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모고! 7회 안내입니다.
일시 : 10월 24일 목요일
시간 : 모고 참여는 오전 9시 30분까지
장소 : 노량진 티처메카 강의실로 오시면 됩니다.
풀이 : 오후 1시부터 진행합니다.
개같은 가을이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들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이 時代의 사랑> 문학과 지성사 中에서
미국 미술계는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 미술을 진흥하여 유럽 미술을 제치고 국제적인 현대 미술의 중심이 되고자 다각도의 노력을 펼쳤다. 특히 잭슨 폴록Paul Jackson Pollock(1912-1956)으로 대변되는 미국 미술만의 독자적인 행보가 강조되었다. 그림은 구성(composition) 그 자체 개념을 부정하며 파괴하고 해체했다. 작가는 페인트 통과 큰 붓을 들고 큰 화폭 주위로 사방을 돌아가며 물감을 드리핑(dripping)함으로써 몸 전체의 액션이 그림에 반영된다. 이런 행위 자체를 강조하여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이라고 한다. 사실 액션 페인팅이라 불릴 수 있는 그림은 폴록보다 윌렘 드 쿠닝 Willem de Kooning(1904-1997)이 먼저 그렸으나, 폴록과 차이점은 드 쿠닝은 구상(여인임을 알아 볼 수 있기에)의 개념을 갖고 작업했다는 것이다. 구상의 개념을 완전히 떨쳐내고 그린 액션 페인팅 그림은 폴록이 시작이다. 이를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가장 회화다운 회화라며 추상표현주의를 옹호하였는데 이는 그림 속에서 생각, 의도를 제거함으로써, 1. 색안료, 2. 사각형의 화면 틀, 3. 평면성(물질인 물감과 원근법의 해체)이라는 특징을 강조하였다.
첫댓글 문창과 신입생들 중에는 최승자 앓이를 하는 학생들이 매년 있다한다. 지금껏 그들이 알고 있는 시와는 사뭇 다른 거침없는 시어와 처절함 뒤에 남는 반전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이 시를 한 모임에서 소개하였는데 첫 반응은 <개같은>을 자신의 삶에 대입하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반응 > 기술 > 해석 > 평가의 과정(앤더슨)에서, <기술> 대신 펠드먼의 <분석>으로 바꾸어 대화했다.(분석 과정만 가도 시 속에 자신의 감정을 몰입하는데에서 벗어나 시를 객관적인 대상으로 볼 수 있다) 감정 근육이 없거나 약한 사람은 의도치않게 시로인해 자신의 내면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가들이 전시를 할 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데, 전시의 대상은 예술계에 던지는 질문이 많다. 예술계의 구성원인 미학자, 미술사가, 평론가, 큐레이터, 미술대 교수와 학생, 그리고 작가들. 필자의 생각에 최승자의 <개같은 가을이>는 문학계에 던지는 질문이다. "난 가을을 이렇게 쓸 수 있어. 낙엽, 쓸쓸함, 외로움, 고독, 잃어버린 사랑을 난 이렇게 써. 당신들의 가을과 나의 가을은 그래서 다른거야" 라고 하는 것 같다는 거지.
이 시의 압권은 첫 문장이다. 시인은 이미 적군의 동태를 파악하고 방어선을 구축했다. 그리고 <개같은>을 되뇌일 때 일어나는 송곳니의 반짝임과 으르렁으로 보아, 시인의 사기는 충만한 채 가을을 맞서고 있다. 이 전투는 시인이 승리할 것인데, 적군을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매독의 진행은 처음에는 궤양으로 시작하여 발진-신경계 파괴로 이어지는데, 이는 낙엽이 썩는 과정과 흡사하다. 낙엽에 의해 문드러진 경계선의 시각화, 습기-촉각, 죽선이를 찾는 애타는 소리-청각화, 말 오줌 냄새인 후각 그리고 술먹고 취한 다음 날 입맛까지 상상한다면 미각까지 동원되어, 시인의 전쟁터인 가을의 오감을 정교하게 구조화하고 있는 시이다. 그런가하면 중단없는 <바다>를 향한 여정이 계속될 것을 암시하며 맺는다. 이런 시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런데 그녀의 시가 그녀의 삶이라면. 그래서 처절해지는 치열한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