑아 가볍게 휘둘렀고 그는 검과 함께 두동강이 되
어 땅으로 쓰러졌다. 돈과 권력에 취한채 살아간 그는 소드마스터에 근접해 있음에도 나의
일검조차 막지 못할 정도로 타락해 있던 것이다.
처음 용병패를 받았 을 때 그는 한명의 용병이였지만 나에게 죽은 그는 더 이상 용병이 아
니였던 것이다.
난 그를 쓰러뜨린 후 천천히 제국의 황성을 빠져 나왔다. 황성안에서 사람을 죽였음에도 아
무런 제지가 없었던 것을 보면 나를 신고하여 용병길드 본부의 눈총을 사는 것 보다 막대한
돈이 들어오는 길드지부장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나를 놓아주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일 것
이다.
사실 특급용병은 길드 총장의 힘으로도 그가 하는 선택을 막아 설 수 없다. 그런 것을 한낱
길드 지부장이 막아서다 죽음을 당했다는 것은 멍청하기 그지 없는 일이였다.
내가 황성을 떠난 후 그들은 내가 왔다는 증거가 되는 문서를 삭제하고 길드지부장을 실종
으로 처리할 것이다. 그리고 지부장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암투가 벌어지겠지......
내가 가야할 곳은 로아냐드 남동부에 위치한 피렌드시다. 지방호족의 일원 중 한명인 칸트
데 피오르드남작이 시장으로 있는 도시로 로아냐드 제 일의 상업도시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
다. 물론 그러한 명성은 오랜 시간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인하여 사라진지 오래이지만 아직
까지 상업도시로서의 명성은 유지가 되는지 국제상인들의 발걸음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내전의 상황으로 나라 경제가 흔들린다고 하지만 국제상인들에겐 그런 것들도 돈으로 보이
기 때문일 것이다.
피렌드시로 가는 길은 그리 험한 길은 아니였지만 잘 닦여 졌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간간
히 도시와 도시를 지나 다니는 상인들만이 이 길을 이용할 뿐 보통의 여행자들이라면 이 길
을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
내전의 상황이 오래되면서 많은 수의 사람들이 페리드시로 가는 길의 중간에 있는 로몬산으
로 올라가 살다. 산적이 되어 이곳으로 지나 다니는 여행자들을 습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상인들은 수십명의 용병들은 고용하며 지났기 때문에 상인들과 팀
을 이루지 않는 한 쉽게 산을 넘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산적들이야 나에겐 별로 문제될 것이 없었기 때문에 난 혼자 로몬산을 넘어가기로
했다.
로몬산의 중턱쯤에 이르렀을 때 난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대략 스무명로군..."
느껴지는 기운으로 대략 20여명 정도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난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쨋든 당하는 자가 상인이라면 어느정도의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싸움이 일어난 곳에 도착했을 때 난 조금 이상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인들을 보호하
는 용병과 또 다른 용병들이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인을 보호하던 용병들은 이마 많은 수가 검을 맞아 쓰러져 죽었고, 현재 남은 수는 네명
정도 그에 비하여 그들을 공격하는 수는 열다섯명정도 되었다.
네명의 실력이 2급정도 되는 용병이라고는 하지만 자신들보다 네배전도 많은 수의 용병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였다.
"가이도!! 고용된 용병이 의뢰주를 배신하다니!! 용병길드에서 너희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
이다!!"
네명 중 리더인자가 그들을 공격하는 한 용병을 노려보며 소리쳤지만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피씩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 너희들만 죽으면 어떻게 용병길드에서 이 일을 알겠는가? 자 쳐라!!"
그는 고용된 용병이였는데 아마 의뢰주의 물건을 탐내고 이곳에서 물건을 가로채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곳이라면 충분히 산적들의 행위로 덮어씌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죽은자는 말이 없다의 말을 지키려고 하는 듯이 그들은 상인과 그들을 보호하는 용병들을
모두 죽임으로써 입을 봉하려고 했지만 이미 나의 출현으로 그들의 의도는 빗나갔다고 할
수 있었다.
난 천천히 그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의뢰주를 배신한 용병들은 내가 나타나자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네 녀석은 뭐냐!!"
가이도라 불린 용병은 내가 나타나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난 그런 그를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상인을 보호하던 용병의 리더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 상행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난 지고 있던 배낭을 내려 놓으면서 물었고, 나의 물음에 구석에서 숨어 떨고 있던 상인 중
한명이 간신히 입을 열고 말했다. 그는 동대륙의 특산물인 비단으로 짜여져 있는 값비싼 옷
을 입고 있는 중년의 남자였다.
"저..접니다."
난 그를 쳐다보면서 용건을 말했다.
"얼마를 주겠는가."
"예?"
나의 말을 상인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되물었다.
"얼마를 주겠는가."
난 다시 한번 똑같은 말을 되풀이 했는데 그제서야 상인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했는
지 급히 옆구리에서 돈주머니를 꺼내더니 그것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난 가볍게 돈주머니를 잡아 내려 놓은 배낭안에 집어 넣었다. 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가이도
와 용병들은 나의 일련의 행동에 어이가 없는지 입을 벌린채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고 가이
도는 화가 치솟는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고 있었다.
난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앞에 다가가 말했다.
"꺼져라. 그럼 목숨은 부지할테니."
