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로새서 강해 제4강] 수라네오(Συλλάω)와 플레로마(Πλήρωμα): 세상 초등학문을 박살 내는 신성의 모든 충만
(본문: 골로새서 2장 8절 - 15절)
골로새서 2장 8절부터 15절까지의 본문은 세상이 고안해 낸 모든 종교적·사상적 미혹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기독교 신학의 위대한 독립선언서이자, 십자가 대속의 법정적 대승리를 천명하는 구속사의 핵폭탄입니다. 당시 골로새 교회는 겉보기에 심오해 보이는 헬라 철학과 유대주의적 전통, 그리고 세상의 신비적 원리들을 숭배하며 복음을 변격시키려는 이단적 사조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 교묘한 지적 공세를 향해 전면전을 선포합니다. 사도는 그리스도 안에만 신성의 모든 알맹이가 거하신다는 존재론적 충만을 논증하고, 죄로 죽었던 영혼들을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사 사탄의 모든 고소장을 파기하신 십자가의 완전한 초승리를 최고의 지성적 필치로 주해합니다.
1. 수라네오(Συλλάω)와 스토이케이야(Στοιχεῖα): 성도들을 포로 삼아 노예화하려는 세상 초등학문
사도는 2장의 가장 치열한 전선 속으로 진입하며, 세속 세상의 철학적 배경 뒤에 도사리고 있는 사탄적 노예화의 본질을 가차 없이 고발합니다.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수라네오)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스토이케이야)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 (골 2:8)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블레페테 메 티스 히마스 에스타이 호 수라라고고네, βλέπετε μή τις ὑμᾶς ἔσται ὁ συλαγωγῶν) 주의하라!"
원어 '수라네오'는 전쟁에서 승리한 군대가 패전국의 영토를 유린하고 백성들을 전리품(Spoil)으로 낚아채어 사슬에 묶은 뒤, 자신들의 비참한 '노예로 끌고 가 감금하는 군사적 약탈 행위'를 뜻합니다. 세상의 인본주의 사상과 헛된 속임수(아파테)는 한낱 학문적 유희가 아닙니다. 그것은 신자의 영혼을 낚아채어 사탄의 노예로 삼으려는 무서운 영적 약탈입니다.
바울은 이 세상의 철학적 가치들을 '스토이케이야(초등학문, στοιχεῖα)'라 규정하며 짓밟아버립니다. '스토이케이야'는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적 원소들이나 유치한 걸음마 단계의 기초 지식,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물들의 지배 원리를 뜻합니다. 존 맥아더(John MacArthur)의 단호한 주해처럼, 그리스도를 배제한 채 인간의 종교적 전통과 세상 유행을 따르는 모든 사상은 영적인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유치한 쓰레기일 뿐입니다. 강단은 세상 학문을 인용하며 유식함을 뽐내는 가식을 도끼로 치고, 오직 그리스도만을 추종(카타 크리스톤)하는 복음의 유일성만을 사수해야 함을 명확하게 찔러 넣습니다.
2. 플레로마(Πλήρωμα)와 소마티코스(Σωματικῶς): 그리스도 안에만 육체로 거하시는 신성의 완전한 알맹이
사도는 세상의 초등학문을 박살 낼 절대적이고 우주적인 기독론적 반석이자, 신자가 소유한 존재론적 충만함의 기원을 선포합니다.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플레로마) 육체로 거하시고(소마티코스)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플레로오) 그는 모든 통치자와 권세의 머리시라" (골 2:9-10)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카토이케이 소마티코스, κατοικεῖ σωματικῶς)!"
원어 '플레로마(충만)'는 어떠한 빈틈이나 결핍도 없이 100% 가득 차 있는 완전한 밀도, 즉 하나님의 신적 본질과 속성의 완벽한 총화를 의미합니다. 이 영광스러운 플레로마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역사적 공간 안에 '육체로(소마티코스)' 완전히 영구 정착하여 좌정(카토이케오)해 계십니다. 예수는 신성이 조금 섞여 있는 나약한 중보자가 아니라, 하나님 자신입니다.
나아가 사도는 선언합니다.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에스테 엔 아우토 페플레로메노이, ἐστὲ ἐν αὐτῷ πεπληρωμένοι)!" 이 위대한 선언은 완료 수동태입니다. 신자는 구원을 완성하기 위해 인간의 철학이나 신비적 훈련을 보태야 하는 결핍의 존재가 아닙니다.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유기적으로 연대되어 있기에, 우리는 이미 그리스도 안에서 영적으로 '완벽하게 충만(플레로오)'해진 상태입니다. 마틴 로이드 존스(D. Martyn Lloyd-Jones)는 이 본문을 향해 사자처럼 포효했습니다. "그리스도 한 분만으로 100% 충분하다! 여기에 무언가를 더하려는 자는 머리이신 주의 완전성을 모독하는 바리새인이다!" 온 우주의 정사와 권세(엑수시아)조차 그분의 발아래 꿇린 피조물일 뿐임을 논증하며 영적 결핍감의 우상을 도끼로 쳐 부숩니다.
