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시간 전
URL 복사 통계
본문 기타 기능
심상(心像)에 형성된 흉중산수(胸中山水)...실체가 없는 상상의 '山水風景' |
[미술여행=엄보완 기자]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0길에 위치한 갤러리그림손이 전통적 시각매체를 넘어 렌티큘러, 미디어산수, AI페인팅까지 다양한 매체의 결과물로 자신의 예술적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나형민 작가를 초대해 '망산수도(望山水圖)'展을 개최한다.
12월 6일 (수)부터 12월 12일 (화)까지 열리는 나형민 작가의 초대개인전: 망산수도(望山水圖)전시에서는 작가가 전시를 통해 인간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산수화뿐만 아니라 산수의 심도를 나타내는 렌티큘러 작품과 인공지능(AI)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그림도 같이 선보이면서 시대의 변천에 따른 산수화에 대한 시각을 고찰하고자 한다.
사진: 망산수도(望山水圖) 130×160㎝ 한지에 수묵채색 2023
◈ 심상(心像)에 형성된 흉중산수(胸中山水)...실체가 없는 상상의 '山水風景'
지평 너머에 그려진 산수는 현세를 초월하여 어딘가 있을 법한 이상향을 의미한다. 이상적인 산수풍경은 전통적인 산수화의 지향점이다.
그러나 나형민의 작품에 등장하는 산수풍경은 명산이나 특정 산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심상(心像)에 형성된 흉중산수(胸中山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산수를 바라본다(望山水圖)’는 의미는 과거의 선인들이 이상향으로 생각해 온 산수에서 은거하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듯이 산수자연을 보고 향유하는 와유(臥遊)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한 것이다. 산중에 즐기고 싶고 산천에 거하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대변하였다.
더불어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산수화뿐만 아니라 산수의 심도를 나타내는 렌티큘러 작품과 인공지능(AI)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그림도 같이 선보이면서 시대의 변천에 따른 산수화에 대한 시각을 고찰하고자 한다.
사진: 望산수도1 60×90㎝ 한지에 수묵채색 2022
● 이상향과 만난 AI望산수도
일상에서 기술을 분리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매체 시대에 테크놀로지를 또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모든 예술은 명명되기 이전 존재한다. 오늘의 AI아트 역시 그렇다.
예술가들은 청각에서 시각으로 그리고 촉지각으로 예술을 변화 혹은 진화시켰다. 예술가를 인류의 촉각이라 부른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의 주장대로 그들(예술가)은 늘 우리보다 먼저 미묘한 낌새를 눈치채고 수많이 ‘사이’ 속에서 ‘차이’를 들어낸다. 즉, 예술은 일종의 레이더로서 기능하여 우리로 하여금 사회 목표와 정신 목표를 발견할 수 있게 하고 시일이 경과한 뒤에는 그것에 대처할 수 있게끔 해주는 일종의 조기경보 체계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인간의 보철적 존재로 공생하고 있으며 그 리얼리티가 오늘날의 또 다시 새로운 예술로 구현되고는 한다.
여기 또 다시 새로운 예술인 AI와 전통채색화의 융합이 있다. 나형민 작가는 전통적 시각매체를 넘어 렌티큘러, 미디어산수, AI페인팅까지 다양한 매체의 결과물로 자신의 예술적 영역을 확장한다.
확장에 대한 가설은 순수 혹은 전통적인 매체의 예술과 다르지 않다. 시각적 아름다움과 작가적 상상, 사회에 대한 발언과 작가의 새로운 철학이 담긴다. 다만 여기서 작동되는 예술의 기술적 재생산은 전통에서 요구되었던 감동의 아우라보다 감탄에 가깝게 보인다. 그렇다면 감탄은 예술이 될 수 없는가. 사실 전통의 예술도 감탄으로 시작된다. 사실과 똑같이 그린 화가의 손끝에서, 생각을 뒤집어 놓은 개념의 시작에서 우리는 감동 이전 분명 감탄의 선행을 거쳤다.
사진: 번산수도(Burn山水圖)1 122×170㎝ 한지에 수묵채색 2023
○ 望산수도
니형민 작가
“하늘은 여유 있는 해와 달을 주었고, 사람은 좋은 원림을 빌리네(天供閑日月, 人借好園林).”_백거이
경계의 위쪽에 떠 있는 보름달은 수묵으로 선염한 비백으로 주로 달(月)의 이미지로 인식되지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볼 때 해(日)이기도 하다. 따라서 감상자의 시선에 따라 해(日)이기도 하고 달(月)이 되기도 하며, 시간상으로는 낮이 되기도 밤이 되기도 한 경계에 서 있는 풍경이다.