"이 자식이!!"
가이도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검을 뽑아 달려들었다. 그가 뿜는 기운은 충분
이 이류급중 상위에 속하는 실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어린애 같은 실력일 뿐이였
다. 난 가볍게 그가 휘두른 검을 피하고는 녀석의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했고 녀석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거품을 물고 쓰러져 기절해 버렸다.
다른 녀석들은 가이도가 나의 일격에 맞고 쓰러지자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려고 했지만
나의 행동에 달려 오는 것을 멈추고 말았다.
난 나의 애검인 블로드소드를 뽑은 것이다.
"브..블로드 소드? 설마..."
"블로드스톰이다!!"
용병들사이에선 모르는자가 없는 나의 애검 블로드소드를 알아본 용병들은 이제 자신들의
앞에 있는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된 것이다.
언제나 같은 수순대로 그들은 내가 검을 뽑아들자 한명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고 얼마 지
나지 않아 검을 내던지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난 블로드소드를 가볍게 검집에 집어 넣고 내려 놓은 배낭을 다시 매고는 떠나려고 했는데
아까 나와 이야기 했던 상인이 나에게 급하게 뛰어오더니 말했다.
"자...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가 날 부르자 난 걸음을 멈추고 그를 처다보았다. 그는 잠시 뛴것조차 힘들던지 급하게
숨을 몰아쉬다가 말했다.
"검사님은 어디까지 가십니까."
"피렌드시."
난 그의 물음에 간단하게 대답했고 그는 내가 피렌드시까지 간다는 말을 듣고는 기뻐하며
말했다.
"현재 저의 상행이 피렌드시까지 가는데 검사님을 고용했으면 합니다. 어차피 피렌드시까지
의뢰가 없을 실 것 같은데 저의 상행의 호위를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난 어차피 할 일 도 없는차에 잘 됬다고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은 내가
승낙하자 안심했는지 살았다는 표정으로 숨을 내쉬었는데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그들을 보
호하던 용병중 리던인 자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상인양반. 당신 엄청난 실수를 한 것 같군."
"무슨 소린가 이스트군."
상인은 이스트란 용병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물었고 그는 상인의 의문에 답을 해
주었다.
"당신의 앞에 계시는 분은 블로드스톰이라고 불리시는 특급용병이시네. 상인양반 당신은 특
급용병의 의뢰비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기나 한건가?"
그 말에 상인의 얼굴은 시퍼렇게 변하고 말았다. 그 역시 특급용병에게 하는 의뢰비가 얼마
나 비싼 줄 알고 있었다. 특급용병은 의뢰를 맡기기도 어렵지만 한번의 의뢰비용이 엄청난
서 특급용병 한사람에게 주는 돈이 일급용병 열명을 고용할 수 있는 돈이였다.
일급용병도 고용하지 못하고 이급용병을 고용하는 상인이 무슨 수로 특급용병에게 의뢰비를
줄 수 있겠는가.
일단 말을 꺼냈고 내가 승낙을 했으니 상인으로선 되돌릴 수 없었다. 하지만 한숨을 쉬며
후회하고 있는 상인을 보며 조금 불쌍한 마음이 들어 그 상인에게 말했다.
"날 일급용병인줄 알고 고용하려 했나본데. 자네가 원하는 대로 일급용병정도의 돈만 받기
로 하지."
그 말에 상인은 절망하던 얼굴이 갑자기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나의 가까이에서 뛰어와서
는 연신 고맙다고 절을 하며 고맙다고 말했고 난 그런 그의 행동에 웃음을 떠뜨리고 말았
다.
이스트라고 불리는 용병은 나에게 걸어 오더니 말했다.
"당신 실수야. 적어도 원래 받을 돈의 반은 받아야 했다고."
"이스트군 무슨소린가!!"
이스트의 말에 상인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지만 그런 그를 아랑곳 하지 않고 이스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저기 상인양반이 고용한 이급용병의 수는 40명, 그 중 스무명 가량이 저기 자빠져 있는 가
이도란 자의 부하인 것을 감안한다면 죽은자와 도망친자의 숫자는 스무명 가까이 된다고 즉
죽은용병에겐 돈을 주지 않는다는 법칙에 의하면 적어도 5명정도의 일급용병을 고용할 수
있는 돈을 아낄 수 있는데 특급용병을 고용하고도 일급용병 한명에게 주는 돈을 준다면 경
비명목으로 빠지는 돈 중 이급용병 4명분의 돈을 저 상인양반은 아끼게 되는 것이지. 어떤
가 왜 원래 받아야 할 돈의 반은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겠는가?"
이스트라 불리는 용병은 상인이 가지게 되는 이윤을 정확히 파악하고는 나에게 말했다. 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번 했던 계약을 되돌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조용히 물건이 실려
있는 마차중 하나를 택해서 운적석 쪽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이스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소리쳤다.
"자! 가자고 여기에서 이렇게 놀고 있다간 진짜 산적이 나타날 줄 모른단 말이야."
그 말에 상인들과 짐꾼들은 마차의 행렬을 다시 재 정비하고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
스트는 내가 타고 있던 마차로 뛰어 올라와서는 나의 뒤, 짐들이 쌓여져 있는 곳에 벌렁 누
워서는 입을 열었다.
