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사태 일으킨 주가조작 일당, 어떤 혐의 적용 가능할까...임창정의 ‘공범 or 피해자’ 여부는
노자운 기자
이인아 기자
입력 2023.04.28 06:00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발 주가 폭락 사태의 여파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고작 4거래일간 8개 종목의 시가총액 8조2000억여원이 증발하자, 시세조종 혐의를 포착한 금융당국과 검찰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 주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10명은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경찰은 휴대폰 200개를 압수했다. 피해자(혹은 공범자)가 200여명에 이르고, 동원된 자금 규모는 8000억원대로 추정된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유명 가수 임창정씨가 사건에 연루됐다는 소식이었다. 임씨뿐 아니라 다른 연예인, 고액자산가들도 고수익과 절세를 노리고 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최소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큰 피해를 보기는 했으나 대포폰을 개통하는 등의 과정에서 불법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아 일각에서는 공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서울 강남구 소재 H투자컨설팅이 3년간 주가를 끌어올린 일당인데, 이들 주가 조작단은 기존의 주가 조작과 달리 투자금을 모집해 하나의 노트북 혹은 휴대폰에서 거래하지 않았다. 투자자들 명의로 일일이 휴대폰을 개통해 대리 투자하거나 원격으로 노트북에 접속해 주문을 냈다. 투자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공기계 스마트폰을 퀵으로 보내고, 투자자가 개통 및 계좌 개설 및 현금 입금을 완료하면 휴대폰과 신용카드 한장을 돌려받은 뒤 직접 매매하는 것처럼 폰으로 주문을 넣고 수수료는 카드 결제로 회수했다. 수수료를 떼가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음식점을 열어 수백만원어치 마라탕을 결제하고, 골프레슨비로 수천만원을 긁는 등 기상천외한 편법을 활용했다. 3년이나 주가를 끌어올렸는데 당국 입장에서 포착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일러스트=손민균
일러스트=손민균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일당은 어떤 혐의를 적용받게 될까. 예전의 수법과는 다른 형태로 주가 조작에 나섰기에 기존 사례보다 혐의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 금융당국과 검찰이 어느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할지, 자본시장법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 나흘간 8조원 증발…대주주 지분율 높고 신용비율 높은 종목들 정조준
사건의 발단은 지난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SG증권 창구를 통해 돌연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서울가스·대성홀딩스·선광·삼천리·세방·다우데이타·다올투자증권·하림지주 등 8개 종목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들 종목의 주가 급락은 4거래일 동안 계속되고 있다. 사라진 시가총액만 8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로부터 받은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기반으로 신용 거래를 활용하고, 여기에 차액결제거래(CFD) 계좌까지 열어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일으켜 긴 시간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는 전문투자자가 아닌 이들도 전문투자자만 가능한 CFD를 활용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CFD는 총수익스와프(TRS)거래의 한 종류다. 정해진 증거금만 납부하면 실제 투자자산을 보유하지 않고도 차익만 정산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증거금률(거래대금에 대한 보증금의 비율)을 40% 이상으로 유지하면 최고 2.5배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 가능하다. 예를 들어 증거금이 1억원이라면 2억5000억원어치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SG증권에서 매물이 쏟아진 것도 CFD 계좌가 이용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키움증권, 하나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SG증권과 계약해 CFD 거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키움증권의 전문투자자 고객이 CFD 계좌를 통해 거래한다면, 매매 창구는 SG증권이나 제이피 모건으로 잡힌다.
이번 주가조작 세력 대상이 된 8개 종목은 모두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적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주식을 계속 사들이면 주가를 끌어올리기 수월하다. 대성홀딩스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72.74%에 달한다. 서울가스(75.86%), 선광(61.69%), 삼천리(54.67%), 세방(50.56%), 다우데이타(66.91%), 다올투자증권(28.38%), 하림지주(64.93%)도 대주주 지분율이 높다.
