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원산지인 열대성 관목인 피페르 니그룸(piper nigrum)에서 나오는 후추는 지금도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향신료이다.
오늘날 후추의 주생산지는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적도 지역이다. 후추나무의 줄기는 튼튼하고 다른 물체를 타고 6미터 이상 자란다.
2~5년이면 붉은 구형의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적정 조건에서는 40년간 열매를 맺는다. 후추나무 한 그루는 매년 10킬로그램의 향신료를 생산한다.
향신료로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후추는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기관지염, 열병, 위장 질환, 중풍 및 관절염 치료 등의 전통의학제로 사용되고 있다
검은후추와 흰후추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활성 성분은 피페린(piperine)이다. 피페린은 알칼로이드 아민(alkaloid-amine)성분의 하나로 화학식은 C17H19O3N이다.
피페린을 섭취할 때 우리가 느끼는 매운맛은 사실 맛이 아니라, 피페린이 일으키는 화학 작용에 대한 우리 통각 신경의
반응이다. 피페린 분자가 신경 말단의 단백질분자와 결합하면 신경 말단의 단백질이 신호를 내보내고 이 신호는 신경을 따라 뇌에 전달되어 매운 맛을 느낀다.
피페린은 항산화효과, 위액분비 촉진, 장속의 가스제거에 효과가 있으며, 멜라닌 색소감소로 피부가 희게 변하는 백반증에 색소생성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피페린의 간세포 보호, 뇌세포 보호, 류마티스 관절염 완화, 비만억제, 유방암ㆍ대장암ㆍ폐암ㆍ피부흑색종 등 항암효과도 보고되고 있다.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피페린이 피부암세포주(B16F-10) 에서 염증과 관련된 NF-kB, c-Fos, CREB, ATF-2 및 사이토킨(cytokine)의 발현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벤조피렌(benzopyrene)을 투여하여 폐암을 유도한 동물에서 강한 암예방 효과를 나타냈으며, 피부흑색종세포주(B16F-10)의 폐전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였고, Sarcoma 180에 의한 고형암 형성을 억제하는 연구보고가 발표되었다. 또한, 대장암세포인 DLD-1 세포의 증식이 피페린에 의해 억제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01. 피페린과 백반증
후추가 멜라닌색소의 감소로 피부가 하얗게 보이는 현상인 백반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 킹스 대학(KCL)의 앤터니 영 박사는 후추의 매운맛을 내게 하는 성분인 피페린(piperine)과 피페린에서 나오는 합성유도물질이 백반증 피부에 색소 생성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영 박사는 백반증 쥐들에 피페린과 피페린 유도물질만 바르거나 이를 바른 후 방사선치료를 병행한 결과 6주 후 피페린과 유도물질만 바른 그룹은 가벼운 갈색이 나타나고 방사선치료까지 병행한 그룹은 색깔이 더욱 짙게 형성되었다고 밝혔다.
현재의 치료법은 백반증이 나타난 피부에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바르고 자외선을 이용한 광선요법을 병행하는 것이지만 코르티코스테로이드가 안 듣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광선요법은 피부암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의학전문지 ’피부학 저널(British Journal of Dermatology)’ 2008년 2월호에 발표되었다.
따끈한 국밥에는 송송 썰어놓은 파 한 숟가락과 반드시 잊지 말고 넣어야 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후추다.
국밥에는 돼지고기 냄새를 없애기 위해 넣어 먹게 되었지만, 후추 특유의 향에 매료되어 각종 음식에 후추를 첨가하여 먹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고추, 마늘, 생강과 더불어 ‘향신료’하면 빠질 수 없는 후추, 그러나 후추가 어디에 좋은지 등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후추는 어떤 음식일까?
후추는 자극적이고 향긋한 향기와 짜릿한 매운맛이 특징인 향신료이다. 향신료에 대해 저술해 놓은 책 <향신료(잘 먹고 잘 사는 법53)>에 따르면 후추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3만 톤이 생산되고 있는데, 이는 향신료 전체 생산량의 1/4을 차지하는 양이라고 한다. 가히 ‘향신료의 왕’이라 불릴 만하다.
음식에 향신료를 첨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향’이다. 후추의 강렬한 냄새는 육류나 생선의 냄새를 잡아서 오히려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로 바꿔준다. 고대 로마시대의 유명한 미식가 아피시우스는 거의 모든 요리에 후추를 뿌려 먹었다고 할 정도. 우리가 국밥이나 생선요리에 후추를 넣어 먹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후추뿐만 아니라 고추나 마늘 같은 여러 향신료들 속에 들어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은 타액과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켜 준다. 그러나 이 알칼로이드 성분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독이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강순아 서울벤처정보대학원 발효식품과학과 교수는 “후추에는 음식의 부패를 막아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러한 살균효과, 살충효과, 방부효과 때문에 햄이나 소시지와 같은 가공식품에 후추를 첨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좋은 향신료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후추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이라면 ‘후추를 많이 먹으면 몸속에 쌓여 배출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이에 대해 강 교수는 “후추 중에 수용성이 아닌 성분이 있다”라며 “그렇지만 후추 자체가 음식에 조금씩 첨가하여 먹는 향신료이기 때문에 습관처럼 많이 먹지만 않는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고 전했다.
후추의 종류로는 흑후추, 백후추, 적후추, 녹후추가 있다. 흑후추는 익지 않은 녹색 후추 열매를 껍질 채 햇빛에 말린 것이고, 백후추는 붉게 익은 후추를 물에 담가 붉은 껍질을 벗겨 말린 것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적후추와 녹후추는 각각 후추 열매가 다 익었느냐 덜 익었느냐의 차이이다. 흑후추는 스테이크나 샐러드에, 백후추는 흰색 소스나 생선요리에, 녹후추는 수프나 크림소스 등에 뿌려 먹으면 된다.
또한 가루로 되어있는 후추는 맛과 향이 금방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알갱이가 고르고 가루가 없는 통후추를 요리할 때마다 갈아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한편
후추는 비만 유전자에 영향을 끼쳐 비만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후추에 든 피페린(식물영양소의 한 종류) 덕분이다.
후추의 비만 개선 효과를 연구한 세종대 생명공학부 엄수종 교수팀에 따르면, 후추 특유의 맛을 내는 피페린은 몸속에 들어가 지방세포가 촉진되도록 하는 물질(PPAR 감마)을 약화시킨다. 비만을 유발하는 여러 종류의 유전자(SREBP-1c, C/EBPβ, Adipsin, aP2, LPL 등)의 활동도 막는다. 유전자는 DNA와 RNA로 구성돼 있는데, 어떤 음식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DNA가 영향을 받아 유전자의 성격이 바뀐다. 이는 다시 입맛이나 식욕 등 식습관을 결정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후추가 비만 개선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한국식품연구원 김명선 박사는 "모든 사람이 비만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과식을 자주 하면 칼로리 섭취량과 상관없이 비만 유전자가 활동을 해서 비만이 되기 쉽다"며 "피페린을 섭취하면 이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찌개나 국을 먹을 때 후추로 간을 해서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