"피렌드시에서 호족들이 용병을 구한다고 해서 겸사겸사 일을 맡았는데 이거 큰 봉을 잡은
것 같군."
이스트는 이급용병이였기 때문에 별로 많지 않은 계약금을 받고 호족들의 용병에 들어가야
하는데 만약 특급 용병인 나와 일행이라고 말하면서 몇가지 말을 첨부한다면 상당양의 뒷돈
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를 봉이라고 하는 것이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 나를 보며 이스트는 가까이 다가와서는 말했다.
"6 : 4 어떤가? 당신이 6, 내가 4 이정도면 많이 쓴거라고."
그는 나의 일행으로 들어가서 얻게 될 웃돈을 나와 분배하겠다는 뜻으로 이야기를 했다. 어
차피 그가 알아서 얻어내야 할 돈이 나에게 분배되는 것이였고 또 그가 조금 귀찮았기 때문
에 난 알아서 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갑자기 큰 소리로
웃음을 떠뜨리더니 말했다.
"고맙군. 그럼 조용한 시간을 보내라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다시 짐들 위에 드러누워버린 그는 얼마 지나지도 않아 코고는 소리
를 내며 잠이 들어버렸다.
제 2 장 아이들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 (4)
삼일간의 여정 후에야 난 피렌드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상인은 피렌드시에 도착하자 나에게 돈주머니를 건네주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가 나에
게 건네준 돈은 약속했던 일급용병의 의뢰비보다 두배정도 많은 액수였다.
이스트의 말에 조금 찔린 감이 있었던지 웃돈을 건넨 것이다.
그런 상인의 모습을 보며 이스트는 잠시 자신의 몫으로 받은 돈주머니를 살펴보고는 억울하
다는 듯이 상인에게 말했다.
"뭐야. 딱 의뢰비용만 주는거야."
이스트는 상인을 보며 투덜거렸지만 상인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표정을 지어주면서 미소
를 흘리고 사라졌고 이스트는 연신 투덜거리다가 나를 보며 말했다.
"젠장. 남 좋은일만 시켜줬군. 어이 블로드스톰 양반 나 땜시 웃돈 좀 받았으니 술 한잔 정
도는 사줄 수 있겠지?"
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여관을 찾아 걸어갔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이스트는 절대로 놓
칠 수 없다는 듯이 뒤로 따라 붙어오며 연신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거참 술 한잔 얼마나 한다고.."
이스트는 나의 뒤어서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고 따라오고 있었는데 나의 앞으로 한명의 거지
아이가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한푼만 주세요."
거지아이의 모습을 보고는 이스트는 투덜거림을 멈추더니 말했다.
"로아냐드제국은 어딜가나 거지꼬마들이 존재하는군. 거참 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난 동전하나를 꺼내어 그 아이의 손에 떨어뜨렸다. 아이는 나에게서 동전을 받자 기뻐하는
얼굴을 하며 가려고 하는데 그런 아이를 이스트가 불러 세웠다.
"꼬마야 잠깐 이리 좀 와봐라."
꼬마는 이스트의 말에 그가 적선을 해줄지 알고 기쁜 얼굴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는데 갑자
기 이스트는 꼬마의 손에서 아까 나에게 받은 동전을 가로채더니 말했다.
"네 녀석에게 줄 돈은 없으니 썩 꺼져라."
"안돼요!! 돈 주세요!!"
아이는 나에게서 받은 돈을 뺏기자 울면서 이스트에게 돈을 다시 돌려받으려고 애썼지만 이
스트는 그 아이를 발로 밀어버리고는 냉혹한 얼굴 표정을 하며 말했다.
"죽고 싶지 않다면 꺼져라."
이스트의 말에 아이는 돈을 뺏긴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며 도망갔는데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이스트는 동전을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 넣고는 말했다.
"이히. 땡 잡았다."
처음 난 이스트의 행동을 보며 화가 났지만, 이스트가 한 행동의 이면을 보고선 미소를 짓
고 말았다.
처음 내가 거지 꼬마에게 동전을 적선했을 때 이스트는 자신 역시 품에서 돈을 꺼내려 했
다. 하지만 골목 뒤쪽에서 꼬마의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거지 꼬마들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그는 로아냐드제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용병일을 해왔기에 지금 이 꼬마가 적선받게 될 돈
이 골목 뒤쪽에 있는 아이들에게 뺏겨질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확인한 이스트는 아이의 손에서 동전을 뺏어버린 것이다. 아이는 이스트가 돈을 빼
앗자 울면서 달려들었고 그 순간 이스트는 아이가 모르게 주머니에 한 개의 은화를 집어 넣
어 준 것이다.
아이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 이스트에게 달려들었고 이스트는 아이를 발로 차 쫓아버린 것이
다.
이 모든 행동을 보고 있던 난 시끄럽기만 한 이스트가 귀찮긴 했지만 그의 일련의 행동을
보고 조금은 다시 보게 되었다. 그가 결코 나쁜 인간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트는 앞으로 걸어가는 나를 따라 아까와 같이 주절주절대며 따라왔다.
"맥주 한잔 값은 벌었지만 조금 찝찝하네."
난 그의 걸어가면서 그의 투덜대는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괜찮은 녀석이였다.
