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의 수단으로 경매가 인기를 얻으면서 최근 몇 년 새 경매투자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경매를 통해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경매시장은 더이상 매력적인 내집마련 수단이 아니다. 입찰경쟁자가 늘어나 과열경쟁이 벌어져 예전처럼 시세보다 10~20% 저렴하게 집을 구하기도 어려워진데다 일부 경매대행업체들은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해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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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매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내집을 마련하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지만, 최근 경매시장의 아파트 낙찰가가 일반 거래가격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직업으로 경매에 투자하는 사람부터 경매대행사를 통해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 경매학원에서 배운 지식으로 실전에 뛰어든 사람, 소일로 경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주부투자자 등 경매가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투자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투기라기보다는 소액의 투자금을 통해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려거나 내집마련의 방법으로 경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매시장
이달 초 청주지방법원에서 실시한 경매에 참가한 A씨. 경매에 대해 경험이 없는 A씨는 경매대행업체를 통해 입찰에 응했다. 그리고 낙찰을 받아 자신의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A씨가 낙찰받은 아파트는 상당구에 32평짜리 아파트로 낙찰금액은 9239만 9900원이었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에 알아보니 그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9000만원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를 통해 싼값에 내집을 장만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제값을 줬거나 오히려 조금 손해를 본 셈이다.
지난해 경매를 통해 아파트를 장만했다는 투자자 B씨는 “경매대행업체를 통해 아파트를 낙찰받았는데 연체된 관리비에 명도변경비용·이주비 등 이것저것 하다 보니 시세보다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이 들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매전문가는 “이제 경매시장에서 아파트는 재테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최근 일부 경매대행업체가 생활정보지를 통해 허위광고를 하거나 낙찰가를 높게 형성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대행업체는 낙찰을 받아 계약이 성사돼야 낙찰가의 1.5%를 수수료로 받을 수 있다. 대행업체는 경매물건에 대한 분석과 법적인 일처리 등 노력을 기울여도 경매에서 떨어지면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확실하게 낙찰될 수 있는 가격을 기재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최저매각가가 8000만원인 아파트를 1억원에 낙찰 받았다고 하면 의뢰인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대개 이런 업체들은 9800만원짜리 허위 입찰을 넣고 의뢰인에게 1억원을 쓰지 않았다면 낙찰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식으로 의뢰인을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낙찰가는 낙찰가의 1.5%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행업체는 이래저래 낙찰을 최우선으로 경매에 응하게 된다.
이 전문가의 설명대로 생활정보지 곳곳에는 박스와 줄 광고 형태의 아파트 경매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다. 이 전문가는 “시가 1억 2000만원의 아파트를 경매를 통해 8000만원에 살 수 있다고 광고를 하고 정작 문의를 하면 말을 돌려 다른 경매물건 등에 대해 설명하며 고객을 확보하는 수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경매전문사이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3월 청주지방법원에서 실시된 아파트 경매는 모두 214건이었고, 그 가운데 90건이 낙찰됐다. 지난 2월에는 173건의 아파트 경매 가운데 72건이 낙찰돼 주인을 찾았다. 평균적으로 월 70건의 아파트가 경매를 통해 주인을 찾고 있다.
한 경매전문가는 “불과 2~3년 전만하더라도 아파트 경매 1건당 입찰참가자수는 평균 3·4명에 그쳤다. 하지만 요즘은 평균 7·8명이 입찰에 참가하다보니 과열경쟁이 일어나고 아파트 낙찰가 상당수가 감정가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아파트보다는 개인주택
특히 주거지역으로 인기가 높은 청주시 흥덕구 소재 아파트의 경우 제값을 모두 지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달 흥덕구 아파트 낙찰 건은 모두 24건으로 감정가 대비 평균 94%에 낙찰이 이뤄졌다.
지난달 31일에 경매가 치러진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주공3단지 24평형 아파트는 9명이 입찰에 참가해 9349만9000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의 감정평가액은 8800만원으로 감정가 대비 106.2%에 낙찰된 것이다.
그에 앞서 지난달 18일 경매가 실시된 흥덕구 개신동 청주개신2단지 뜨란채 아파트는 9명이 참가해 1억131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의 감정평가액은 1억500만원으로 감정가 대비 107.7%를 나타냈다.
이밖에도 지난달 15일 열린 개신동 푸르지오 아파트(46평) 입찰에는 18명이 입찰에 응했고, 지난 2월 24일 개신동 현대아파트 입찰에는 15명이 입찰에 응했다.
경매전문가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경매에 나온 아파트들은 대부분 수개월째 관리비가 연체돼 있다. 또한 경매를 통해 구입할 경우 도의상 전세입주자 등 실입주자들에게 이주비를 주는 관행까지 있어 낙찰금액 외에도 수백만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내집마련이나 재테크를 위해 경매를 한다면 아파트보다는 개인주택이나 다세대주책에 관심을 두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최근 경매대행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전문업체만 청주권에 10여개에 달한다. 대행업체에 경매를 의뢰할 때는 믿을만한 곳인지 꼼꼼히 살핀 다음에 의뢰를 맡겨야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