해이든 달이든 여백의 원상에 담긴 상징성은 현대인의 소망과 비움의 뜻을 내포한 기원의 의미를 나타내고자 하였다.-나형민 작가노트 중
나형민의 이상향은 자연을 빌려 원림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모습을 재현한 것이 아닌 꾸며 놓은 산수, 즉 재구성한 산수이자 동아시아의 원림(園林)과 닮았다. 원림은 정원(庭園)과는 다르다.
정원은 조경용어로서 집 앞 뜰에 인위적으로 자연을 꾸며 놓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에 반해 원림은 교외 자연 속에 정자와 집을 만들어 놓은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내 집안에 자연을 만드느냐, 자연 속에 내 집을 만드냐의 차이로 정원과 원림은 다르다. 바로 이 다른 지점이 나형민의 산수를 자연의 일차원적 재현이 아닌 원림으로 해석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이 설정된 원림에서 이상향을 바라보는 행위는 유유자적 그 자체다. 작가는 와유(臥遊)의 대상으로 망산수도를 설명하는데 이는 옛날 중국의 회화이론가인 종병(宗炳)에서 비롯된, “젊어서 산천을 돌아보고, 늙어서 이들을 그려 벽에 걸어 놓고 그 속에 노닌다.”는 와유(臥游: 臥以游之의 준말로서 산수화를 보며 즐기는 일)라는 동아시아 산수화의 전통사상이 담겨 있는 듯하다.
○ 미디어 望산수도와 AI 望산수도
게다가 현대적 실험성이 가미된 나형민의 렌티큘러 망산수도 역시 아름다운 산수 앞에 보기 좋은 나무를 심고 해와 달이 보이는 맑은 곳에 근경과 중경, 원경의 레이어를 두어 심도를 높였다.
심도 있는 공간은 막힘이 없고 보이지 않는 공간감을 제공해서 보이지 않는 그 공간은 휴식의 장소가 된다. 때문에 이곳은 감상의 공간인 동시에 영혼을 평온하게 해주는 이상향이 된다.
원림으로 望산수 한다는 것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 신명이 깃들었네.”라고 말한 당나라 시인 심전기의 말처럼 사람의 성정을 기탁하는 곳이며, 사람들은 그것을 빌려 생명을 위로하고 표현해 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형민은 자신의 산수를 바라보는 일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바라봄으로 얻어지는 행복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를 통해 얻어지는 편안함을 익히 알고 있기에 자연에 기탁한 마음으로 산수를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탁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눈앞에 새로운 장치를 제공했다. 정신적 이상향에 인공지능을 가미해 새로운 지향점을 찾아가는 실험을 시도한다. 이들의 작품은 보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사유 체계를 확장시켜 때론 무한한 상상을 가시화해 낸다.
사진: Stable Diffusion, 풍경4 NVIDIA RTX A5000 x2 2023 인공지능작
인공지능이 나형민의 망산수도를 학습해서 새로운 이상향을 제시하는 일을 목격한 감상자는 적극적 사유의 체계에 놓이게 된다. 어느 때보다 작가가 제시한 예술에 동참하며 개념의 이유를 생각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사유와 신체(화면을 포착하려는 행위)는 능동성을 띄게 된다. 또한 공간예술이었던 시각예술 시간예술로의 확장도 그러하다. 시각적 포착으로만 감상하고 떠나는 전시 공간이 아닌 사유의 시간 할애를 통해야만 진정한 감상이 가능한 작품들은 작품 안에 시간성을 필요충분조건으로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유희 혹은 감탄이 발생하고 결국 예술의 궁극 목적 중 하나인 소통에 다다를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더 열리게 되는 셈이다.