주점은 찾은 난 안으로 들어갔다. 주점안에는 상인들과 용병들이 대낯부터 들어 앚아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난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고 이어 이스트가 투덜대면서 나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뭘 드시겠습니까."
점원한명이 메뉴판을 들고 앞으로 오자 이스트는 싱글벙글하며 점원을 보며 말했다.
"맥주 두잔에 간단한 식사거리로 아무거나 두 개 가지고 와."
"예."
이스트는 점원에게 간단히 주문을 하고는 나를 보며 말했다.
"어이 블로드소드. 이곳의 길드 지부장은 언제 만날꺼야."
"내일."
난 그의 물음에 간단히 대답을 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이스트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
더니 자신의 돈주머니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어차피 내일까지는 할 일이 없을테니까. 딱 하루만 도와주라. 특급용병 의뢰비는 안될테지
만 내 전재산을 줄테니까."
난 갑자기 자신의 전재산을 맡기며 나에게 부탁하는 이스트를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이스트
가 꾸미는 일이라면 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곳으로 오면서 느꼈던 이스트는 겉으
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냉정한 판단을 하는 자였고 심성 역시 그렇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
다.
"저녁을 먹은 후..."
"고마워!!"
내가 승낙하자 이스트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말에 크게 기뻐하고는 나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그런 이스트의 모습을 보며 난 이스트가 나에게 부탁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스트가 나를 안내한 곳은 가게였다. 식료품들을 팔고 있는 이 가게는 도시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작은 잡화점에 지나지 않았지만 가게 안에는 여섯명정도의 용병들이 앉아 누
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상한 점은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용병들로 보이는 자들은 모두 후드를 깊쑥히 눌러써 자신
의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게 안으로 이스트가 들어가자 용병들은 이스트의 얼굴을 보더니 반가운 듯이 손을 들어오
리며 말했다.
"이스트. 이제야 왔는가."
"그래 오면서 몇가지 일이 있어서 좀 늦어졌지."
이스트는 그들과 꽤 친한 듯이 인사를 했다. 이스트의 뒤를 따라 들어온 나를 보고는 그들
은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듯 했다. 그들 중 얼굴을 가리지 않은 용병이 새로운 동료
라도 생겼다는 듯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손을 건넸다.
"악수나 합시다. 난 이곳 피렌드시의 용병길드에 있는 앤드로라고 하오."
이스트는 앤드로가 나에게 악수를 하러 손을 건네는 것을 보고 나에게 말했다.
"이 친구는 현재 피렌드시 용병길드 사무장을 맡고 있는 친구지. 이곳 피렌드시 출신으로
중소상인연합의 부총무직도 겸하고 있다네."
"중소상인연합?"
난 중소상인연합이란 말을 처음 들었기 때문에 이스트를 보며 되물었고 이스트는 피씩 웃음
을 떠뜨리며 말해 주었다.
"역시 잘 모르는군만, 중소상인연합은 이 가게와 같이 영세한 상인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보
전하기 위하여 만든 연합이지. 우린 중소상인연합에 가입된 용병들이고"
중소상인연합길드, 이스트의 설명을 듣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앤드로는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채 들어온 것을 알게 되었는지 이스트를 보며 말했다.
"이 친구 우리연합에 가입하려고 온 친구 아닌가?"
"무슨 소리. 오늘 일이 있잖아 그것좀 도와달라고 부른거라고."
"음... 실력은 어느정도 되는데?"
"실력? 자세한 것은 알려주기가 조금 거북하고 대충만 알려주면 여기에 있는 용병들이 모두
덤벼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라고나 할까?"
이스트의 말에 앤드로는 말도 안된다는 듯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스트 갈수록 뻥이 느는군. 여기 두녀석만 해도 일급용병에 적이 올라가 있는 친군데 그
게 말이나 되는가. 저 친구가 특급용병정도의 실력이 아니라면 우리들 모두를 상대할 수 없
다고."
하지만 앤드로의 말에 이스트는 손가락을 들어 아니라는 손짓을 했다.
"어허! 앤드로. 일에 있어서 내가 언제 허언을 하는 것을 봤는가?"
"설마? 정말인가?"
"그래, 안그랬음 데리고 오지도 않았지."
이스트의 자신감 있는 어투에 앤드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처다보았
다. 하지만 솔직히 겉으로 보는 나는 이십대중반정도의 나이로 보였기 때문에 그에게 확신
감을 심어주진 못했고, 앤드로는 못미더운 표정을 지었다. 이스트는 그런 앤드로의 모습을
보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친구, 한번만 솜씨 좀 보여주겠나?"
그의 말에 난 가볍게 투기를 뿜었는게 그 순간 가게안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용병들이 조용
해 지더니 식은 땀을 흘리며 자신의 허리나 등에 매여져 있는 검에 손을 대며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앤드로 역시 내가 뿜은 기운에 당황하고는 급히 물러서서는 허리의 검에 손을 대며 여차하
면 검을 뽑아들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스트는 그런 용병들의 모습을 보며 껄껄 웃더니 말했다.
"하하하. 이 친구들 긴장하기는 어떤가 내말을 믿을 수 있겠나?"
이스트의 말에 앤드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젊은 친구가 꽤 실력이 있구만."
"젊은 친구? 에끼 이사람아 이 친구는 아마 이곳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껄?"
"응? 무슨소리 아무리 많아 봐줘도 30은 넘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데."
