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책을 함께 올리는 이유는 비슷한 맥락으로 쓰여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는 경향신문 기획팀이 2023년 6월과 7월 사이에 신문에 연재한 기획 시리즈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현장 노동자들, 그들의 일과 노동을 '작업복'이라는 소재를 통해 들여다보는 책이다.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익숙한 것이지만 들여다보는 시선이 새롭고 현장 노동의 세계를 알지 못하는 우리들이 구호로만 외치는 "노동자 인권"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작업복은 권력관계다.
권력이 높을수록 재질이 좋고, 선택권도 주어지고, 품격있게 보이는 옷을 입는다.
권력이 낮을수록 퀄리티는 물론이고 지급 횟수같은 것들도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책에는 하수처리 노동자, 소각처리 노동자, 환경미화원, 여성형틀목수, 여성 용접사, 호텔 은행 여직원, 여객기와 열차 승무원, 급식 노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의 작업복이 현장과 함께 공개되고 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현장에 기자가 직접 뛰어들어가 취재로 만나고 깊게 밀착된 이런 이야기는 생생하게 살아있다.
<어떤 동사의 멸종>은 <고기로 태어나서>라는 책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저자의 잠입 밀착 르포집이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저자는 알고 싶은 현장에 노동자로 직접 뛰어들어가 몸으로 현장을 겪고 체험한 생생 르포를 써주었다.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이자 '노동 에세이'라는 부제처럼 콜센터, 택배상하차(까대기), 대형식당 주방 등에서 수개월씩 직접 일한 경험을 토대로 현장 노동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역시 우리가 표면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외면하고 싶은 현장과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심지어 매일 만나는 이들의 이야기이기에 더 생생하고 아프다.
"콜센터 상담사가 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쉽게 노비가 되는 법이다.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불만, 짜증, 무시, 모욕, 냉대, 비아냥이 쏟아지는 곳"
이 현장이야말로 우리가 매일 만나는 곳이다. 나는 어디까지 해봤을까? 모욕과 비아냥은 주지 않았더라도 전화를 거는 순간 내 맘속에 깔려있는 불만과 짜증의 수치는 아마도 고스란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까대기(택배 상하차)는 남은 수명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일이다. 자신의 육체 안에 품고있던 생명력을 레몬즙 짜듯이 쥐어짜내서 그 대가로 먹고 사는 일이다."
만화 <까대기>를 보며 처음으로 택배 상하차 직업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노동은 신성하지 않고, 육체노동은 건강하지 않으며, 자본주의의 지하층에는 이런 작업복을 입은 이런 노동자가 있다. 그들이 떠받치고 있는 자본주의의 지상층에는 누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