梨花
이개(李塏)
院落深深春晝淸 원락심심춘주청
梨花開遍正冥冥 이화개편정명명
鶯兒儘是無情思 앵아진시무정사
掠過繁枝雪一庭 약과번지설일정
깊은 뜰에 봄날이 맑으니
배꽃이 활짝 피어 온통 희뿌옇구나
꾀꼬리 우는소리 다 무심 타 생각했는데
무성한 가지 스쳐 지난 뜰에는 눈이 내린 듯하네.
院落:울안에 따로 막아 놓은 庭園이나 부속건물,
春晝: 봄날 開遍: 활짝 핌
正冥冥: 온통 희뿌옇게 흐린 모양
鶯兒: 꾀꼬리 儘是: 온통, 모두
無情思: 무심한 생각 掠過: 스쳐 지나감
繁枝: 무성한 가지 雪一庭: 뜰에 눈이 내린 듯함
이개(李塏, 1417~1456) 조선 전기의 절신. 자는 청보(淸甫)·백고(伯高). 호는 백옥헌(白玉軒). 시호는 충간(忠簡). 1441년 저작랑으로 《명황계감》의 편찬에 참여하고, 훈민정음의 창제에도 참여했다. 1456년 성삼문·박팽년 등과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되어 처형된 사육신의 한사람이다. 시문과 글씨에 능했으며, 1758년 이조판서로 추증되었고, 대구광역시의 낙빈서원, 과천시의 민절서원, 충주의 노운서원, 한산의 문헌서원, 의성의 충렬사 등에 배향되었다.
깊은 뜰에 가득 핀 하얀 배꽃은 마치 눈이 내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그 사이를 스쳐 들려오는 꾀꼬리 우는 소리는 봄날의 생동감을 더한다. 하지만 꾀꼬리의 '무정사(無情思)'라는 표현으로 화자의 쓸쓸한 정서가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화려한 봄 풍경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이 시의 맛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