"어허 자넨 우리같은 검사들이 꿈에 그리는 경지도 모르는가?"
"설마?"
"소드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선 친구일세 그래서 몸이 젊어지고 있는 중이지."
용병들은 이스트의 말을 들으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서 몸이 젊어지고 있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뇌검 유라이님이야 하프엘프이시기 때문에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기에 알지 못했는데
실제로 몸이 젊어지는 것을 보게 되다니 감개무량한걸."
앤드로는 나의 모습을 감격했다는 듯이 말하고는 탁자에 있는 맥주를 들어서는 내 앞에 건
네주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를 도와주시러 오셨으니 한잔 합시다."
"내가 고용했다고 무슨소리야."
이스트는 앤드로의 말에 자신의 힘으로 데리고 왔다고 가슴을 치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앤드로는 고용이란 말을 믿지 않았다. 특급용병을 고용할 수 있는 액수는 도저히
이스트가 벌 수 있는 액수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난 그가 내민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키고 말했다.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 말에 앤드로는 나의 시원시원한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껄걸 웃으며 말했다.
"뭐 별건 아니고, 칸트 데 피오르드 남작의 '커쓰로드상회'를 조금 손봐주는 일이지."
"커쓰로드상회를?"
"응. 뭐 이곳 사람들이 아닌 놈들이야. 중앙귀족이 아닌 놈들은 무조건 착한 놈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말야 사실 지방호족들도 착한 놈들은 아니지. 자네도 알겠지만 이곳에서도
상당수의 빈민들은 존재하지. 이곳의 빈민들이 다른 곳과 다른 것을 하나 들면 바로 중소상
인출신이라는 거야. 그들은 칸드남작의 '커쓰로드상회'의 돈을 빌려 쓰다가 엄청난 이자를
갚지 못하고 파산한 녀석들이거든 일종의 사채업이지. 겉으로는 원금의 1할정도라고 하지만
실제로 녀석에게 돈을 빌린 녀석들은 원금의 두세배의 이자를 갚아야 하는거지 물론 돈으
갚지 못하면 일단의 용병들에게 강제로 전재산을 뺏기고 거지로 내려 앉는다는거지."
이 말에 난 허무감을 느꼈다. 차렌의 말에 따라 이 나라를 제대로 만들 녀석으로 지방호족
들을 생각하며 이 쪽으로 발길을 옮겼는데 실제로 그 이면을 살펴보니 이건 중앙귀족들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들 역시 돈에 찌든 인간이였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는 녀석들이였
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란 다 똑같은건가..'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은 우위에 서는 그런세상.. 실망이였다.
"그래서 말야 녀석들에게 좀 되돌려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지."
"되돌려 받는다고?"
"그래. 커쓰로드 상회의 본부의 금고안에는 조사한바에 의하면 칠십만골드에 해당하는 금화
및 보석 그리고 사채증 약 200장 총 천이백만골드에 해당하는 사채증이 보관되어 있다고 하
더군. 우리는 본부를 습격해서 돈과 사채증, 그리고 사채명단이 써 있는 장부를 가져오기만
하면 되지. 어떤가? 일급용병 이상의 실력을 가진 자네가 도와준다면 거의 반이상은 성공이
라고 할 수있지 일이 성사되면 칠십만골드 중 반을 주겠네. 이정도면 충분히 특급용병의 의
뢰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는데."
별로 나쁘지 않은 의뢰였기 때문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스트가 나를 데리고 올 때
자신들을 도와주겠다는 말을 믿지 않고 있었는지 직접 나에게 승낙의 의사를 받고선 말했
다.
"난 상인의 아들일세 철저한 상인정신을 가지고 있지. 아까 자네가 이스트에게 돈을 받고
우릴 도와주겠다고 했을 때 의심을 했다네 이스트가 줄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거든. 그
래서 말야 자네의 실력에 맞는 돈을 주기로 생각한거지.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이런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돈밖에 없거든."
맞는 말이였다. 아무리 뛰어난 지식과 위대한 이념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돈이 없다면 그
지식은 종이 한 장 값보다도 못한 것이 현실이였기 때문이다.
"자 그럼 대충 준비나 해볼까? 가서 무기를 가져오게."
앤드로의 지시에 그의 뒤에 있던 용병이 안으로 들어가서는 무기가 들어 있는 박스를 끌고
왔다. 앤드로는 박스를 뜯고는 검을 하나 꺼내어 나에게 건네 주면서 말했다.
"용병들이야 각자 자기의 애검이 있을테지만 이건 이름이 밝혀져서는 안되는 작업이라서 말
이야. 이 검은 다른 도시에서 사온 것이니 출처가 발각될 염려는 없을꺼야."
난 앤드로의 용의주도함에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받아 빼보았다. 겉으로는 보통 싸구려 롱
소드같았지만 안의 검신은 여러번 단금질을 했는지 프르스름한 빛이 명검은 아니지만 꽤 좋
은 검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싸구려처럼 보여도 한자루에 이백골드는 호가하는 검이라고 보통검에 다섯배는 되는 가격
이지. 이런 녀석들을 구하려고 도시 곳곳을 돌아다녔지."
