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FIFA 월드컵 토너먼트 첫판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2-1로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월드컵 토너먼트에 처음 진출했고, 첫판에서 월드컵 3회 우승국(02년 현재) 이탈리아를 극적인 역전골로 이겼다.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시합이 심판의 오심에 의한 결과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966년 같은 코리안 북한에 패배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코리안 한국에 당한 것이다.
이탈리아로서는, 유럽도 아닌 아시아의 "듣보잡"팀에 당한 것이기 때문에 자존심이 심하게 상할만 하긴 하다.
그런데, 이 시합과 무관한 일본 축구팬들이 이 얘기만 나오면 당사자인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더 "분통"을 터뜨리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주장을 할 때마다 예의 심판 매수를 거론한다. 또한 함께 주최한 입장에서 일본이 이루지 못한 것을
한국이 이룬 것에 대한 질투심도 작용했을 것. 이러한 배경엔 반세기 넘게 한국 축구에 눌려왔던 "대한(對韓) 축구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은 한국에 1-5, 2-2로 패배해 월드컵 출전권을 얻는데 실패했다.
이후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할 때까지 일본은 한국에 막혀 월드컵에 발을 디디지 못했다.
일본이 처음 출전한 프랑스 월드컵도 한국의 암묵적 도움이 있었다는 설이 파다하다.
일본과의 예선 1차전에서 승리한 한국은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한 반면, 일본은 한국과의 2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공교롭게 한국이 이 시합에서 지는 바람에 일본이 간신히 출전권을 확보했는데, 일본과 경합을 벌이던 나라들로부터
한국과 일본이 담합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을만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도 있는 구조였다. 아무튼 일본은 한국의 도움(?)으로 사상 처음 월드컵에 참가한다.
1954년 한국에 패배해 월드컵 참가가 좌절된 이래 1998년 한국의 "이상한 패배"로 처음 월드컵에 참가할 때까지의 반세기를 일본 축구의 빙하기(氷河期)였다는 자조(自嘲) 섞인 글을 본 적이 있다.
빙하기는 한국과의 A매치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 시기 대략 7-3 비율로 한국이 일본을 압도했다.
02 월드컵 이후 일본이 급성장하면서 이 구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한국이 일본을 쉽게 볼 수 없는 전환점이 되었다.
현재의 일본 축구는 더 이상 한국 축구를 라이벌로 보지 않는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상대로 한국이 결정된다면 행운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이 32강 진출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을 때 일본은 우승을 말하고 있었다.
32강전에서 만난 브라질과 후반 56분까지 1-0 리드를 굳건히 지켰다.
결과는 역전패였지만, 일본이 이겼어도 이상할 게 없었을 정도였다.
작년 A매치에서 일본이 브라질에 3-2로 당당하게 역전승한 바 있다.
유럽의 전통 "명가"들이 과거처럼 일본을 쉽게 이기지 못하는 것은 이미 축구계의 상식이 되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깨자 일본이 내심 충격을 받은 것이 역력했다.
단순한 유럽 팀이 아닌 직전 대회 우승 팀인데다 주최국이자 최다 우승국 브라질을 준결승전에서 7-1로 격파한 사상 최강의
무시무시한 팀이었다. 더군다나 독일은 한국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한국은 일본이 추월할 수 없는 월드컵 최다 출전(10회/2018년 기준)국인데다 토너먼트에서 승리한 아시아 유일의 팀이다.
일본이 이것을 의식했는지 22 카타르 대회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연파하고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정작 토너먼트에서의 승리는 기록하지 못했다. 일본은 그동안 참가했던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한국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턱걸이에 실패했지만, 일본은 가볍게 진출했다. 32강 상대는 작년에 3-2로 이긴 브라질이고, 후반 56분까지 1-0 리드를 굳건하게 지켰다. 비록 졌지만 대진운만 좋았다면 우승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옛날 "빙하기"때의 일본과는 완전하게 탈바꿈한, 우리보다 한 수 위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모리야스를 한국 감독으로, 홍명보를 일본 감독으로 기용하여 A매치를 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공상(空想)을 해봤다. 선수의 기량보다 감독의 용병술과 작전 구상 그리고 운이 승부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축구를 볼 때마다 지우기 힘들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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