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반취(半醉), 꽃은 반개(半開), 복은 반복(半福)이라고 한다.
술을 마시면 만취하면 꼴이 사납고,
꽃은 만개상태 보다 반쯤 피었을 때가 더 아름답고,
복은 가득찬 것보다 반쯤이 좋다.
사람들이 사는 이치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충분한 만족은 있기가 어렵고, 그렇다면 인생은 위태로워진다.
"구합(九合)은 모자라고, 십합(十合)은 넘친다."는
옛 속담도 있듯이 반 정도의 복(福)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모자란 듯 적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라는 뜻이다.
소욕지족(小慾知足)이라 족함을 알고 욕심은 적게 가져라.
열흘 붉은 꽃은 없다. 성한 것이 얼마 못 가서 쇠약해진다.
그러니 꽃이 진다고 서글퍼 할 일이 아니다.
꽃이 빨리 진다고 애달파 할 것 없다. 꽃이 져야 열매가 맺는다.
꽃이 필 때가 있고 질 때 가 있듯이 만사유시(萬事有時)이다.
세상은 때가 있어 그 때는 언제인가 오고, 그 모든 것은 지나가게 되어 있다.
비슷한 말로 불교의 시절인연(時節因緣)이란 말이 있다.
석가모니는 '모든 것은 인(因)과 연(緣)이 합하여져서 생겨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진다.’는 말을 남겼다.
즉, 인과 연이 합하여질 때가 인연이 시작되는 때이고,
인과 연이 흩어질 때가 바로 인연이 끝나는 때라고 한다.
우리가 우연의 일치로 일어났다고 보는 모든 일은
사실 모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원인이 있고,
그것이 결과로 나타났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시절인연이 맞으면 아무리 거부해도 인연을 만들게 되며,
시절인연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인연을 맺으려 애를 써도
인연(因緣)을 맺을 수 없게 된다.
▶시절인연(詩節因緣) : 중국 명말 선사 운서주굉(雲棲株宏, 1535~1615)이 조사의 법어를 모아 편찬한 선관책진(禪關策進) 경산대혜고선사답문(徑山大慧杲禪師答文)편의 ‘時節因緣到來 自然觸著磕著 噴地醒去(시절인연도래 자연촉저개저 분지성거,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저절로 부딪혀 깨쳐서 소리가 나듯 척척 들어맞으며 바로 깨어나 나가게 된다)’라는 구절에서 유래한다.