이번 일에 참여할 용병의 수는 이스트와 나를 제외하면 모두 여섯명 모두 이급이상의 용병
이였기에 꽤 강한자들만을 끌어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중소상인연합 소속의 용병들이라고만 했을 뿐 난 이스트와 앤드로으로 이름밖에 알
지 못했다. 또 앤드로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목소리 조차 내지를 않았는데 모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는 듯 했다.
이스트야 날 데리고 온 사람이였고 앤드로는 이 일의 주동자이기 때문에 얼굴을 가리는 것
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해서 얼굴을 가리지 않고 있던 것이다.
앤드로는 나에게 복면과 로브를 건네 주었고 난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스트 역시 언제
가져왔는지 모르게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흩어져서 삼십분 후 '커쓰로드상회' 본부 옆의 골목으로 집결한다. 일은 그때부터 시작하는
거지 명심하게 정확히 삼십분 후에 모여야 하네 너무 일찍오면 녀석들의 눈에 뜨일 수도 있
고 늦게 오면 일이 늦어져 들통날 수도 있으니."
앤드로의 말에 다른 용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사람씩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스트는
나에게 손짓을 하고는 밖으로 나갔고 난 이스트의 뒤를 쫓아갔다.
"나도 한때는 상인의 아들이였거든, 아버지가 커쓰로드상회에서 돈을 빌렸다가 이자를 갚지
못하고 우리 가족은 맨몸으로 거리에 쫓겨나게 됬었지. 뭐 나야 대충 구걸하다가 열기저기
검을 줏어 배워 이렇게 살아왔지만 우리 아버진 완전히 폐인이 되어 길바닥에서 굶어 돌아
가셨고, 어머닌 녀석들에 의해 노예로 팔려갔지, 나중에 돈을 들고 어머니를 산 녀석을 찾아
가봤더니 이미 돌아가셨다더군 말이야... 녀석들의 비열한 행위를 복수하고 싶어 중소상인연
합에 가입하게 됬지."
이스트는 나에게 과거지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단은 자신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서였고 난 그의 과거지사를 들으며 그가 전재산을 바쳐가면서까지 나를 끌어들이려 했는지
알 수있었다. 커쓰로드상회 그것은 어떻게 보면 이스트의 부모의 원수일 수도 있기 때문이
였다.
우린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삼십분 후 커쓰로드상회의 옆 골목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이미 그곳에는 여섯명의 용병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1분이나 늦었어."
"미안하군."
이스트는 늦었다는 앤드로에게 사과를 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상회본부에는 상시 스무명 정도의 용병들이 지키고 있지만 실력이 있는 녀석들은 두세명
뿐 나머지는 이급에서 삼급의 용병들이네, 최대한 조용하게 일을 처리하도록 하게."
앤드로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앤드로는 한명씩 손으로 가리키며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난 이스트와 함께 이층창문으로 들어가 그곳에 있는 일급용병 두명과 이급용병 다섯명정도
를 죽이고 안으로 들어가 이층 집무실안의 금고를 털어 중요서류를 훔쳐오는 것을 지시받았
다.
내가 들어갈 이층의 방, 그곳은 용병들이 잠을 자는 곳으로 다음 근무전까지 이곳에서 수면
을 취하다가 근무를 서게 되는 것이다. 실력있는 일급용병들은 거의 대장 쯤 되기 때문에
두명정도가 머무르고 있었다. 일단은 잠자고 있을 녀석들이지만 일급용병이라면 충분히 우
리가 들어오는 낌새를 챌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했다.
이스트가 이층창문으로 들어갈 때 창틀에 부닥쳐 몇몇 용병들이 깨긴 했지만 다행히 내가
빠르게 검을 휘둘러 소리지르기 전에 녀석들의 목을 벨 수있었다.
잠자고 있었던 용병의 수는 모두 다섯명, 예상보다는 적은 수였고 결정적으로 일급용병이
보이지가 않았다.
"일급용병이 보이지 않는군.."
난 이스트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스트는 자신의 실수 때문에 미안했는지 주먹으로 머리를
치고 있다고 나의 말을 듣고선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스트 역시 예상하지 못한 일
이였던 모양이였다.
일급용병이야 쉽게 처리 할 수 있긴 하지만 자칫 그들이 우릴 발견하고 소리라도 친다면 들
킬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들이 이곳에 없다면 도데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난 정신을 집중하고 건물안에서 느껴지
는 기운을 살펴보았다.
느껴지는 일급용병의 수는 다섯정도 그 중 셋은 앤드로와 우리 측 용병 둘, 나머지 둘의 기
운은 이층 가까운 곳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집무실로 먼저 가라. 난 일급용병 둘을 헤치우고 가겠다."
나의 말에 이스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움직였다. 난 일급용병 두사람의 기가 느껴
지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의 마나가 느껴지는 방은 우리가 들어갔던 침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방이였다. 난
문의 열쇠구멍으로 안을 처다보았다.
어둡긴 했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안을 볼 수 있었다.
'응?'
방안을 처다 보았을 때 난 예상치도 못한 일을 보게 되었다. 두명의 일급용병 중 한사람이
같은 침대에서 자고 있었는데 한 녀석이 조용히 일어나서는 상대방의 목에 단검을 박아 버
린 것이다.
목에 단검이 박힌 녀석은 조금 발버둥치다가 조용해졌고 그는 녀석이 죽은 것을 확인하고는
옷을 입었다.
