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화요일
◆ 동네 목욕탕 사용해도 될까요.
통장님께서 광활 온 학생들 목욕탕 사용하게 하고 싶다고 하신다.
그런데 그냥 바로 사용하면 같이 쓰시는 할머니들 눈총주신다고
청소하고 맘 놓고 사용하라고 하신다.
동네 목욕탕은 철암 마을 모두가 주인인, 공용 목욕탕이다.
누구도 의무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청소하고
고치고 관리해야 한다. 마을 공통의 재산인 셈이다.
그런 재산 우리도 사용하려면 당연히 일을 해야 한다.
목욕탕은 작고 아담했지만 깨끗하고 따뜻했다.
아무도 돈 받는 사람이 없는 목욕탕이었지만 모두가 함께 돌보고 있었다.
어르신께서 목욕탕을 써도 좋다고 했지만,
사실 나는 목욕탕을 쓸 생각이나 했을까. 작은 우물 안에 살고 있었겠지.
청소를 하라고 하셨지만 청소는 목욕을 맘 편히 실컷 시켜주려는 명분에 불과했다.
통장님은 간단한 청소만 시키시고 얼른 들어가 샤워하라 하셨다.
목욕탕 안에는 열 개 쯤 의자가 있다. 그리고 그 의자가 모두 할머니들로 만석이다.
서로 왔냐고, 왔냐고 하시면서 목욕탕이 후끈해졌다.
같이 쓰는 공간 함께 어울리는 모습.
지역의 공생이 목욕탕 속에 있었다.
◆ 인사만 했다.
철암 초등학교 교장님께 인사만 했다.
김동찬 선생님은 우리를 소개하고 그저 인사만 했더니
빵과 커피를 주셨고,
프로젝트 빔을 사용해도 된다고 하셨고,
체육관을 필요하면 쓰라고 하셨고,
밤샘 야영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고,
텃밭의 고추를 따가고 상추를 젖혀가라고 하셨다.
학교에서는 특별히 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있는 것은 주시겠면서
물어보지 않은 것을 먼저 베푸셨다. 우리는 그저 인사만 했는데.
교장 선생님은 우리를 대결해야 할 대상이 아닌 협력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
마음 편히 그동안 어떤 교직 생활을 하셨는지, 당신이 얼마나 아이들을 존중하는지
나이 60이 넘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쁨 등을 말씀해주셨다.
사회사업가가 아닌 교직에 계신 분도
아이가 아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지향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회복지라는 것이 새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잊었던 것을 더듬어 떠올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사람다움,
서로 더불어 사는 사회다움은 어느 직업에 있든지 누구나 다 공감하고
이루고 싶어 하는 가치인 것 같다.
사람 사는 사회로 가는 길이 더욱 든든해진다.
◆ 한 사람의 마음이 마을을 바꾼다.
누군가는 태백에서도 외진 철암을 ‘고집 세고 텃세 심한’ 지역이라고 했다.
이진아 선생님도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광산지역 철암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김동찬 선생님 마을 대하시는 모습을 보며
‘한 사람만 마음에 들어도 그 고장에서 살고 싶다.’고 느꼈다고 하신다.
사람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학생들을 계도하고 가르치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걸언하면
오히려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진다.
어르신들 고집 센 대상으로 외면하지 않고 정성으로 걸언하면
나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주신다.
당사자의, 지역사회의 강점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사람.
단 한 사람이라도 강점을 귀히 여기는 사람 있다면 그 마을엔 희망이 있다.
때때로 걸언으로 인한 무수한 요구사항이 나를 지치게 한다 해도,
진심으로 다해도 당사자 반응이 없다고 해도
이 또한 모두 사람 사는 자연스러운 사회니 아무렴 좋다.
◆ 사회사업 잘 하는 방법
사회 사업 잘 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마을에 친밀한 관계를 갖는 사람 여럿 만들기?
마을에 친한 사람이 많을수록 좋을까?
김동찬 선생님 말씀이 가슴에 깊게 남는다.
‘당사자의 관계를 넓혀주기.’
사회사업 어렵지 않다.
나와 당사자의 관계가 아닌, 당사자의 관계를 넓히면 된다.
내가 당사자와 아무리 친하다 해도 나로 인해 당사자의 다른 관계가 좋아지면
‘적어도 해치지 않습니다.’를 놓치는 것이다.
사회 사업 잘 하러 온 것이니,
잘 분별하여 개인적 성취가 아닌 당사자의 어울림에 주목하자.
◆ 조 순녀 할머니
나 얼마나 가진 것이 없는지. 배운 것도 없는지.
할머니 그 통째로 내어주시는 인생 얘기에
그 진심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람 무시하지 말어. 그게 제일 저질이야.”
“달리 위인이 아니야. 사람답게 살어. 그게 위인이야.”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세상이 부모야”
할머니는 스스로 당신을 ‘술 많이 먹는 또라이’라고 부르신다.
인생이 너무도 고달파 술을 드셔야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말씀하신다.
할머니는 동네 어른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요 근래에는 술 드시고 오토바이 운전하다 사고가 났는데 몸이 다친것도 서러운데
누가 음주 운전으로 고발했다 하신다.
그런 할머니께서 쓰신 글이 있다.
25년도 더 된 그 진한 손 때 묻은 일기에는
새도 푸드득 날고 구름도 두둥실 뜬다.
우리는 달달한 홍삼 사탕 하나 물고 할머니의 옛 시간을 들여다 본다.
할머니의 온 진심이, 겉모습 다 버려지고 뜨겁게 남은 그 진짜 인생이
덤덤하게 밀려오며 전해진다.
푹 익은 동치미와 한 봉지 가득 담긴 마른 멸치에
배운 것 없어도 사람은 귀히 존중한다는 할머니 마음이 담겨있다.
아, 산골 홀로 삼십년을 살아온 할머니
그 먼 곳에 어둠 밝히는 작은 불빛만은 못해도
그래도 홀로 계시는 밤 고단했을 가슴 함께 적셔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어도 예의 잃지 않고 사람 무시 않는
청백리 되고 싶다.
첫댓글 광활팀이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 듬뿍 받고 가면 좋겠습니다.
사회사업가로서는 마땅히 당사자 쪽 관계가 좋아지게 힘쓰겠고,
학생이자 자연인으로서는 마을 어른들께서 주시는 사랑을 만끽하면 좋겠습니다.
할머니 무릎 베개 하고 옛날 이야기 듣고 낮잠도 자면 좋겠어요.
어른들이 우리 마을에 온 학생들을 돌보시면서 큰 기쁨과 자랑과 자기효용감을 느끼십니다.
한별이 글을 읽으니 우리 마을 어른들이 더욱 귀합니다.
이렇게 크고 넉넉한 마음으로 아낌없이 나누시는 어르신, 젊은이가 바른 길로 걸어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 이웃과 인정이 있어 사람 사는 듯이 사는 세상을 그리워 하시는 마음...
어른들께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사람 무시하지 말어. 그게 제일 저질이야.”
“달리 위인이 아니야. 사람답게 살어. 그게 위인이야.”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세상이 부모야."
할머니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한별이 글에서 보고 배워요.
우리는 그저 인사만 했을 뿐인데,
마을이웃의 삶과 감사가 생동했지요.
이웃에게 얼마나 받는 것 많은지 생각해요.
고맙고, 고마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