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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개(石介)는 여성군(礪城君) 송인(宋寅)의 여종이다.
얼굴은 늙은 원숭이처럼 생겼고 눈은 좀대추나무로 만든 살같이 찢어졌다.
아이였을 때,
지방에서 올라와 시종(侍從)의 역(役)에 충당되었다.
송인의 집안은 임금의 외척으로 세력있는 부호였는지라 곱게 화장하고 화려하게 꾸민 미인들이 갖추어 좌우에서 웅대하고 있었는데,
그 수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에 석개에게는 나무통을 머리에 이고 물 길어 오는 일을 시켰다.
석개는 우물에 가서 나무통을 우물 난간에 걸어 놓고는 종일 노래만 불렀는데,
그 노래가 곡조를 이루지 못해 나뭇꾼이나 나물캐는 아녀자들이 부르는 노래 같았다.
그러다가 날이 저물면 빈 통을 가지고 돌아왔다.
매를 맞아도 그 버릇을 고치지 않고 다음 날 또 그와 같이 하였다.
또 나물을 캐 오라고 광주리를 들려 교외로 내보냈더니,
광주리를 들판에 놓아두고 작은 돌멩이를 많이 모아 놓고 노래 한 곡을 부르면 돌멩이 하나를 광주리에 집어 넣었다.
광주리가 가득 채워지자,
이번에는 노래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광주리에 있는 돌을 하나씩 들에 내던졌다.
가득 채웠다가 다시 밖으로 내던지는 것을 두세 차례 반복하다 날이 저물면 빈 광주리를 가지고 돌아왔다.
매를 맞아도 그 버릇을 고치지 않고 다음 날 또 마찬가지였다.
여성군이 석개의 이야기를 듣고 기이하게 여겨 노래를 배우게 했다.
그녀의 노래는 곧 장안에서 첫째가는 절창이 되었는데,
이는 근래 100여 년 동안 없었던 것이다.
석개는 수놓인 안장에 비단옷을 차려입고 날마다 권세있고 귀한 사람들의 연회에 불려 갔다.
전두(纏頭)로 받은 금과 비단이 집 안에 가득 쌓여 마침내 부자가 되었다.
아! 세상만사가 모름지기 열심히 노력한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어찌 석개의 노래만 그러하겠는가?
나태하게 지내며 굳은 마음을 세우지 못한다면 무슨 일인들 성취할 수 있겠는가?
난리 후 석개가 해주(海州)의 행재소(行在所)에 갔는데,
세력있는 집안의 사내종이 그녀의 말을 따르지 않자 그를 관가에 아뢰어 죄를 다스리려 하다가 살해당했다..
그녀의 딸 옥생(玉生) 또한 창(唱)에 능하여 지금 제일가는 명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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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纏頭)---
가무하는 사람에게 노고를 위로하여
주는 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