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하지 않는 노동자’만 들어올 수 있는 일터?
[다섯 가지 키워드로 보는 ‘여성과 노동’] 임신, 출산/재생산 (下)
희정
| 기사입력 2023/10/15 [18:24]
<일다>기사원문
https://www.ildaro.com/9744#
〈일다〉는 여성 노동자가 겪는 구조적 차별을 드러내기 위해, 연속 세미나 [다섯 가지 키워드로 본 여성과 노동]을 기획했다. 네 번째 키워드 ‘재생산’에 관한 논의는 9월 7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사무실에서 열렸다. 기록노동자 희정이 진행과 기록을 맡았다. [편집자 주]
2009년,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기를 출산한 제주의료원 간호사 네 명은 소송을 제기하여 결국 2020년 대법원에서 자녀 질환 직업병을 인정받았다. 이후 법도 바뀌었다. 2021년 12월 9일, 일명 ‘태아산재법’이라 불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세 질환 직업병이라고 의심될 경우, 산재 신청을 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제보가 안 들어와요. 산재 신청했다는 사람도 없고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활동가 권영은이 현실을 슬쩍 들려준다. 어디 아픈 자녀만의 문제일까. 한 기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여성 노동자가 유산을 한 경우는 26만여 건에 달하지만, 산재 신청을 한 숫자는 8명이다. 그 중 3건만 인정을 받았다.(한겨레, 〈직장 여성 5년간 유산 26만 건… 산재 인정은 단 3건뿐이었다〉, 2021년 8월 13일자) 법은 있으나 말해지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걸 막는가.
혼자 감당해야 할 문제?
은화(병원 노동자): 자녀의 질환에 대한 이야기는 공유하기가 참 어려운 거 같아요. 병원에선 아픈 아이들이 많잖아요. 이틀 전에도 11개월 된 아이가 있어서 보호자분에게 “돌잔치 준비 잘하고 계셔요?” 이랬는데, 안 할 것 같다고 하시는 거예요. 시댁에서 아이에게 질환이 있다는 게 알려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안 한다는 거예요. 자녀에게 어려움이 있다는 건 아무에게도 공유하지 못하고 혼자 감당해야 할 문제가 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반올림’에 아픈 자녀의 이야기를 들려준 여성 노동자들도 ‘시댁은 몰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시댁이, 가족이 모르려면 세상이 몰라야 한다.”(151쪽) 왜 시댁이 몰라야 할까. 내 탓인 것만 같으니까.
은화: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부제: 우리 아이는 왜 아프게 태어났을까, 그 물음의 답을 찾다)를 읽다가 떠오른 게, 병원에 생리휴가가 공식적으로 문서에 등장한 게 몇 년 전. 나는 우리 병원에 생리휴가가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노동조합이 생기니까 등장하더라고요. 저는 원래 생리가 규칙적이었어요. 그런데 입사를 하니까 주기 상관없이 막 해. 불안한 거예요. 오전 8시에 업무를 시작하면 12시까지 한 번 화장실을 갈 수 있을까 몰라요. 혹시 생리혈이 흐르면 어떻게 하나. 강박증처럼 생기는 거예요. 그때도 저를 탓했어요. 나이가 20대 후반이나 되었으면서 칠칠치 못하다고. 일터에서 여성이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는구나. 책임을 자기에게 흘러가게 두는구나.
출처: ‘돌봄을 하지 않는 노동자’만 들어올 수 있는 일터? - 일다 - https://www.ildaro.com/9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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