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캘러웨이가 제 1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이 자랑하던 구경 419mm의 초대형 대포에서 이름을 따온 빅버사 드라이버를 출시한 이래 불과 얼마 전까지 드라이버 헤드는 무조건 커야 한다는 게 상식이었다. 큰 헤드는 헤드의 무게를 넓게 분포시킬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공이 페이스 정중앙에 맞지 않더라도 잘 뒤틀리지 않아 방향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빅버사 드라이버는 치기 쉽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스윙이 좋지 않은 초보자들을 끌어 모았다ᆞ 빅버사의 등장으로 촉발된 골프용품업계의 드라이버 헤드 대형화 경쟁은 철보다 훨씬 가볍고 질긴 티타늄 소재의 등장으로 가속화되었다. 급기야 2002년에는 500cc가 넘는 드라이버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와 영국의 R&A는 논란 끝에 2004년부터 드라이버의 헤드 크기를 460cc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실력보다 장비의 성능이 골프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90년대에 일반적이었던 200cc대 크기의 드라이버와 비교하면 현재의 400cc대 드라이버의 스윗스팟 크기는 약 3배 정도 더 넓어졌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골프용품회사들은 업계 표준이 되다시피 한 460cc 헤드가 아닌 이보다 크기가 작은 헤드의 드라이버들도 함께 출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캘러웨이는 460cc인 X HOT 드라이버와 440cc인 RAZR FIT 익스트림 드라이버를, 타이틀리스트는 445cc인 913D3 드라이버와 460cc인 913D2 드라이버를, 나이키는 VR S 코버트 드라이버를 430cc와 460cc 두 종류로 판매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일본계 용품회사들도 마찬가지여서 투어스테이지는 420cc인 X-DRIVE 909 드라이버와 460cc인 707 드라이버를, 던롭 스릭슨의 경우는 아예 380cc(Z925), 425cc(Z725), 460cc(Z525)의 세 가지 크기의 드라이버를 내놓았다. 가뜩이나 이것저것 고려할 게 많아 새로 용품을 구매할 때마다 선택에 어려움을 겪던 주말골퍼들에게 한 가지 고민거리가 더 생긴 셈이다. 최근들어 다양한 헤드 크기의 드라이버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처럼 용품회사들이 앞 다투어 헤드 크기가 작은 드라이버를 출시하고 있는 이유는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다. 많은 골퍼들이 잘못 알고 있는 골프 상식 중에 하나가 헤드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넓어진 페이스의 스프링효과 때문에 공이 더 멀리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헤드 크기뿐만 아니라 페이스의 반발계수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헤드 크기가 커진다고 덩달아 공이 더 멀리 가는 것은 아니다. 고층 건물이나 비행기 동체, 자동차 등을 설계하는데 이용되는 공기역학(aerodynamics)에 따르면, 헤드가 커질 경우 스윙 시 그만큼 공기저항이 커질 뿐만 아니라 헤드 바로 뒤에 진공의 공간이 생겨 헤드를 뒤쪽으로 잡아당기는 끌림힘도 커져 헤드 스피드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스피드가 빠를수록 이러한 공기저항과 끌림힘은 더 커지는데 따라서 헤드 스피드가 빠른 중상급자의 경우 오히려 헤드 크기가 작을수록 공기저항과 끌림힘이 감소해 드라이버 거리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실험 결과 460cc 드라이버로 시속 약 101마일의 헤드 스피드가 나오는 골퍼가 동일 조건에서 300cc 드라이버를 사용할 경우 시속 약 105마일로 헤드 스피드가 빨라진다고 한다. 보통 헤드 스피드가 시속 1마일 증가할 때 약 2.5야드 정도 비거리가 더 늘어난다. 따라서 스윙이 빠르고 정확한 골퍼의 경우 헤드 크기가 400cc를 넘게 되면 헤드 크기 증가가 주는 기술적 이점에는 사실상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보다 작은 헤드를 쓰는 편이 비거리 증가에 유리하다. 공기역학에 따르면 헤드 크기가 커질수록 공기 저항과 끌림힘도 덩당아 커져 헤드 스피드가 느려질 수 있다
반면 헤드 스피드가 느리거나 스윙이 정확하지 않은 골퍼라면 460cc짜리 대형 헤드를 쓰는 게 여러모로 더 낫다. 이들 드라이버는 방향성이 더 좋을 뿐 아니라 대게 약간 납작하게 눌러놓은 모양으로 무게 중심이 낮게 설계되어 공이 잘 뜨고 백스핀도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공의 체공 시간을 늘려주어 비거리가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그러니 무작정 다른 사람을 따라 사거나 유명 브랜드의 인기 모델을 선택할 게 아니라 먼저 자신의 스윙과 헤드 스피드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적절한 헤드 크기의 드라이버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