풍만한 젖가슴, 여자 용병이였다. 그녀는 옷을 조용히 걸치고는 방문쪽으로 발소리를 죽이며
걸어왔다.
난 그녀가 문쪽으로 다가오자 천장으로 몸을 날려 고정시켰다.
제 2 장 아이들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 (5)
문을 열고 나온 그녀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며 이스트가 들어간 집무실 쪽으로 갔다. 난
한순간 그녀를 나오자 마자 처리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원래는 천장에서 내려와 그녀의 목을 딸 예정이였지만 웬일인지 그녀를 죽이는 것이 조금
꺼림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가지 추론해보면 그녀 역시 우리와 같은 일을 하기 위해 온 여자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집무실 쪽으로 들어가면 조용히 처리하기로 생각했다.
집무실 문에 선 그녀는 집무실의 문이 따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
었다. 난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그녀의 뒤로 가 한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
고 들고 있는 검을 그녀의 목에 가져갔다.
그녀는 갑작스런 나의 기습에 놀란 듯 흠짓했지만 곧 이어진 나의 목소리에 침착함을 되찾
고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동업자 조용히 하라고."
난 그녀의 입을 막으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집무실 안에선 이스트가 비밀금고를 열고
있다가 내가 여자의 입을 막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급히 나에게 다가온 이스트는 조용히 말했다.
"이 여잔 뭐야!!"
"동업자."
난 간단하게 말하고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녀는 내가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자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젠장. 어쩐지 일이 잘풀리는가 했더니. 암튼 동업자 양반들 잘해봅시다."
그 녀의 말에 이스트는 황당하다는 듯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난 그런 둘을 상관하지 않고
는 비밀금고로 걸어갔다.
비밀금고는 미쓰릴로 견고하게 만들어진 금고로 드워프들이 제작한 듯 했다.
"웬만한 금고는 다 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녀석은 좀처럼 따지지 않더군 아무래도 드
워프 녀석들이 만든 것 같단 말이야."
이스트는 나에게 다가와서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 하는데 뒤에 있던 여자가 이스트를 밀어버
리고는 금고로 와서는 금고키를 돌리기 시작했다.
금고키는 60개의 눈금으로 5중장치가 되어 있는 금고였다. 그녀는 귀를 금고에 가져가고는
조심스럽게 금고키를 돌렸다.
하지만 일 분정도 후 그녀는 안되겠다는 듯이 고개를 내젖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금고 전체를 들고가야 되겠는데."
금고의 무게는 대충 잡아봐도 300킬로그램은 넘었고 높이도 열두살정도의 어린애정도 였기
때문에 금고를 들고간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였다. 난 두사람을 뒤로 물리고는 검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마나가 집중되어 푸르슴한 검기를 뿜고 있는 검을 보고는 여자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난 검으로 금고의 뒷부분을 천천히 그어 나갔고 미쓰릴로 만들어진 금고는 검에 의
해 조금씩 잘려가기 시작했다.
약 10분 정도의 작업 끝에 금고의 뒷부분은 떨어져 나갔다. 이스트는 무언의 환호성을 지르
고는 잘려진 금고뒷쪽으로 가서는 그곳에 있는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다.
"다..당신 굉장한데!!"
여자는 나의 솜씨를 보고는 감동했는지 뒤로 와서는 조용히 말했다. 이스트는 금고안의 물
건을 가지고 온 자루에 모두 담고는 나가자는 손짓을 했고 난 그의 손짓에 따라 우리가 맨
처음 들어왔던 방으로 향했다.
여자 역시 우리의 뒤를 쫓아왔고 이층 침실에서 죽어 있는 용병들을 보고 잠시 놀라는 표정
을 지었지만 창문으로 나가는 우리의 뒤를 쫓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십분 후 우리는 맨처음 우리가 만났던 잡화점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앤드로와 나머지 사람들도 몇 개의 자루를 들고 도착했다.
"무사히 돌아왔구만."
앤드로는 우리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고는 반갑다는 듯이 말했는데 우리의 뒤에 다른 사
람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허리에 있는 검에 손을 대면서 말했다.
"저 여잔 누구지?"
앤드로가 살기를 내뿜으며 말하자 그녀는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손을 내 젖더니 말했다.
"내 이름은 헤레나 루아노프, 스프니아왕국출신의 용병이지. 켈리프란 상인에게 돈을 받고
사채증을 훔치려고 잠입했는데 당신네들이 선수를 쳤더군 그래서 어쩔 수없지 따라온거지."
앤드로는 그녀를 의심했지만 캘리프라는 이름을 듣고는 조금 안심하는 듯 했다.
"캘리프라. 요즘 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는 들었지만 그게 사채때문이였군."
앤드로는 이스트가 가지고 온 자루를 땅바닥에 드러엎고는 증서를 들어 뭔가를 찾다가 그녀
에게 건네주었다.
"자. 캘리프의 사채증이네."
헤레나는 앤드로가 내민 사채증을 가볍게 가로채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군."
"어쨋든 이 일에서 지켜야 할것이 무엇이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물론이야."
"좋아."
그렇게 말한 앤드로는 주머니에서 열 개정도의 금화를 쥐더니 그녀에게 던져주었고 그녀는
가볍게 금화를 받아 쥐고선 앤드로에게 고맙다는 윙크를 해 주며 말했다.
