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8-05
그 대 그 리 고 나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벌써 십 수 년은 더 흐른 것 같다. 홍 목사님의 안내로 우리들은 강원도와 인접한 경북 봉화군에 살고 계시는 연세 많으신 전우익 선생님을 만나 뵐 기회가 있었다. 기억 되는 것은 인근 안동에 자리한 도산서원(陶山書院)도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전우익 선생님은 번듯하지 않은 옛 집에서 홀로 사시고 계셨다. 찾아뵙게 되었을 무렵에는 나무에 칼질을 하여 공예품을 만드는 즐거움, 멀리서 가끔씩 들르는 식자(識者)라고 할까? 그 벗들과 담론(談論)하면서 생활을 향유하는 노숙(老熟)의 모습이 구차해 보이지 않고, 삶으로 베어 나온 모습이 좋았다. 나는 여러 달 전에 테레비 아침마당을 통하여, 아버님이 옛날에 가난한 목사님이셨는데 배고픔을 뒤로하고 책을 가까이했던 아버지 덕택에, 집안의 그 많았던 책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자기가 있다는 고도원(高道源)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 그분은 전에 김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하던 비서관이기도 했단다. 그 이후로 나는 매일 컴퓨터를 통하여 짧은 글의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매일 받아본다. 2001년 8월부터 시작된 일인데, 지금은 매일 편지를 전해 받는 독자의 수가 이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은 다른 사람의 아침편지를 고도원 선생님께서 전달하여 주시는데, 오늘아침에는 송혜자라는 분이 바로 그 전우익 선생님의 글을 인용해서 편지를 쓰셨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제목의 책에서 따온 글이다. “세월이 가는 걸 본 사람도, 나무가 크는 걸 본 사람도 없는데 세월은 가고 나무는 자랍니다. 나무는 뿌리만큼 자란다고 합니다. 뿌리보다 웃자란 미루나무는 바람이 좀 세게 불면 나가자빠집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가 나무를 지탱하고 있는데 눈에 뜨이지 않는 일 보다는 눈에 보이는 나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민심같이 느껴집니다.” - 전우익의《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중에서 - 송혜자 선생님이 덧붙인 글입니다. 아름답고 푸르름을 유지해 주는 것이 나무가 아니고, 건강한 뿌리에 있음을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정, 사회, 국가 등 우리의 공동체가 모습만 숲을 갖추고 있을 뿐, 뿌리는 서서히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 내 가정부터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흔히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들 이야기한다. 나는 생각하여 볼 때에 소위 가장으로써 제가(齊家)에 늘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생각하건데 착한 아내와 아이들을 그렇게 유쾌하게 해줄 때가 적은 것 같다. 무심한 남편, 무심한 아빠는 아닐는지? 아내나 아이들의 마음의 상황파악을 못한 그저 그런, 나좋을 대로 사는 사람. 그러면서 변명을 늘어놓자면, 그렇다고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는, 자평을 하자면 한 ▲쯤 되는 남편이고, 아이 아빠인 것 같다. 여기 가슴 진한 소리새가 부른 “그대 그리고 나”가 있다. 푸른 파도를 가르는 흰 돛단배처럼 그대 그리고 나. 낙엽 떨어진 그 길을 정답게 걸었던 그대 그리고 나. 흰 눈 내리는 겨울을 좋아했던 그대 그리고 나. 때론 슬픔에 잠겨서 한없이 울었던 그대 그리고 나. 둘이 마음을 달래려 고개를 숙이던 그대 그리고 나....... 사랑도 우정도 산길과 같아서 서로 오고가지 않으면 잡풀만 무성하다. 성서는 나에게 일침을 가한다. 무엇보다도 열심으로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베드로전서 4:8)
나는 어떻게 생각하면 탈도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늘 무탈하기를 위해서 기도한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모든 소시민의 바람일 것이다. 나는 많은 시간을 성서의 이야기처럼 심령이 늘 가난하다. 그래서 마음속에 천국을 갈망한다(마태복음 5:3).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하는 자니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치 아니하는 자가 보지 못하는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요한일서 4:20). 위하는 마음도 물론 내 부모, 내형제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나와 가정이 먼저 흐뭇해야 그것들이 합쳐진 온 인류사회도 넉넉할 것이다. 그런데 성서는 한층 더 된 사람을 요구한다. 그것은 야고보서 1:27에서 말함인데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아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이것 이니라. 세속에 물들지 않는다는 것, 타성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여기 시인 정호승의 “봄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공동체 이야기