유동주식 수가 적지만 신용비율이 높다는 점도 이들 종목의 공통점이다. 27일 기준 신용비율 상위 종목에는 다올투자증권(13.64%), 선광(11.71%), 다우데이타(10.90%), 삼천리(10.17%), 서울가스(7.52%), 대성홀딩스(6.48%) 등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된 종목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 CFD 오버헤지 여부 들여다봐야…시세조종·시장교란 혐의 적용 가능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의심받는 주가조작 세력을 특정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이 지난 2020년부터 투자자의 명의를 넘겨받아 계좌를 개설하고, 통정거래를 이용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통정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과 물량 등을 사전에 정한 뒤 주식을 사고팔며 주가를 조작하는 불법 매매 행위를 뜻한다.
실제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오래전부터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주가조작 혐의가 있는 일당 10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들은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로 통정거래를 한 의혹을 받는다. 수사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주도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이 사건을 패스트트랙(긴급조치)으로 이첩하거나 고발할 경우 검찰이 수사를 이어받을 수 있다.
이들 일당은 먼저 시세조종 및 시장교란행위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현행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제176조는 “누구든지 상장증권을 자기가 매도·매수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 또는 약정수치로 타인이 그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을 매매할 것을 사전에 그자와 서로 짠 후 매도·매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CFD 계좌가 이용된 만큼 금융당국이 오버헤지(over hedge) 여부를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CFD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익을 추구하는 총수익스와프 방식의 장외파생상품이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헤지(위험 회피)를 해야 하는데, 헤지는 대부분 해당 주식의 매수를 통해 이뤄진다. 이때 필요 이상으로 많은 주식을 사는 것을 오버헤지라고 표현한다.
한국증권법학회장을 지낸 강희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헤지만 한다면 정당한 매매라고 볼 수 있지만, 단순히 헤지를 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너무 많이 산다면 이를 주가 조작으로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키코(KIKO)와 같은 파생상품 거래량이 장 종료 직전 과하게 급증하면 한국거래소가 종가 관여로 의심해 수사기관에 고발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시세조종 혐의가 입증될 경우 형사 처벌을 받고 자본시장법상 배상 책임도 지게 된다. 자본시장법 제177조는 ‘제176조의 위반 행위로 인해 형성된 가격에 의해 해당 증권 또는 파생상품에 관한 매매 등을 하거나 위탁을 한 자가 매매 등 또는 위탁으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규정한다. 그 외에 위반 행위로 인해 가격에 영향을 받은 다른 증권이나 파생상품을 매매하거나 위탁해 입은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시장질서교란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8조의2에 의해 금지된다. 자전거래나 허위 가장매매 등을 하지 않았더라도, 회사를 번듯한 것처럼 포장해 거래를 유인하는 등 포괄적인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다.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 제출하거나 반복적으로 취소해 시세에 영향을 주거나, 거짓으로 꾸민 매매를 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시장질서교란행위는 기소 조항이 없어 금융당국에서 독자적으로 제재할 수 있으며, 혐의가 확인되면 금융위가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가수 임창정씨. /뉴스1
◇ 임창정, 주가조작 세력 홍보 활동 가담 여부·이유 들여다봐야
시세조종·시장질서교란행위뿐 아니라 ‘주식 등의 대량보유 등의 보고’ 의무 위반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 검찰 입장에선 앞의 두 혐의보다 이 혐의를 입증하는 편이 더 수월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강 변호사는 “시세조종 등을 수사하다 보면 간혹 상장사 내부자들의 대량보유 보고 의무 위반 사례가 적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제147조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의 주식 등을 5% 이상 대량 보유하게 된 사람은 그날부터 5일 안에 보유 상황 및 목적 등을 금융위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가수 임창정씨는 ‘공범’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주장하는 대로 ‘피해자’로 봐야 할까. 법조계에서는 임씨가 주가조작 세력의 홍보 활동에 실제로 가담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임씨는 자신이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기 때문에 공범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그보다는 작전세력이라고 의심받는 회사의 유튜브 방송 채널에 출연하고 이들이 인수한 해외 골프장에 투자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며 “이를 통해 일반인들을 현혹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시세조종의 공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고의성의 입증인데, 검찰 입장에서 이를 증명하는 건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수사가 이뤄지면 다른 주가조작 세력들이 일시에 정리되는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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