예술에 있어서 인공지능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 낯선 인상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나형민이 제시한 작품은 낯설지 않은 체험을 가상이 아닌 현실로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전술했던 전통예술을 가치 판단했던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렌티큘러, 미디어산수, AI페인팅 등 기술이 결합된 망산수도 작품들이 우리에게 선보인 것은 익숙하지 않는 기술이 아닌 누구보다 먼저 발견한 개념처럼 사용된 기술, 그 기술을 통한 사유 감각의 확장성, 확장된 사유 감각에서 오는 새로움, 그 새로움을 통한 신선한 가치 발견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을 통한 사유 감각의 확장 그리고 거기서 우리가 획득한 감각을 뛰어 넘는 새로운 사유와 예술! 바로 그것이다. - 김최은영(2023광주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전시감독)
사진: Lentiscape-망산수70x100cm lenticular 2023
나형민(Na Hyoung Min)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1999년)와 동(同)대학원 미술학과 석사 졸업(2003년)했다. 이후 2019년 서울대학교 동대학원 미술학과 박사 졸업하고 현재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한국화 전공 교수로 후학을 지도하고있다.
작가는 ▲2013년 7회 ‘地平_ Beyond the Horizon’ (공아트스페이스)개인전과 ▲2015년 나형민 초대전 (정부서울청사 문화갤러리), ▲2016년 Artist's Archive - 나의 10년의 기록 (충무아트홀 갤러리), ▲2017년 Lentiscape (리서울갤러리), ▲2020년 Rebirth-재생 (갤러리 그림손)개인전에 이어 ▲2023년을 마무리하는 12월 같은 장소인 갤러리 그림손에서 또 다시 나형민 초대 개인展을 개최한다.
주요 단체전을 년도별로 살펴보면
▶2023년 한국·독인 현대미술작가전(인천대학교 ART SPACE IN 갤러리), △강원갤러리 특별초대전 (갤러리 라메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물드는 산, △멈춰선 물’ (목포문화예술회관), △경계를 너머 (겸재정선미술관), △마이메타갤러리 아트콜라보레이션 초대전 (갤러리 초이), △지금 – 여기, 우리는 (한벽원미술관)
▶2022년 견월사 (이천시립월전미술관), △新四同人 (갤러리 공간35), △더 드로잉_Fundamental (갤러리 그림손), △이미지의 경계, 시대와 일상 전 (한벽원미술관)
▶2021년 House of memories (두루아트스페이스), △현대 회화의 새바람 전 (영아트 갤러리), △역동과 창조 Dynamic Creation (경희대학교 미술관), △필묵지간 서화, 한글을 만나다 (주홍콩문화원), △시대와 개성 전 (해든뮤지엄), △‘21세기 예술지성 : 삶과 예술의 찬란한 만남’전 (대경뮤지엄)
▶2020년 百分率 (경희대학교 미술관), △筆墨之間 한글 담은 서화전 (홍콩 한국문화원), △푸른 상원 (정부청사갤러리), △2020 LA ART SHOW MODERN + CONTEMPORARY ( LA Convention Center)
▶2019년 Moment and Eternity (두루아트스페이스), △한국화, 길을 묻다 (갤러리 미술세계), △ENERGY OF ASIA (Chulalonkorn Univ 미술관, 태국)
▶2018년 2018 세계 한민족 미술대축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En Suspens (Berthet-Aittouarès 갤러리, 프랑스), △화화(畵畵) - 유유산수 - 서울을 노닐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올림픽 기념전시 강원, THE 스토리 (강릉아트센타)
▶2017년 한국화를 넘어-리얼리티와 감각의 세계전 (오승우미술관), △Moving Korea전 (주필리핀 한국문화원), △레드닷 한국화 (나무모던앤컨템포러리 아트갤러리), △삼라만상 : 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현대 한국화 특별전‘낯설다’(진천종박물관)
▶2016년 세계일보 창간 27주년 기념전 '마음에 거는 그림'(서울예술재단, 광화문M갤러리), △FRIEND-SHIP MENTOR MENTEE (환원미술관)
▶2015년 한국화 특별전‘멈추고 보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해 이름을 알리고 있다.
나형민 작가는 2022년과 2023년 과기정통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 ‘한국 전통 수묵화 화풍별 제작과 수묵채색화 제작 데이터’ 사업 총괄책임자를 맡았다.
한편 Artist 나형민 작가의 초대 개인展 : 망산수도(望山水圖)전시의 Opening은 12월 6일(수)오후 5시다.
관련기사
태그#나형민작가#나형민초대개인展#전시#망산수도望山水圖#흉중산수胸中山水#미디어산수#AI페인팅#AI望산수도#미디어望산수도#갤러리그림손#김최은영2023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전시감독#평론#미술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