쉼
씨도 좋아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밭도 좋아야 한다. 세상만물이 쉼을 통하여 활력과 생동을 얻는다. 기계도 계속해서 돌려대면 수명을 다하게 되어 다른 것으로 바꾸어 주어야한다. 사람도 몸의 기능이 저하되면 영양제를 먹어 기력을 보충해주거나, 고장 난 장기가 있다면 병원을 찾아 고쳐 주어야한다. 동식물에게는 일 혹은 운동 그리고 쉼, 또한 적절한 돌봄이 필요하다. 성서에는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이와 아울러 쉬라고도 이야기하였다. 노동과 운동도 활력을 가져다주지만 쉼도 기운을 가져다준다. 모르기는 몰라도 일주일의 구분이 하나님의 천지창조로부터 연유된듯하다. 엿새 동안은 일하고 이래되는 날은 쉬는 것이 창조물의 삶의 리듬이다. 세상의 토양(土壤)도 한곳에서 한 작물만을 생산케 해주는 것을 거부한다. 어느 작물은 매년 한곳에서 성장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한곳에서만 매년 자리를 잡고 심겨져서 자란 식물은 병해충을 이겨내지를 못한다. 물론 어느 이들은 유기농업을 일삼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토양에 많은 거름을 투여하여 흙의 체질을 개선하여 나가는 것 같다. 우리는 급속한 것에 익숙하여 있어 거름을 주기보다는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예가 많은 것 같다. 밭의 성분을 많이 흡수하는 인삼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한두 해 동안 밭을 놀리면서, 거름을 많이 투여한다. 그리고 흙을 자주 뒤집어주는 밭갈이를 여러 차래에 걸쳐 반복하여 해준다. 그래서 걸음을 토착물(土着物)이 되게 하려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인삼농사를 지었던 밭은 밭의 자양분을 과하게 빼앗아 갔기에 인삼 농사 후에는 밭에 농사를 짓지 않고 쉬게 해주는 것이 온당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 터전을 잡은 지가 십년쯤 된다. 이사 온 다음해에 동네 교회 최 장로님의 도움을 받아, 밭에 고추농사를 지었는데, 그해 여름에 주체를 못할 만큼 고추를 수확하였다. 고추를 심어서 농사하는 일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고추는 수확 후에 볕에 말리는 일이 큰 일중의 하나이다. 기억되어지기로는 그해 여름에 덩달아 비가 많이 내려서 고추를 말리는데 많은 애를 쓴 것이 기억된다. 그런데 고추농사가 잘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전 분들이 연로 하신 어른들이라서, 여러 해 동안 미처 농사를 짓지 않은 결과물이었던 것 같다. 너는 육 년 동안은 너의 땅에 파종하여 그 소산을 거두고 제 칠년에는 갈지 말고 묵혀 두어서 네 백성의 가난한 자로 먹게 하라 그 남은 것은 들짐승이 먹으리라 너의 포도원과 감람원도 그리할찌니라(출애굽기 23:10-11). 이 땅의 쉬는 해를 성서는 안식년이라고 일컫는다. 그래서 올해는 세월은 몇 해 더 뒤이지만 밭을 내내 농사하지 않고 쉬게 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은 따뜻한 볕과 함께 잡풀이 무성해져간다.
우리도 삶의 여유(旅遊)가 필요하다. 그럴 때 노동과 놀이의 교차적인 아름다움과 몸의 리듬과 활력이 있다.
공 동 체 소 식
.
☻ 새터 공동체 가족
채경일 주송례 진영택 김정화
박소웅 박정임 라홍채 최성재
최영애 정무래 박종만 박병민
진선미 박한솔 박진솔
* 여러 가지의 육신과 정신적 아픔 중에 있는 새터공동체 식구들의 건강한 몸이 되기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세요.
* 2008년 5월 3일에 희망의 언덕(회장:류상현 선생님)에서 주최한 장애인 봄 여행 모임을 내소사와 채석강을 다녀왔습니다. 금산읍교회 김철우 목사님께서 차량봉사를 해주셨습니다. 공동체에서 4명이 다녀왔습니다.
* 2008년 5월 8일에 공동체 식구들이 서대산 드림리조트로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 2008년 5월 11일에 신평교회 최영득 장로님께서(충만농장) 고추.가지.토마토.오이 등의 육묘를 주셔서, 대전의 영은교회(정진석 목사님) 교우들이 밭에 이랑을 만들어서 심어주셨고, 또한 과일. 떡. 음료수. 헌금 등으로 함께하여주셨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백성천(나명순).모란회(3인).충전교회.신평교회.이원교회.정무래.최영애.추부제일교회.라홍채.박종만.진영택.최성재.김기홍.양오석.대덕교회.수영교회.대전충남지방통계청.시민교회(엄재용).대전성남교회중등부(김영균외6인).신영숙.한영순.최선희.진명구.금성교회.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3인).세광교회.주식회사EG(이광형).대전성남교회.동춘교회6여전도회.신건태.대덕교회(이중삼.정진일).임영호외3인.대전노회사회봉사부(이상복).살림교회(박상용외7인).진주문교회여전도회(손영대외6인).장진성.그리스도의집(옹인숙).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성삼순5인).모란회(11인).대전노회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