3. 케이로그라폰(Χειρόγραφον) 및 엑살레이포(Ἐξαλείφω): 우리의 저주 고소장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신 구속사의 법정 판결
바울은 육체의 할례를 찢어버리는 '그리스도의 할례(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되고 부활함)'를 논증한 뒤, 구속사 역사상 가장 찬란한 우주 법정의 최종 승소 판결문을 낭독합니다.
"범죄와 육체의 무할례로 죽었던 너희를 하나님이 그와 함께 살리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시고 우리를 거스르고 불리하게 하는 법조문으로 쓴 증서를(케이로그라폰) 지우시고(엑살레이포) 제하여 버리사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 (골 2:13-14)
"우리에게 불리한 법조문의 증서를(케이로그라폰, χειρόγραφον) 지우시고(엑살레이프사스, ἐξαλείψας)!"
원어 '케이로그라폰'은 채무자가 돈을 빌리면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사인하여 작성한 법적 '차용증, 채무 진술서'이자, 법정에서 피고인의 죄목을 낱낱이 기록해 둔 '유죄 고소장'을 뜻합니다. 율법의 엄위한 저주 앞에서 타락한 인류는 영원히 갚을 수 없는 죄의 빚을 진 채 사탄의 법정 고소 아래 신음하며 영적 죽음(네크로스)의 무덤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주의 최고 재판장이신 하나님께서 반전의 선고를 내리셨습니다. "그 증서를 지우시고(엑살레이포)!" 여기서 '엑살레이포'는 파피루스에 기록된 글씨 위에 양회나 기름을 부어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박박 문질러 도말하여 '완벽하게 소멸시키고 말소하는 법정 행위'를 뜻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고소하던 그 끔찍한 채무 증서(케이로그라폰)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 통째로 대못으로 박아(프로셀로오)' 영구 폐기하셨습니다. 사탄이 들고 흔들던 우리의 죄목은 골고다에서 쏟아진 보혈로 흔적도 없이 파기되었음을 선포하며 인간의 정죄 의식을 말씀의 도끼로 사정없이 쳐부숩니다.
4. 도리암베우오(Θριαμβεύω)와 아페크듀오(Ἀπεκδύο): 정사들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구경거리로 삼으신 십자가의 초승리
바울은 제4강의 장엄한 대미를 장식하며, 죄의 고소장이 찢어진 우주 법정 한가운데서 성자께서 흑암의 군대들을 향해 감행하신 영광스러운 군사적 정복 선언을 포효합니다.
"통치자들과 권세들을 무장해제 시키사(아페크듀오) 드러내어 구경거리로 삼으시고 십자가로 그들을 이기셨느니라(도리암베우오)" (골 2:15)
"통치자들과 권세들을 무장해제 시키사(아페크디사메노스, ἀπεκδυσάμενος) 십자가로 그들을 이기셨느니라(에드리아움베우센, ἐθριάμβευσεν)!"
여기서 '아페크듀오'는 패배한 적군의 장수들로부터 그들이 입고 있던 갑옷과 무기, 계급장을 사정없이 벗겨 발겨 '완벽하게 무장해제 시키고 발가벗기는 맹렬한 군사적 행동'을 뜻합니다. 십자가는 예수가 당하신 패배의 자리가 아닙니다. 도리어 사탄과 그의 타락한 천사들의 정사(아르카이)를 완벽하게 무장해제 시켜 전리품으로 밟아버리신 우주적 결전의 청산소였습니다.
나아가 성자께서는 그 마귀의 우두머리들을 온 우주의 '구경거리(데이그마티조: 구경덩이로 노출시킴)'로 삼으셨습니다. 원어 '도리암베우오(이기셨느니라)'는 고대 로마의 장군이 전쟁에서 완전히 대승리를 거두고 로마 시내로 개선행진(Triumph)을 할 때, 발가벗겨진 적국의 왕과 장수들을 쇠사슬로 묶어 마차 뒤에 매달고 끌고 가며 온 시민의 조롱거리로 삼던 백전백승의 행진을 의미합니다. F. F. 브루스(F. F. Bruce)의 통찰처럼, 마귀는 이미 십자가에서 갑옷을 빼앗기고 발가벗겨진 채 주님의 개선마차 뒤에 끌려다니는 조롱거리에 불과합니다. 강단은 세상의 위협과 어둠의 정사들 앞에 기죽지 말고, 십자가로 영원한 초승리(도리암베우오)를 선포하신 대군주 예수만을 신뢰하며 당당하게 전진해야 함을 선언하며 4장의 본론부를 장엄하게 마칩니다.
[5줄 최종 요약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