"뭔가를 조금 아는 녀석이군. 그럼 열심히 일하라고 난 이만 가볼테니까."
그녀는 손을 흔들며 잡화점 밖으로 향했다. 이스트는 그런 그녀가 조금 못 미더운지 앤드로
를 보며 말했다.
"저 여자를 그냥 보내줘도 되는거야?"
"조금 의심이 가긴 하지만 캘리프의 의뢰로 같은 일을 했던 여자다. 적어도 캘리프라면 그
가 의뢰했던 일의 위험성은 잘 알고 있었겠지."
앤드로는 이스트의 의심에 간단히 못을 박고는 자신들이 가지고 온 자루 중 하나를 나에게
건네 주었다.
"약속했던 금고안의 돈의 반일세."
난 앤드로가 건네준 자루를 받았다. 꽤 많은 돈이 들었는지 묵직했기 때문에 이것을 처리하
기가 조금 귀찮다고 느껴졌다.
"이곳에 고아원이 있는가?"
나의 물음에 앤드로는 이상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난 그 주머니를 다시 앤드로에게
건네 주면서 말했다.
"고아원에 던져주게."
나의 말에 앤드로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나를 처다보다가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앤드로는 그렇게 크게 웃어재끼더니 갑자기 나의 손을 두손으로 잡고서는 말했다.
"언젠가 이곳에서 일이 생기거든 나에게 말하게나 내 최대한 도와줄 수 있는데까지 도와줄
테니."
난 앤드로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나가려고 했는데 두사람의 용병이 나의 앞을 막아
섰다. 그들은 앤드로를 제외한 일급용병 두사람이였는데 얼굴을 가리고 있던 그들은 복면을
벗고는 얼굴을 보였다.
한사람은 갈색머리의 구렛나루 덮수룩하게 기른 중년용병이였고 한명은 이십대중반정도의
잘생긴 청년이였다. 그들은 나에게 손을 내밀고는 말했다.
"의심해서 미안하네. 요즘 세상이 각박해서 좀처럼 사람들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하지만 자
네라면 충분히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자네를 막은거네 소개하지 난 이곳
출신인 로그란스 플리토라고 하네."
"전 애브런 플리토라고 합니다. 로그란스형의 동생이죠. 저희 둘은 용병들 사이에서 플리토
형제로 불리고 있죠."
두 사람은 형제였다. 난 나를 믿어주며 손을 내밀고 있는 두사람의 행동을 받아주기로 했다.
형제가 내민 손을 잡고 가볍게 악수를 하며 나의 소개를 해주었다.
"반갑소. 출신지는 페리오드왕국. 블로드스톰이라 불러 주시오."
"블로드스톰!!"
그들은 내가 블로드스톰이란 것을 알게 되자 크게 놀라는듯했다. 이스트는 그런 그들을 보
며 가슴을 치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 했다.
"거참 그럼 내가 데리고 온 사람이 허접 용병인 줄 알았단말이야?"
하지만 그의 잘난척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있던 앤드로가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때렸고 그는 뒷통수를 문지르며 땅에 주저 앉아 말았다.
난 플리토형제라 불리는 용병을 지나, 묶고 있던 여관으로 향했고 이스트는 내가 가는 것을
보고는 급하게 뛰어왔다.
"저 친구들 고아출신이야."
이스트는 나를 따라오면서 그들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저들도 나와 비슷한 사례지. 돈을 갚지 못하고 가족이 도망가다. 녀석들이 고용한 용병들에
게 부모를 잃었지. 다행히 로그란스가 애브런을 데리고 그들에게서 간신히 도망치긴 했지만
갈곳이 없다가 현재 우연히 이곳에 있는 고아원 원장을 만나 고아원에서 살게 된거지. 그래
서 매년 용병일을 해서 번돈을 고아원에다 기부하곤 하는데 요즘엔 이곳 고아원도 사정이
안좋아서 떠도는 아이들을 받아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지...그런 와중에 자네가 그들을 도
우니 감동할 수 밖에 아마 자네가 부탁하는 것은 목숨걸고 도와줄 껄, 저녀석들 의리하나는
끝내주는 녀석들이니까."
고아로 지내왔기에 내가 한 행동에 감동을 받은 것일까?
그들은 아이였을 적 자신들의 부모를 죽인자들과 자신을 도와준 고아원원장을 보며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아이들은 단순하다.
누군가 자신을 해하면 그들을 나쁘다고 생각하고 누군가 자신에게 도움을 주면 좋은사람이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두가지만으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평가할 수 없다.
이 흑과 백의 두가지만을 아이들이 알고 있다면 커가면서 그것들이 섞이며 회색이 되어간
다.
이스트는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는 기분이 좋다는 듯이 미소를 잃지 않다가 무엇인가 궁
금한지 나를 보며 물어보았다.
"그런데 말이야 자네 진짜 이름이 뭔가?"
이름... 레비나가 죽은 이후 나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던 사람은 전쟁터에서 죽은 친구밖에
없었다. 그리고 친구마저 죽은 후 난 나의 이름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이름... 난 이름이 필
요 없었다. 피에 젖은 용병일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언젠가 나의 이름을 말할 수 있을 때가 오리라 생각한다.
모든 것이 끝났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